회사는 구조조정 하는데 정몽준 일가 4,200억 배당?
회사는 구조조정 하는데 정몽준 일가 4,200억 배당?
  • 박재민 기자
  • 승인 2018.12.17 18:02
  • 수정 2018.12.1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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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민단체 "현대중공업, 알짜배기 사업 성과 지주회사가 독식"
노조, "조선 산업 회복 기미, 지금은 투자할 때" 강조
ⓒ 박재민 기자 jmpark@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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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민사회단체가 현대중공업지주의 총수 일가 배불리기 행태를 지적하며 지주회사가 현대중공업 사업회사 회생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는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현대중공업지주에 대한 사업회사 투자 및 총수일가에 대한 고액배당 방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중공업 사업회사 개선에 쓸 돈을 총수일가 지배력 확보에만 사용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참고로 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면서 현대중공업지주 아래 현대중공업 사업회사, 현대일렉트릭, 현대기계건설, 현대글로벌서비스, 현대오일뱅크를 자회사로 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은 “원하청 노동자 3만 5천 명이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었다”면서 “현대중공업지주는 협력업체 납품 단가 후려치기를 방치하고 울산 동구 지역 주민들에게는 고통 분담만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2015년에는 6만 7천 명에 달했던 현대중공업 사업회사 노동자 수는 2018년 8월에는 3만 2천 명으로 감소한 상황이다. 또한 김 의원은 “4년 전부터 시작된 조선 산업 물량 감소에 따라 일감이 줄면서 협력업체 줄도산으로 울산 동구 지역 경기는 위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총수일가 배불리기 논란은 지난 10일 현대중공업지주가 자본준비금 2조 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의 임시주주총회를 이번 달 28일 열겠다고 하면서 과열됐다. 자본준비금이 이익잉여금으로 전환되면 주주에게 이 금액 일부를 배당하게 되는데, 현대중공업 사업회사 회생 과정에 쓰여야 할 자본준비금 2조 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주주에게 배당하는 것은 현대중공업지주를 사실상 지배하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등 총수일가의 배를 불리기를 위한 것이라는 게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 8월 배당성향을 7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했는데, 자본준비금 2조 원이 이익잉여금으로 전환되면 현재 30.9%의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는 총수일가는 약 4천 2백억 원(2조원×배당성향 70%×총수일가 지분율 30.9%)을 배당금으로 가져가게 된다.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은 “현대중공업지주는 2조 원 이익잉여금을 전환해 배당금만 늘리겠다고 하고 있다”면서 “현대중공업 사업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 마련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배당금 늘리기가 아니라 사업회사 체질 개선 및 협력업체 상생 방안 마련”이라고 말했다.

신승민 전국금속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2010년 현대중공업은 2조 원 대 차입금을 마련해 이자 비용을 부담하면서 현대오일뱅크 대주주(지분율 약 91%) 지위를 취득했는데 최근 현대오일뱅크 지분 전부를 현대중공업지주에 이전했다”면서 “현대중공업은 돈만 내고 현대오일뱅크로부터 아무 이익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취득한 지 1년 만에 배당금 6,372억원을 챙겼다. 신 부위원장은 “2019년 상장 예정인 현대오일뱅크 지분 가치가 3조 원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총수일가 배당금 액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현 상황을 비판했다.

김남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현대중공업 사업회사가 2000년부터 약 9670억 원 들여 확보한 자사주 13.4%를 현대중공업지주가 인적분할이라는 수단을 통해 전부 이전받은 상황에 대해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것이 “현대중공업지주가 아무런 자금 유출 없이 현대중공업 사업회사 지분 13.4%를 획득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현대중공업지주를 지배하는 정몽준 이사장 등 총수일가 이익이 늘어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현대중공업지주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던 현대중공업 사업회사 AS사업부문을 현대글로벌서비스라는 별도법인으로 분리해 지배하고있는데, AS사업부문은 현대중공업 자체 역량으로 성장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익을 누리는 것은 현대중공업지주”라고 꼬집었다. 실제 정기선 현대중공업 사업회사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7년 설립 첫해 영업이익 600억 원을 냈다. 현대글로벌서비스가 낸 영업이익률 25%는 이례적인 수치라는 게 김 변호사의 주장이다.

박근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은 “최근 조선 경기가 살아나고 있음에도 회사는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조선산업 일감 부족으로 현대중공업 사업회사 구조조정이 4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음에도 총수일가는 배당금을 통해 배불리기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지부장은 “지주회사가 사업회사에 투자하지 않고 구조조정만 계속 하면 국내 조선산업은 실제로 사양 산업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현대중공업 지배 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주회사와 총수 일가가 취득한 막대한 이익을 사업회사와 협력업체 경영 환경 개선에 쓸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