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 중형조선소 대책 두고 말말말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 중형조선소 대책 두고 말말말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1.11 11:48
  • 수정 2019.01.11 1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포트] 중형조선소 대책

지난 11월 22일,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가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이하 활력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4월 발표한 ‘조선산업 발전전략(이하 발전전략)’ 이후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두 번째 조선산업 정책으로, 정부는 “과거 조선산업 정책이 주로 중대형조선사를 대상으로 구조조정과 미래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활력제고 방안은 중소조선소와 기자재업체를 대상으로 금융, 고용 등 당면 애로 해소와 함께 새로운 시장과 일감 확보에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정부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 발표에 따른 실질적 중형조선소 대책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이번 활력제고 방안에서 중형조선소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 ⓒ STX조선해양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 ⓒ STX조선해양

조선산업의 허리가 무너지고 있다

흔히 중형조선소를 조선산업의 허리라고 표현한다. ‘대형조선소-중형조선소-기자재업체’라는 조선산업 생태계 안에서 중형조선소는 대형조선소와 기자재업체 사이에 있는 중간이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첫 시작은 중·소형조선소였다. 조선산업 1차 구조조정 시기로 볼 수 있는 2009년부터 부도, 법정관리, 폐업, 매각 등의 절차를 통해 다수의 중·소형조선소가 퇴출됐다. 현재 국내에 남아있는 중형조선소는 대선조선, 대한조선,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5개(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제외)로 볼 수 있다. 정부의 지원 대책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지만 조선산업의 허리인 중형조선소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종식 연세대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중형조선소가 국내 조선산업에서 사실상 존재감을 상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2010년 이후 국내 중형조선소들의 수주량 감소는 수주액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국내 조선산업 전체 수주액에서 중형조선소가 차지하는 수주액 비중도 크게 낮아지고 있다. 국내 중형조선소들은 2013년 42.2억 달러까지 수주하다가 2015년에는 수주액 13.1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이후 2016년에는 3.7억 달러, 2018년 3분기까지 7.5억 달러 수주에 그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중형조선소 대책,
“조선산업 생태계 조성 측면으로 접근해야”

지난 11월 22일 정부가 발표한 활력제고 방안의 주요골자는 ▲중소형 친환경 선박 시장창출 ▲금융, 고용 등 단기 애로 해소 ▲고부가가치 선박개발 등 중장기 경쟁력 제고다. 지난 4월 발표한 발전전략과 달리 이번 활력제고 방안은 지원 대상이 중·소형조선소와 기자재업체라는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김용휘 마스텍중공업(주) 대표와 정미경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활력제고 방안을 분석한 자료를 발표하고 이번 활력제고 방안이 중형조선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중소형 친환경 선박 시장창출을 위해 1조 원 규모의 친환경 선박 및 설비 보급 지원을 밝혔지만, 지원 내역을 살펴보면 대형조선소와 국책연구소에 혜택을 주는 LNG 친환경 선박 및 설비 보급 확대, 수조실험실 및 전기 기술개발에 집중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산자부의 입장은 다르다. 2025년까지 약 1조 원 규모인 중소 LNG연료추진선 140척을 발주하여 친환경 중소선박 시장을 창출할 계획이며, 자율운항선박 개발 등 여러 대책을 포함하면 중·소형조선소에 3조 원 이상의 혜택이 돌아간다고 밝혔다. 산자부의 발표대로라면 선박 교체사이클로 인해 글로벌 LNG시장이 성장기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LNG 추진선 분야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중형조선소 전용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보증 프로그램에 1,000억 원이 지원되기는 하지만 이는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과 같은 중형조선소 RG발급의 규모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 대표와 정 교수는 “정부가 스스로 한국 조선산업이 중형조선을 포기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침몰해가는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을 구출할 예산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며 “이는 현실적으로 재벌계열사에 속해 RG발행에 문제가 없는 중형조선소(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와 침몰위기에서 RG발행에 고충을 겪는 중형조선소 간에 불공정경쟁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산자부는 “중형선박 RG 보증 프로그램의 현재 지원규모는 1,000억 원이나, RG 소진상황을 세심하게 파악해 필요 시 관계부처와 협의하여 중소조선소 RG 보증 프로그램 예산을 1,000억 원에서 2,000억 원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산자부 측 토론자인 최남호 산자부 시스템산업정책관은 “활력제고 방안은 중견·중소형조선사가 당면한 일감, 금융 등 어려움을 해소하고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며 “정부 지원 방향은 일감, 금융, R&D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중형조선소에 대한 대책을 두고 이 같은 논쟁이 오가는 것은 중형조선소가 차지하는 위치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4월 발전전략 발표 이후 박종식 연세대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은 “발전전략의 큰 그림은 ‘대형조선소-중·소형조선소-기자재업체’가 함께하는 생태계 조성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생각하는 중형조선소인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자체가 죽어가고 있다”며 “정부는 두 중형조선소를 어떻게 살릴지를 이야기한 다음 중형조선소 지원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조선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는 중형조선소의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오랜 조선산업 불황기를 거치면서 중형조선소를 살릴 것이냐 잃을 것이냐의 기로에 놓여있었던 것이다.

박 전문연구원은 “조선산업 생태계 확보를 위해서는 개별 조선업체 차원에서 실익을 따지고 문제에 접근하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는 것이 일차적으로 필요하다”며 “이러한 점에서 조선산업 내에서 노사가 함께하는 중장기적인 발전전략에 대해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