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직업 중개 방식이 불법 파견 늘린다
복잡한 직업 중개 방식이 불법 파견 늘린다
  • 박재민 기자
  • 승인 2018.12.17 18:13
  • 수정 2018.12.18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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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 과정 복잡화가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
산업단지, 민간 직업 중개 업체 난립이 문제
ⓒ 박재민 기자 jmpark@laborplus.co.kr
ⓒ 박재민 기자 jmpark@laborplus.co.kr

 

직업소개소가 불법파견과 위장도급의 진원지로 기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용업체의 직접고용보다는 직업 중개 업체를 통한 구직이 일반적인 공단 노동자의 근로 환경 악화가 복잡화되고 변형된 직업 중개 과정에서 심화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민주노총과 이정미 정의당 국회의원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파견법 20년, 노동시장은 어떻게 바뀌었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주최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지금까지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던 공단 지역 파견 노동 시장 실태 분석과 함께 불법적 직업 중개 사업에 의한 다단계 간접고용 구조에 대한 제도적 해법에 대해 논의했다.

내가 어디서 일하는지도 모르는 이상한 현실

채용 과정의 복잡화가 저임금과 장시간 일자리 확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 발표한 박준도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 법을 교묘하게 빗겨간 파견과 도급이 공장 지대에서 일상화되고 있다”면서 “자기가 정확하게 어디서 일하게 될지 모르고 일을 시작하는 황당한 현실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이 사례로 든 S 파견업체의 경우를 보면 층위가 복잡하게 나뉜 직업 중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S 파견업체는 6개월 노동 후 A전자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구인광고에서 설명했지만, 막상 전화를 걸어 문의했을 때는 A전자 안에 있는 B테크라는 회사에서 면접을 진행할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S 업체는 직업소개소와 파견업체 역할을 동시에 하는 불법 중개업을 하면서 사용주체가 불분명한 고용계약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 박 연구원은 “이 사례의 경우 A전자 하청업체 B테크가 고용하는 것이었다”며 “노동자가 계약주체를 명확하게 알지 못하고 일을 시작하는 현실이 낳고 있는 노동법 위반 실태”도 지적했다.

그는 “직업소개소와 파견업체를 겸임하는 변종업체는 4대 보험료를 수수료 명목으로 사용업체에서 받아간다”며 “실태조사 결과 노동자가 이런 상황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또한 “직업소개소가 기본 노동시간을 54시간으로 설정하고 월급을 제시하는 구인광고를 버젓이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간 직업 중개 업체 난립이 문제

토론에 참석한 박주영 민주노총 법률원 노무사는 민간 직업 중개 산업이 심화시킨 다단계 간접고용 구조 문제에 대한 제도적 해법을 제시했다. 박 노무사는 “이명박 정부가 2010년 민간고용 서비스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인력 중개 산업을 대형 시장화하기 위해 고용정책기본법을 전면개정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박 노무사에 따르면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직업소개소 난립으로 국가기관의 통제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그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0조를 보면 파견사업주는 파견근로자에게 파견돼 근무할 사업장 명칭과 장소, 파견근로자를 직접 지휘하고 명령할 자에 대한 사항을 설명해줘야 하지만 직업 소개와 파견 업무를 겸임하는 변종 업체의 경우 이 의무가 있는지 확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직업소개소인 경우 위 규정을 준수할 주체에 포섭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법 위반을 하더라도 업체가 난립해 통제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자기가 일할 곳을 모르고 파견되는 위법 상태를 방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간접고용 시장의 복잡화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명쾌한 해법은 파견법과 같은 변칙적인 법 구조가 아니라, 파견법을 폐지하고 상시업무는 직접고용한다는 원칙에 따라 불법적인 노동자 공급에 대해 직업안정법을 통해 통일적으로 규율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최은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고착화된 데는 근로감독관의 업무 행태도 이유가 됐다”면서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한 조사를 노동자에게 맡기고 중재자 역할만 하는 근로감독관의 일반적인 태도”를 문제로 지적했다. 이두규 충남불법파견119 소속 변호사는 “직업 소개 사업의 경우 현행 업무 내용, 임금, 근로시간에 대해 설명하는 데서 나아가 사용 업체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구직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직업안정법 시행령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