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여, 노동조합 울타리 안으로 JUMP!
청년들이여, 노동조합 울타리 안으로 JUMP!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1.11 11:48
  • 수정 2019.01.11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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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노동점프' 바이럴 영상 공개

[리포트] 한국노총 <노동점프>

일터에서 발생하는 임금체불, 갑질, 꼼수, 성희롱 등 여러 문제로부터 노동자를 지켜줄 수 있는 노동조합. 그러나 노조가 생소한, 노조 경험이 없는 20~30대 청년들에게 노조 문턱을 넘기란 여전히 어려운 일.

그럼에도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 지난해에는 노동조합 불모지로 불렸던 IT업계에 노조 바람이 불면서 20~30대 청년들도 노조에 대한 인식을 키워나가고 있다. 지금의 작은 불씨를 살리기 위해 노조도 변화해야 할 때, 지난달 한국노총이 연말연시를 맞아 공개한 <노동점프> 바이럴 영상(https://youtu.be/nMS4oQwGdjo)을 보면 노조가 청년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노동점프' 영상 갈무리
'노동점프' 영상 갈무리

청년들 사로잡으려면 이 정도는 돼야지

“어휴, 우리는 눈이 침침해서 자막이랑 말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면 뭐가 뭔지 알아듣기 힘들어.”

한국노총 간부와 <노동점프> 영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노동점프> 영상의 타깃층이 아닌 중년들은 이 영상을 어떻게 봤는지 물어보았더니 위와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노동점프> 영상 속 빠른 화면 전환과 속사포 랩은 중년들에게는 낯설고 공감하기 어려울만하다.

그렇다면 <노동점프>의 타깃층인 청년들의 반응은 어떨까? 20~30대 주변 지인들에게 영상을 보낸 뒤 간단한 감상평을 부탁했다. “잘 만들었다. 끝까지 보게 되는데?”, “컨셉(콘셉트) 완전 잘 잡았네.”, “요즘 힙합 좋아하는 사람도 많은데 개사도 잘했네.”, “오, 고퀄(高quality, 고퀄리티의 줄임말로, 품질이 높다는 뜻)” 등등 생각했던 것보다 긍정적인 감상평들이 돌아왔고, 쉽고 재미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영상의 타깃층이 SNS를 활발히 이용하는 20~30대 청년들이라는 점, 기획 초기단계부터 ‘무조건 쉬워야 한다,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는 주문을 걸며 만든 영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성공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가 뭉치면 얼마나 센지 니들이 알아?

<노동점프> 영상은 직장 내 ‘을’인 ‘김 대리(개그맨 김대범)’가 상사의 갑질에 서러움을 느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다는 사직서. 하지만 김 대리가 꺼내 든 것은 사직서가 아닌 분홍색 복면이다. 이어, 분홍색 복면을 쓴 김 대리는 ‘을’에서 ‘노동자들의 히어로’로 변신한다. 노동자들의 히어로가 내뱉는 랩은 ‘쥐꼬리만 한 월급 받고 주말에도 쳐 박혀서 일하는 기분을 니들이 알아?’라는 한 맺힌 일침과 함께 시작된다.

갑질, 꼼수, 임금체불, 과로사야 기다려라. 이 세상에서 노동자는 절대 지지 않아.

계획대로 되고 있어,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 인권 점프, 노동 점프, 와다다다다다다―

쉴 곳도 없는데 억지도 쉬래, 몇 푼 안 되는 돈 안주는 수작.

출근은 있는데 퇴근은 없대, 권력을 남용한 갑질의 시작.

알바는 주휴수당 안 줘도 된대, 법의 망 피해 뭘 얻으시려고.

이대로 당할 거라면 착각, 사실 다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다.

(이하 생략)

이번 영상은 ‘쇼미더머니 777’에 출연해 큰 화제를 낳은 ‘마미손’을 패러디한 것으로, 마미손 <소년점프>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수 3,200만 회를 기록하는 등 청년들에게 돌풍을 일으켰다.

한국노총이 이번 노조 홍보영상 아이템으로 마미손 패러디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첫 번째는 청년들에게 친숙하다는 것, 두 번째는 복면을 쓰고 갑질을 응징하는 노동자들의 히어로라는 캐릭터가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랩에 등장하는 갑질, 꼼수, 임금체불, 성희롱 등의 문제는 청년들도 일터에서 흔히 접하는 문제들이기도 하다.

<노동점프> 영상을 기획한 황희경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 차장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가 기획의 첫 목표였다”며 “재미있고 단순해야지 청년들과 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번 영상을 통해 아직도 노동조합을 무겁고 접근하기 힘든 곳으로 생각하는 이미지를 깨보고 싶었다”며 “특히, 노동조합 울타리 밖에 있는 다수의 청년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 영상을 통해 노동조합에 한 발짝 다가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한국노총
ⓒ 한국노총

노동자들의 히어로 역할은 최근 유튜버 활동으로 전성기를 맞이한 개그맨 김대범 씨가 맡았다. 김대범 씨는 섭외 요청을 받았을 때만 해도 한국노총이 뭐하는 곳인지 몰랐다고 한다. 이후 한국노총을 인터넷으로 검색한 뒤, 이번 영상이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는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섭외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영상에 나오는 ‘을’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시원한 랩은 래퍼(음악노동자) 송한솔 씨가 맡았다. 송한솔 씨 역시 쉬는 시간 없이 노동에 시달린 경험이 있어 공감과 열정을 담아 몰입도 높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전한다.

촬영에 들어간 지난 11월, 야외 촬영을 도와주지 않는 날씨와 미세먼지 때문에 속을 끓이기도 했지만 모두의 땀방울을 담은 결과물이 나왔다. 황희경 차장은 “한국노총 안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친구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며 “무엇보다 영상을 보고 ‘이 영상 우리 꺼야?’라고 물으며 관심을 가져주신 한국노총 간부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며 웃었다. 이어서 “영상을 보고 사무실에서 말없이 ‘엄지척’을 표현해주시는 분들도 많았다”며 “엄지척은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페이스북, 유튜브 좋아요)에서도 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노조가 익숙하지 않은 청년들, 그렇다면 청년들에게 노조는 계속 어려워야 하는 걸까? 한국노총은 이 작은 고민과 질문에 답하기 위한 기획을 앞으로도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