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디자인에 그치지 말아야
정부, 정책 디자인에 그치지 말아야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1.11 11:47
  • 수정 2019.01.1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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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지금 거기(정부가 작년 12월에 내놓은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 프로젝트가 몇 개쯤 들어가 있는 줄 아십니까?”

지난 2일 JTBC 뉴스룸 신년특집 토론회 ‘2018년 한국 어디로 가나’에서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에게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다.

신 교수는 특히 문재인 정부가 8대 핵심 선도 사업 중 하나로 꼽은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생산 전 과정에 정보통신기술이 적용된 지능형 공장)’ 정책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정부가) 2020년까지 (스마트 팩토리를) 3만 개를 만든다고 했다. 굉장히 좋다”면서도 “(하지만) 세부 계획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공직자로서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무원들이 관성적으로 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과거 정책과 달라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총리까지 속도감 있게, 국민들께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매년 또는 사회적 관심이 모일 때마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안, 대책 방안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이라면 신 교수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정책 ‘디자이너’로서 어쩌면, 관료들은 완벽해 보인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웬만한 것들은 정부나 국회에서 이미 다 하겠다고, 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약속하지 않은 것이 없다. 다만 그 많은 계획들 중에 똑 부러지게 실천된 것은 손에 꼽는다.

<88만원 세대> 저자 우석훈 교수는 “10년 전에는 나도 좋은 정책이 좋은 사회를 만든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한다. 우 교수는 “좋은 정책을 디자인하는 것이 국정 운영의 정부가 아니다. 공개적으로, 더 많은 토론을 하는 것이 진짜로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토론하고, 어느 정도 정서적·잠정적 합의를 이룬 정책들이 진짜로 강한 정책이 된다”면서 더 많은 주체들의 참여를 담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에겐 지금보다 더 많은 참여와 비판, 토론이 필요하다.

정부의 R&D 투자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지난해 7월 26일 발표한 ‘국가R&D 혁신방안’을 살펴보면 좋은 취지로 계획되지 않은 정책들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달 17일 전국공공연구노조 소속 연구원들과 함께 진행한 집단토론회에서도 연구원들은 정책 취지와 방향에 공감했다. 다만 신 교수가 김 위원장에게 지적한 내용처럼 정부의 선언 이후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이 부재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경제 정책에서 뿐만 아니라 과학 정책에서도 정책을 어떻게 하면 근사한 단어로, 멋지게 표현할지가 아니라, 다양한 참여로, 연간 20조 원 투자에 대해 국민들이 ‘속도감 있게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