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스트레스관리, 마음동행센터에서!
경찰 스트레스관리, 마음동행센터에서!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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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마음, 치료해드립니다

[리포트] 마음동행센터

“울었냐? 나도 그래. 나도 울었고 저 안에 짐승 같은 형사들도 자주 울어. 사람 죽은 걸 봤는데 멀쩡한 놈이 어디 있겠냐. 그러니까 잡아야지. 야, 우리도 이렇게 힘든데 유가족들은 어떻겠냐. 유가족들이 흘린 눈물은 바다 같을 거다. 거기서 우리가 덜어줄 수 있는 양은..
이 정도밖에 안 돼. 그니까, 그런 생각으로 그런 죽을 각오로 범인을 찾아내서 수갑을 채우는 거, 그게 우리 일인 거야. 그.. 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뭐든, 잘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

드라마 시그널 中

지난 2016년 방영된 드라마 ‘시그널’에서 사건 현장을 경험한 형사가 눈물을 훔치고 있자 선배 형사가 위로하는 장면이 있다.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경찰들이지만, 이들은 마음 속 고통을 표현하지 못 하고 혼자서 감내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은 지난 2014년부터 경찰들의 마음건강을 위해 ‘마음동행센터’를 개소했다.

트라우마 치료부터 스트레스 관리까지

마음동행센터는 지난 2013년 8월 시범운영을 시작해 다음해인 2014년에 정식 운영한 상담센터다. 경찰은 직무특성상 살인·성폭력·교통사고 등 참혹한 사고를 수시로 목격하고, 피해자 및 유가족 조사·지원 등 사건처리 과정에서 트라우마 등 정신적 손상 위험이 높다.

처음 센터를 개소했을 때 이름은 ‘경찰 트라우마센터’였다. 하지만, 센터를 운영하면서 꼭 트라우마 문제만이 아닌 업무상으로 겪는 스트레스 등 다양한 주제로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도 많았다. 작년에는 공모를 통해 지금의 ‘마음동행센터’로 이름을 바꿨다.

2014년, 서울과 부산, 광주, 대전에 마음동행센터를 개소한 이후 작년에는 서울과 경기남부 2곳, 올해는 강원과 대구, 제주에 3곳을 추가로 신설해 현재 전국에는 9개 센터가 운영 중이다.

상담 과정은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트라우마나 스트레스 고위험부서로 여겨지는 형사부나 지구대, 파출소, 교통부 등 외근 부서들을 대상으로 순번을 정해 스트레스 검진을 진행하는 지정 상담이 있다.

바이오피드백이라는 측정기를 이용해 심박, 호흡, 근긴장도를 확인하고 신체적인 스트레스 반응을 측정한다. 또한, 체크리스트를 통해 우울이나 불안, 긴장에 대한 기분을 셀프 진단 후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두 번째는 자발 상담이다. 말 그대로 본인이 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예약을 통해 센터를 찾는다. 상담을 통해 겪고 있는 어려움과 문제를 파악한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정신과적 진료도 연계해 상담을 진행한다.

상담은 기본적으로 일주일에 1회씩 10회 정도 진행한다. 상황에 따라 더 빨리 마무리되거나 길게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기본적으로 약 2~3개월간 상담이 진행되는 셈이다.

센터를 이용하는 경찰 수도 점차 늘고 있다. 처음 센터가 개소한 2014년도에는 1,279명이었지만, 2017년에는 2,511명으로 그 수가 늘었다. 지난 4월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센터 이용 후 우울 등 마음건강 위험도가 42% 감소하고, 주의집중력이나 인지속도 등 치안역량은 8% 증가했다.

센터가 시범운영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약 5년 동안 경찰들의 상담을 진행한 송지연 상담사는 “최근 사회 분위기가 심리 상담이나 정신과 치료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어렵고 낯설게 보이는 면이 있다”며 “특히, 경찰은 강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 보니 센터를 찾아오는 것에 대해 염려를 많이 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대민업무부터 사건현장까지
경찰이 겪는 스트레스는?

송 상담사는 대민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찰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술 취한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폭언이나 욕설로 힘들어 한다”며 “시민들이기 때문에 맞대응을 할 수 없고 참는 과정에서 다치는 경우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사건 현장에서 직접 뛰는 경찰의 트라우마는 어떨까. 대부분 경찰이라면 당연한 업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적응한다. 하지만, 아무리 익숙해져도 트라우마는 존재한다. 송 상담사는 “대체로 적응을 하지만 사건 현장에서 겪게 되는 냄새는 쉽게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며 “사건 현장을 많이 오가지만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다”고 그들의 고충을 말했다.

