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경사노위 참여 또 무산(종합)
민주노총 경사노위 참여 또 무산(종합)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1.29 00:32
  • 수정 2019.01.29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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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대대서 마라톤 토론 이어졌지만 결국 결론 못내
28일 서울 강서구 KBS스포츠월드 아레나홀에서 제67차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가 열렸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28일 서울 강서구 KBS스포츠월드 아레나홀에서 제67차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가 열렸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위원장 김명환)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가 또다시 무산됐다.

민주노총은 28일 서울 강서구 KBS스포츠월드 아레나홀에서 열린 정기대의원대회(정기대대)에서 장시간 마라톤 토론을 이어갔음에도 경사노위 참여 건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새로운 사업계획을 만들어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정기대대 전부터 경사노위 참여 의지 피력했지만…

민주노총 정기대대는 민주노총 100만 조합원을 대표하는 대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벌이는 토론의 장이다. 이날 정기대대에는 1,273명 대의원 중 900여 명이 참석해 정기대대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28일 민주노총 정기대대에서는 ▲2018년 사업평가 및 결산 건 ▲2019년 사업계획 및 예산 승인 건 ▲2015년 총파업 투쟁기금의 희생자기금 전환 사용의 건 ▲정부위원회 회의비 등 사용 관련 특별회계 설치의 건 ▲결의문 채택 건을 두고 토론이 이루어졌다.

이날 정기대대에서 가장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안건은 단연 2019년 사업계획 중 하나인 ‘경사노위 참여 건’이였다.

경사노위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를 위해 만들어진 대화기구로, 중단됐던 사회적 대화를 복원하기 위해 지난해 1월 기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개편한 것이다. 이후 지난해 11월 22일 공식 출범했지만, 민주노총은 지난해 10월 임시대대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면서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오늘 정기대대까지 미뤄놓은 상태였다.

앞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촛불 이후 하지 못했던 사회대개혁을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 실현해 나가겠다”면서 경사노위 참여 의지를 수차례 피력해왔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참여 건’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한국사회에 만연한 사회 양극화 및 불평등 구조를 극복하고 노동기본권 및 사회안전망을 확대하기 위해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주도할 것”을 밝혔다.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좌)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우)이 제67차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회의 진행을 하고 있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좌)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우)이 제67차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회의 진행을 하고 있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경사노위 조건부 참여부터 불참까지, 제출된 수정안 모두 불발

이날 정기대대에는 경사노위 참여 건을 두고 3개의 수정안이 제출됐다.

1148번 대의원(김현옥 전교조 대의원)은 “경사노위는 노동자 양보를 압박하고 정부정책을 관철하는 수단”이라고 비판하며 경사노위 불참을 수정안으로 제안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고용 위기와 고용 악화를 배경으로 친자본 입장을 노골화하고 있는 가운데 경사노위는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압박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가맹·산하조직은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불참 방침에 따라 경사노위 산하 위원회에 개별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경사노위 ‘조건부 참여’를 제안했다. 463번 대의원(황우찬 금속노조 사무처장)은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려면 노정간의 최소한의 신뢰조치가 필요하다”며 “▲탄력적근로시간제 개악 철회 ▲최저임금제도 개악 철회 ▲노조법 개악 철회 및 ILO 핵심협약 정부비준 ▲노정교섭 정례화 요구 등 4대 조치가 선행되지 않는 한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고, 노동개악 저지와 노조 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총력투쟁을 결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설산업연맹, 보건의료노조, 서비스연맹, 사무금융연맹 등 8개 산별대표자 이름으로 제출된 수정안은 16번 대의원(홍순관 건설산업연맹 위원장 권한대행)이 제안했다. 이들은 ‘투쟁과 교섭을 병행’하는 안을 제출했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노정교섭·산별교섭(공공 대정부교섭 포함)의 틀로 경사노위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단서조항으로 “정부가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제를 개악하여 국회 강행 처리 시 경사노위를 즉시 탈퇴하고, 문재인 정부에 맞서 즉각 총파업 투쟁에 돌입한다”는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제출했다.

3개 수정안에 대한 찬반 토론을 거치고 표결에 들어갔다. 투표 결과, 경사노위 불참 수정안(재석 인원 958명 중 331명 찬성), 금속노조의 경사노위 조건부 참여 수정안(재석 인원 936명 중 362명 찬성), 투쟁과 교섭 병행 수정안(재석 인원 912명 중 402명 찬성) 모두 부결됐다.

이후 집행부의 원안(경사노위 참여 건)을 가지고 토론과 표결을 진행하자는 몇몇 대의원들의 발언이 있었지만, 김명환 위원장은 “수정안 논의 과정 속에서 집행부에서 제출한 원안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경사노위 참여 건은 더 이상 다루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김명환 위원장의 발언은 논란을 일으켰다. “위원장 직권으로 원안을 철회·폐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원안에 대한 토론과 표결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과 “원안은 이미 폐기됐기 때문에 더 이상 원안을 다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날 정기대대는 김명환 위원장의 “새롭게 사업계획 짜서 임시대의원대회 소집하겠다”는 발표로 끝이 났다. 손지승 민주노총 부대변인은 “새롭게 사업계획을 짜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할 계획이며, 새로운 사업계획에는 경사노위 참여 건이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같은 날 한국노총도 상임집행위원회를 열고 경사노위를 비롯한 사회적 대화 중단 가능성을 시사해 향후 경사노위 활동과 관련해 빨간 불이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