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마지막 공개토론회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마지막 공개토론회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1.24 20:23
  • 수정 2019.01.24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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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중심-객관적 기준 마련 등 다양한 의견 개진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 .co.kr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 .co.kr

오늘(2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위한 마지막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10일과 16일 두 차례 전문가 토론회에 이은 세 번째 토론회로, 전문가 외에도 청년, 여성, 장년 등 계층별 국민 대표와 언론인이 함께 참여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일 최저임금 결정체계 초안을 발표했다.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최저임금의 상·하한 구간을 결정하는 ‘구간설정위원회(전문가)’와 구간 내 최저임금안을 심의·의결하는 ‘결정위원회(노·사·공 동수)’로 이원화하고, 최저임금 결정 시 경제 지표 등을 고려하도록 한 것이 정부안의 골자다.

현재 최저임금은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매년 6월 29일까지 다음해의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있다.

이날 토론에는 권순원 교수(숙명여대), 김강식 교수(항공대), 노용진 교수(서울과기대), 이상민 교수(한양대), 황정애 회장(대한은퇴자협회), 이영희 사무국장(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정초원 운영위원(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강진구 기자(경향 신문), 신준섭 기자(국민일보) 등이 패널로 참가하고 이철수 교수(서울대)가 좌장을 맡았다.

시민단체, 당사자 중심으로 최저임금 결정돼야

정부안에서 구간설정위원회는 전문가로 구성된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주체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최저임금 결정 후 사회적 갈등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다.

정부는 전문가 9명을 구간설정위원회 위원으로 두고 노사정이 각 5명씩 모두 15명을 추천한 뒤 노사 양측이 3명씩 순차 배제하는 방안, 노사정이 각 3명씩 추천해 9명을 구성하는 방안 중 하나를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안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당사자 목소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영희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최저임금 결정이) 전문가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전문가들의 논의를 기초로 삼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저임금법의 취지에 맞게 노사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더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 대표들이 노동자들을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황정애 대한은퇴자협회 회장은 “양대노총이 모든 근로자 대표인지 모르겠다. 그 분들이 최저임금을 받아야 할 정도인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황 회장은 “일자리는 민간이 만든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장노년 일자리가 제일 먼저 줄어 든다”며 “이렇게 장노년층 인구가 많은데, (장노년층) 일터에 관해 논해 본 적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 심각하다"면서 "먹고 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

청년을 대표한 정초원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운영위원도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에 양대노총 위주로 들어가기보다는 저임금 근로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작년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에는 사회학과, 사회복지학과 공익위원이 포함됐지만 그동안은 경영학, 경제학, 국책 연구원 분들이 많았다”며 “지금 정부 개편안도 부교수 이상 등 공익위원에 조건을 달아 특정 분야와 직군에 한정 짓는 것 아니냐. 교수뿐만 아니라 현장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다양한 공익위원 구성을 주문했다.

학계, 객관적인 결정 기준 마련해야

학계 참석자들은 정부 초안의 취지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면서도 결정 기준을 보다 정형화,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결정체계 이원화 방안으로 그동안 나타났던 교섭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다만 결정 기준을 조금 더 단순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 교수는 “정부가 ‘기업지불능력’을 하나의 기준으로 제시했는데, 여러 곳에서 논의됐다시피 최저임금법은 근로기준법과 달리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해, 전부 적용이 된다. 지불능력을 표준화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정치적 논란을 수반할 수 있는 기준을 포함하기 보다는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소득분배 개선 관련 지표 등으로 추려서 단순화 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김강식 항공대 교수도 “프랑스와 독일처럼 (최저임금 결정) 공식을 만들어야 한다. 기준을 둘러싸고 논란과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프랑스는 물가인상률, 실질임금인상률, 정부 재량 등 세 가지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독일도 기준이 3~4개 정도”라고 설명했다.

향후에는 최저임금을 기업 규모별, 업종별 등으로 차등화해서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용진 서울과기대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지불 능력 격차가 크기 때문에 영세 상공인 쪽 지불 능력을 감안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한양대 교수는 “전문가위원들이 제시한 최저임금 구간이 공감을 얻기 위해선 정량적으로 자료가 확보돼야 한다. 다양한 사례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변수의 유형화를 통한 객관성 제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는 “얘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논거점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강 기자는 “최저임금 취지는 적정임금 보장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데 있다”며 “최저임금에 시장 논리와 더불어 헌법 제32조 제3항, 인간의 존엄성 보장 정신을 담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사 대표가 주도해야하고 공익위원들은 노사 결정에 필요한 참고 자료를 제시하는 정도에 머물러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노사 대표들의 책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정부 개편안 내용 발제를 맡은 김경선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이 10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구두로 설명을 마치는 등 ‘대국민 토론회’란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들이 보였다. 또 국민의견을 수렴하는 토론회라기엔 장내가 썰렁한 분위기였다.

정부는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는 온라인 설문을 끝으로 의견 수렴을 마치고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최종안을 가지고 다음 달 임시국회 때 입법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