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파업 최대 쟁점은 ‘페이밴드’
KB국민은행 파업 최대 쟁점은 ‘페이밴드’
  • 참여와혁신
  • 승인 2019.01.09 10:39
  • 수정 2019.01.11 13:0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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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말말말, “직원 생각하지 않는 은행에 실망”
ⓒ 금융노조
ⓒ 금융노조

“경영진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페이밴드는 직원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제도”

KB국민은행노조가 지난 2000년 12월 국민·주택 합병 반대 이후 처음으로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향후 5차에 걸쳐 파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설 연휴 직전인 2차 파업 일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KB국민은행지부 파업 일정

1차 : 1월 8일(종료)

2차 : 1월 30일~2월 1일

3차 : 2월 26일~28일

4차 : 3월 21일~22일

5차 : 3월 27일~29일

 

7일 전야제부터 8일 총파업에는 노조 추산 9천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했다. 이날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았다.

가장 많은 이들이 파업 참여 계기로 꼽은 것은 신입직원과 기성직원 사이에 차별을 만들고 있는 ‘페이밴드’ 제도였다. 특히 후배들의 근로조건을 지켜주지 못한 선배들의 책임감을 언급하는 이들이 많았다.

윤종규 KB금융회장이 은행장을 겸하고 있던 지난 2014년 당시 도입된 페이밴드 제도는 일정 기간 동안 승진하지 못하면 기본급 인상을 구간별로 제한하는 것이다. 당시 직원 생산성 독려를 위해 도입된 제도는 노조 반대에 부딪쳐 신입 행원들을 대상으로 적용되었다.

KB국민은행은 이번 임단협에서 페이밴드 제도의 전 직원 대상 확대를 주장했다. 이원화된 제도를 바로잡겠다는 것. 노조는 제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성과보상과 관련한 사안에서는 애초부터 최고의 보상을 약속하고 교섭에 와서 말을 바꾸는 은행의 태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다. 특히 허인 행장이 취임 후 전국의 영업점을 순회하며 지속적으로 약속했던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 조합원 A(근속 25년)

“이번 임단협 과정을 보면 은행은 직원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이전의 채용비리 문제도 그렇고, 경영진은 책임지는 사람 없이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근속년수가 꽤 되는 내 문제는 아니지만, 이번 파업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페이밴드 문제이다. 앞으로 은행을 이끌어가야 할 후배들을 성장시키는 데 선배들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

 

- 조합원 B(근속 15년)

“경영진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파업까지 오게 된 이유가 아닐까. 페이밴드 제도가 가장 문제가 많은데, 직원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제도다. 우리를 숫자, 돈으로만 보는 것이다. 젊은 직원들에게는 크게 다가오는 문제다. 노동조합이 계속해서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 조합원 C(근속 4년)

“정부의 노동정책에 비해 은행은 역행하고 있다. 임단협 과정은 직원들의 복지를 빼앗고 직원들 간의 경쟁과 갈등을 부추기는 내용이었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단연 페이밴드이다. 생산성 제고라는 은행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현재 3~4개인 직급체계를 10개로 쪼개서, 소위 직원들을 3년마다 굴리겠다는 것이다. 직원들 간에 경쟁을 과열시키고, 실적에 급급하게 만들면서 궁극적으로는 고객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 조합원 D(근속 24년)

“외부에서 보면 경기도 어려운데 파업이 뭐냐고 좋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내부에서 볼 때 페이밴드처럼 장기적으로 직원들의 고용조건이 악화되는 사안이다. 마지막 협상에서도 은행은 페이밴드 논의를 이어가 보자고 하는데, 끝까지 그 카드를 쥐고 있겠다는 의미다. 3년마다 직원들은 계단을 오르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서로 협력하기보다는 자기 이익이 되지 않으면 도와주지 않는 직장이 될 것이다. 비인간적이다. 임금피크제의 경우도, 산별교섭에서 1년 늦추는 것으로 합의했는데, 은행은 이를 앞당기려고 하고 있다. 어차피 정년 앞두고 희망퇴직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왜 이것에 집착하는 건지 모르겠다.”

 

- 조합원 E(근속 11년)

“보수 언론에선 마치 성과급을 위해 파업을 벌이는 것처럼 보도하지만 이것은 부차적인 것이다. 파업은 하루이지만 장기적으로 노동자들의 근무여건이 악화되는 것을 미리 막아내는 과정이다. 페이밴드는 단지 국민은행만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은행은 피해갈 것이란 보장이 없다. 은행은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는 취지이지만, 지금을 봤을 땐 악순환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조합원 F(근속 16년)

“은행이 직원들을 소중하게 여겼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직원들 모두 이런 사태까지 온 것에 분노하고 있다. 노조가 애를 많이 썼다. 언론이나 외부에선 솔직히 성과급 때문에 그런 거 아니냐고 하는데, 페이밴드를 비롯해 차별이 문제다. L0 직급의 근무년수를 무시하는 등의 모습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성과급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성과급 외 나머지를 협상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 조합원 G(근속 28년)

“노사의 신뢰가 무너져 내린 것에 대해 회사를 오래 다닌 입장에서 매우 안타깝다. 주로 쟁점이 되는 사안은 직원들에게 각기 피부에 와 닿는 의미가 다를 거 같다. 개인적으로는 임금피크제 이슈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후배들은 다른 안건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총파업을 선택한 것은 단지 돈 때문은 아니다. 직원들도 임원들만큼 조직에 대한 사랑이 크기 때문에 파업에 대해 마냥 마음이 편한 것이 아니다. 허인 행장이 계속 ‘최고 성과에 대한 최고 보상’을 약속하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직원들이 크게 실망을 한 것이다.”

 

- 조합원 H(근속 20년)

“총파업에 나선 것은 단순히 보로금이나 상여금의 문제 때문이 아니다. 노사의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다. 성과급과 관련한 논란은 은행 측이 돈을 써서 만들어낸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은 행장이 먼저 제안을 했던 것에 대해 책임을 지라고 말하는 것이다. 타 은행은 이미 성과급을 지급했고, 국민은행은 최고 실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다. 2000년 파업 당시에 직원들의 분노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지금은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귀족노조도 아니고, 요구하는 바 역시 일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인정을 해달라는 것이다.”

 

- 조합원 I(근속 19년)

“그동안 은행에 일련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직원들은 그저 묵묵히 일했다. 리딩뱅크 탈환을 위해 노력했다. 요새 금융기관은 그저 이자놀이로 먹고사는 게 아니다. 실적을 만들기 위해 직원들이 노력을 했다. 거의 올인하다시피 매달린 직원도 있다. 은행장부터 그런 노력에 보상하겠다는 약속을 계속했음에도 지금은 못 주겠다고 한다. 이건 주고 안 주고를 떠나 직원들 마음에 상처를 준 것이다. 무엇보다 상처를 받은 것은, 그런 직원들이 돈만 생각한다는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다. 묵묵히 5년 동안 노력을 멈추지 않았던 직원들을 경영진은 아우르기는커녕 채찍질만 하고 있다. 직원들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경영진의 마인드가 시급하다. 오늘의 파업 전야제는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노동조합이 판을 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