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자동차산업
2019년,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자동차산업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1.11 11:48
  • 수정 2019.01.11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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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바라보는 학계와 노동조합의 시각 차

[리포트] 2019년 자동차산업 전망 

지난 10월, 현대차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크게 떨어진 실적으로 인해 자동차산업 위기론이 쏟아졌다. 지난 8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동차산업 고용 인원(고용보험 가입자 수)은 작년 말 40만 명에서 9,000명 감소한 39만 명을 기록했다. 조선 산업이 구조조정 위기를 넘기고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2019년은 자동차산업에서 구조조정 카드를 들지 않겠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12월 19일 진행된 금속노조 토론회에서 안재원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은 “조선산업은 이제 겨우 터널 끝을 빠져나왔지만, 자동차산업은 이제 터널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동차 생산이 줄고 고용자들이 준 것은 한국지엠의 물량 축소와 군산공장 폐쇄로 인한 인원 축소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금속노조 토론회가 진행된 이틀 전인 12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조업 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1년 자동차 생산량이 466만 대로 최고 수준에 도달한 후 점차 감소하다가 2017년에는 411만 대까지 감소했다”며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현실이 됐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산업 위기에 대해 학계와 노동계는 함께 공감했지만, 위기 원인과 이후 대책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보였다.

자동차산업 위기 원인,
고임금 구조 vs 현대차 경영실패

11월까지의 한국자동차 생산량이 367만 대를 기록했다. 자동차업계는 한 해 400만 대 이상을 생산하지 못 한다면 자동차 산업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자동차 생산 축소와 실적 하락 등 국내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어디에서부터 온 것일까.

학계와 노동계는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 시장의 변화가 위기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2014년 중국 시장 점유율 9%를 차지했던 현대·기아차는 사드(THAAD)문제가 터지면서 작년 중국시장 점유율 4%에 그쳤다.

반면, 중국 로컬기업들은 합리적인 가격뿐만 아니라 품질도 개선하면서 빠르게 경쟁력을 향상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내수시장 뿐만 아니라 주요 수출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위기 원인은 원·하청 불공정거래다. 학계와 노동계는 불공정 거래로 인해 누적된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원청이 경영실적으로 인한 부진을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구조가 한계에 봉착했다고 설명했다.

조철 연구위원은 “매출액 대비 임금비중을 살펴보면 도요타는 6.4%, 폭스바겐은 9.5% 수준”이라며 “반면 한국 완성차 5개사 평균은 12.2%로 경쟁사들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며 고임금 구조가 위기에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경영상황에 상관없이 인상된 임금이 왜곡된 임금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다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재원 금속노조노동연구원장은 “현대·기아차의 부진은 판매전략 실패와 품질문제에 따른 대규모 리콜비용 증가 문제가 주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세계 시장에서 SUV 소비가 증가했지만, 현대·기아차는 세단 생산에 집중에 소비 변화에 빠른 속도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또한, 지난 2015년과 2017년 현대·기아차는 미국공장의 생산 결함문제로 총 166만 대 차량 리콜을 진행한 바 있다.

 

위기 대응,
비용구조 전환 vs ‘노조 혐오’ 탈피

다가오는 2019년 자동차산업이 위기를 탈피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조 연구위원은 비용 구조를 적절하게 전환한다면 자동차산업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사 대화를 통해 탄력근로시간, 직무 전환, 배치전환 등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해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안 금속노조 노동연구위원장은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어디에서 오는지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며 “실적 부진 원인은 현대·기아차의 재고 증가와 오더 부족으로 2018년 3분기 공피치(생산라인에 제품이 없이 빈 벨트로 흘러가는 것)가 약 10만대에 이른다”고 반박했다.

이어서 “이번 기회에 원·하청 불공정 거래에 대한 문제를 정확히 지적하고 분명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노조가 책임감을 가지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연구위원은 미래자동차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한국은 올해 1~10월동안 약 20만 대의 친환경자동차를 생산했다. 이 중 약 14만 대를 수출해 그 비중이 67%에 달한다.

그는 “전기자동차부문에서 국내업체들이 올해 세계 선두권에 진입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전기자동차의 경우 자동차 생산보다는 핵심부품인 2차 전지 개발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은 “최저임금, 탄력근로제 등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있는 국면에서 사회적 담론에 대한 투쟁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노동조합이 수세적 국면으로 몰려있는 형국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대비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조의 사회적 역할을 보여줘야 한다”며 “자동차 산업의 고질적 문제인 원·하청 불공정 거래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행동에 나서 설득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