경찰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 경찰들은 끔찍한 상황을 겪게 되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경찰이니 당연한 일이라 하더라도 갑작스러운 스트레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송 상담사는 “갑작스러운 스트레스에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 당황스러워하며 센터를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며 “어떤 사람이라도 사건현장을 보면 힘들고, 감정적인 동요가 생길 수 있다”고 안심시킨다. 한 두 번의 상담으로 이겨내는 경찰도 있다고 한다.

여경은 경찰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더불어 그들만의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남성들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소수의 여경들이 눈에 띌 수밖에 없어 행동하는 데 신경도 많이 쓰고 조심해야 하는 면이 있다. 출산·육아가 보장된다고 하지만 워킹맘들이 가지고 있는 육아에 대한 고충도 크다. 휴직 기간이 끝나고 복직할 때 공백기에 대한 걱정도 많다고 한다.

끔찍한 사건 현장 자체가 힘들기도 하지만, 경찰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연과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다. 특히, 아동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을 맡은 경우에 자신의 아이가 생각나 더욱 더 안타까워하는 경찰들이 많다고 한다.

오랜 시간 경찰 업무를 하게 되면 예민함이나 의심이 늘어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여러 사건들을 접하면서 범죄자들과 피해자들을 만나다 보니, 세상이나 사람에 대한 관점이 부정적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날카로운 상태에서 업무를 마치고 가정으로 돌아가 자녀들이나 배우자와 대화를 할 때 부드럽게 대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송 상담사는 “냉정한 마음으로 업무를 한 후 정서적으로 스트레스를 풀어내고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업무에 쫓기다보니 사람이 딱딱해지고 무감각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송 상담사는 “스트레스에 대한 정보와 이완 방법을 알려주면 빠르게 안정을 찾는 경찰도 있다”며 “어떤 이유로 일어나는 스트레스 반응인지 알고 관련 정보를 명확하게 아는 것만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처음에 의심과 효과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던 경찰들도 상담을 진행한 후에 만족을 느끼고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5년여 간 마음동행센터에서 상담사로 활동하면서 여러 경찰들과 상담을 한 송 상담사는 “불안에 대한 불안이 생겨 어려움을 겪는 경찰도 있지만 제대로 된 정보만 알아도 상황이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고 그간의 시간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마음을 터주고 상담을 진행하면서 제안하는 것들을 너무 열심히 하고 오히려 상담사를 챙겨주는 면들이 있다”며 “상담 후 트라우마나 스트레스를 극복하면 그 자체가 항상 굉장한 보상으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마음이 아프면 상담을

2014년부터 지금까지 마음동행센터를 운영하면서 경찰들이 부서나 업무에 따라 느끼는 어려움이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센터는 업무별로 어떤 부분들을 더 중점적으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정상담 역시 좀 더 차별을 둘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각 센터 상담사들은 맞춤별 상담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연구를 시작했다.

또한, 최근에는 ‘긴급심리지원’도 운영하고 있다. 어떤 큰 사건으로 인해 경찰들의 트라우마가 염려된다고 판단하면 직접 상담사가 찾아가 심리적인 케어를 진행하는 것이다.

송 상담사는 “센터가 그동안 조금씩 커져가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프로그램을 정례화 하고 절차를 다듬어 매뉴얼을 다지는 시기”라며 “소규모 센터로 있을 때는 개인적인 연락으로 해결했지만 이제는 더 체계를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경찰청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3개씩 센터를 개소해 각 지방청마다 하나의 센터를 두는 것을 목표로 계획하고 있다.

센터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은 무엇일까. 송 상담사는 “작년까지만 해도 각 센터에 한 명의 상담사만 있어 자발 상담을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이제는 최소 2명이나 3명으로 충원된다고 하지만 전체 경찰 인원이 12만 명 정도인 걸 감안하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우리 삶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주는 직업이다. 중요한 일을 하지만 그만큼 시민들에게 좋은 소리를 듣기 쉽지 않다. 일선에서 열심히 일 하면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있지만 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은 경찰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송 상담사는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존중받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데 존중받지 못 하는 일을 하는 것 같다고 자조 섞인 말을 하는 경찰도 있다”고 전하며 경찰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센터가 점점 전국적으로 확대돼 가고 있지만 혹시 모를 불이익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고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 하는 경찰들도 있다. 송 상담사는 “힘든 것을 혼자 가지고 키우면서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상담 하러 오는 것 자체가 대처를 굉장히 잘 하고 있는 것”이라며 “비밀을 보장하고 절대 어떠한 불이익이 가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신뢰하고 센터에 찾아와 마음건강을 챙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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