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최저임금 정부 개편안에 '공동투쟁'으로 맞선다
양대노총, 최저임금 정부 개편안에 '공동투쟁'으로 맞선다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1.09 16:02
  • 수정 2019.01.09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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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배제한 일방적 결정” 형식과 내용, 절차 모두 낙제 비판
최임위 노동자위원 워크숍서 “정부 입맛대로 최저임금 좌우될 것“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 .co.kr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 .co.kr

7일 정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안을 두고 노동계의 비판이 거세다.

양대노총은(한국노총·민주노총)은 같은 날 오후, 정부의 일방적인 개편안 추진 방식, 최저임금결정 구조 이원화에 따른 노사 결정권 제약, 사업주 이익에 치우친 결정 기준 강화 등 정부 개편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저지를 위한 투쟁에 돌입하겠다는 성명서를 연달아 발표했다.

정부 발표에 맞서 오늘(9일) 오전에는 양대노총을 포함한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9명이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 모여 정부 개편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현재 최저임금은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매년 6월 29일까지 다음해의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있다

정부는 여기에 최저임금의 상·하한 구간을 결정하는 ‘구간설정위원회’를 새로 추가하고 현 최저임금위원회와 마찬가지로 노사공 동수로 구성된 결정위원회가 이 구간 내 최저임금안을 심의·의결하도록 하는 최저임금 개편안 초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전문가 9명을 구간설정위원회 위원으로 두고 위원 선정 방식으로 노사정이 각 5명씩 모두 15명을 추천한 뒤 노사가 각 3명씩 순차 배제하는 방안, 노사정이 각 3명씩 추천해 9명을 구성하는 방안 중 하나를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최저임금이 고용 및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최저임금 결정 시 최저임금위 위원들이 고용수준, 기업지불 능력, 경제성장률 등 객관적 지표를 토대로 해야 한다고 지침을 명시했다. 노사 이해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전문가의 개입을 늘려 노사 갈등을 줄이고 최저임금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에서다. 

노동계, 구간설정위원회 불필요한 꼼수

그러나 노동계는 최저임금위원회 단일 구조에서도 노사 양측이 제시한 인상률의 격차가 심할 땐 노사 요청으로 공익위원들이 ‘논의 촉진 구간’을 설정하고 있어서 구간설정위원회를 새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공익위원들이 논의 촉진 구간을 설정하는 것과 정부가 제시한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설정하는 것이 내용적으로는 비슷해보일지 모르지만 전자에선 노사가 먼저 제시한 안을 두고 공익위원들이 논의 촉진 구간을 설정해, 공익위원의 역할과 비중이 보조적인데 반해 후자에선 순서가 뒤바뀌어 공익위원들의 영향력이 노사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백석근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민주노총 사무총장)은 “구간설정위원회가 새로 설치되면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비율이 노사공 9:9:9에서 5:5:14(5+9) 또는 7:7:16(7+9)으로 달라질 것이다. 이것만 봐도 최저임금 결정권을 누가 갖겠다는 것인지 분명하게 보인다”며 “임금을 ‘주는 자’와 ‘받는 자’가 중심이 돼야 할 최저임금위원회가 정부가 추천한 공익위원들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 위원은 정부가 구간설정위원회 위원 선정 방식으로 제시한 순차배제에 대해서도 “결국 노와 사가 배제한 우유부단한 사람만 남는 것”이라면서 “오히려 노사간 갈등이 더욱 증폭되기만 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밝혔다.

이성경 위원(한국노총 사무총장)도 “노사가 자율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인상안을 (정부가) 원천 봉쇄하는 셈”이라고 혹평했다.

사회적 대화하겠다던 정부 어디로?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동계를 배제하고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정부는 내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전문가 토론회를 시작으로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과 관련해 결정 기준 추가·보완 등 제도개선을 위한 릴레이 토론을 개최한다고 밝혔지만 노동계는 “이미 답은 정해져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영민 위원(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지난 30년 동안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해왔는데, 이들을 배제한 채로 통보해놓고는 얘기를 듣겠다는 것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최저임금위원회를 개선하겠다고 하는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국민들이 주로 보도를 통해 듣는 것이 노사의 최초안과 결론뿐이어서 매년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으로 치닫고 논의가 잘 안 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문제는 최저임금위원회에 다양한 구성원들을 참여시키고 그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정부안처럼 또 다시 구간설정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반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은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김현중 한국철도사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김만재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위원장,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 전수찬 마트산업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등 9명이다.

한편 이날 양대노총이 오는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안을 비롯한 탄력근로제 확대 등을 공동으로 저지하는 대정부투쟁 입장을 밝히면서 노정 갈등은 지난해에 이에 2차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앞서 양대노총은 지난해 11월 정부와 여당이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하자 총파업 등으로 공동대응에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