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8.12.26 10:16
  • 수정 2019.01.09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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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목전...불합리한 제도 없애는 근본적 노사관계 개선 필요

 

인터뷰_ 박홍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

3년 임기의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 박홍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최근 머리를 깎았다. 지부 보충교섭이 파행으로 치닫게 되며 KB국민은행지부는 파업까지 염두에 둔 임단투를 진행 중이다. 만약 파업까지 이르게 된다면 노조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5대 위원장으로 당선될 때부터 은행 측의 선거개입 논란과 재투표라는 초유의 상황을 겪은 바 있다. 임기 내 각종 현안으로 숨 돌릴 새 없이, 2년 차 임단협은 막다른 길에 놓였다.

- 임기 중반까지 연이어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사안들의 큰 흐름은 어떠한가?

KB국민은행이라는 조직에서 근본적으로 노사관계를 좀 바꿔보려는 큰 목표를 아직 달성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그동안은 KB금융의 지배구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싸워나가는 과정이란 점에서 같은 맥락을 관통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어마어마한 권력이고 기본적으로 노동조합에 대한, 혹은 노사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독점구조다. 노동을 존중하는 마인드도 없고 오직 외국인 주주에게만 복종하는 조직이다.

또 내부적으로는 이사회 같은 데에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어서, 사외이사 문제라든지 셀프연임 문제 같은 게 발생하는 구조다. 건전한 견제장치가 없다보니 채용비리 같은 사태나 노조 선거개입과 같은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 총파업을 목전에 두고 현재 상황은 어떤가?

막후에서든 실무 차원에서든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다.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단협 상황을 보면, 노동조합이 원하는 것과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있다.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것이고,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모두 근로조건 개악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이를테면 보너스를 받아가려면 근로조건 개악을 받으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고, 교섭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 비정규직이었던 직원들을 정규직화 하는 데 있어서 은행들이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을 활용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하위 직급으로 포함했는데, 물론 그 전보다야 조건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재직기간이 길어질수록 임금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구조이다. 기울기 자체가 다르니까.

또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근무해 온 직원들임에도 불구하고, 이전 근무 경력이 인정되지 않는 가운데, 퇴직소득세가 이천만 원씩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마치 중간의 경력이 단절돼 있는 것처럼 법적인 문제도 발생한다.

이런 답답한 상황은 제도 시행한 지 5년이 지났으니, 노사가 좀 더 개선된 방향에 대해 성실히 협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또 신입 행원들에게만 호봉 상승을 막아놓은 것들, 실적이 안 나오는 지점장을 집으로 보내거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혼자 영업을 하게 만드는, 타행에서는 아주 제한적이거나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잘못된 노사관계 속에서, 힘의 불균형 속에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갑질을 해왔던 부분을 이제는 좀 바로잡자는 요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 계속되는 투쟁으로 조합원들이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고,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 은행노조의 파업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도 느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부담감이 있다. 노조 위원장의 자리는 은행원으로서 가장 다양한 경험과 고민을 하게 되는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조합원들의 목소리와 원하는 바를 고려해야 하고, 은행 내외의 환경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지금 조합원들의 심정은 그야말로 억눌렸던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지역 순회집회에 참석하는 조합원 규모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조합원들이 분노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은행 창립 이후 최고의 수익을 냈고, 이것은 한 방울 한 방울 직원들의 노고 덕분이다.

최고경영자는 그동안 직원들과의 소통자리에서 최고의 보상을 약속해 왔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협상의 자리에선 보상을 아예 못 하겠다고 하거나, 기존의 제도를 개악해야지만 조금 해주겠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조합원들이 굉장히 분노하는 것이다.

더욱이 신입행원들에게만 그렇게 불합리한 근로계약이 있었다는 것을 조합원 개개인들은 잘 몰랐던 것이다. 신입들은 왜 이걸 연수원에서 설명해 주지도 않고 사인을 하라고 했는지, 부도덕한 제도에 대해 분노를 느끼는 거다. 선배 직원들 역시 이런 사실을 알게 되고 분개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내용과 사안 하나하나에 대해 어떤 입장과 주장을 펴고 있는지 조합원들에게 알려나가며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곁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의 문제이고, 곧 내게도 영향을 미칠 ‘우리’의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