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가 없어 수레에 앉아 쉬는 마트 여성노동자
의자가 없어 수레에 앉아 쉬는 마트 여성노동자
  • 송준혁 기자
  • 승인 2019.01.29 18:32
  • 수정 2019.01.29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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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여성노동자 노동실태 토론회...근골격계 질환 대책과 의무휴업 도입 필요
마트산업노동조합 롯데마트지부 이현숙 사무국장이 마트노동자의 노동실태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 송준혁 기자 jhsong@laborplus.co.kr
마트산업노동조합 롯데마트지부 이현숙 사무국장이 마트노동자의 노동실태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 송준혁 기자 jhsong@laborplus.co.kr

“휴게실이 너무 멀고 의자도 없어서 L카(물건 운반용 수레)에 앉아서 쉰다.”

“기계도 이 정도로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한시간에 1,200 팩 정도를 포장한다.”

“여성 근로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어깨, 허리, 손목 통증을 호소하는 직원이 많아졌다.”

마트여성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고발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29일 오후 3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마트여성노동자의 노동실태와 쉴 권리 찾기 토론회’는 국내 3대 대형마트 현장노동자들의 증언을 시작으로 노동환경 실태조사와 쉴 권리 보장 제도화의 필요성에 대한 발제와 토론으로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동원F&B노동조합, 마트산업노동조합, 이랜드노동조합,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 일과건강,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공동주최로 진행됐다.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는 마트노동자

마트 작업장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대해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30년 전 대다수의 업무상 질병자가 진폐증에 시달렸다면 지금은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며 “복잡한 고용구조로 관리 주체가 부재하여 실제 존재하는 근골격계 질환자가 통계에는 추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보다 많은 근골격계 질환자가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또한 이윤근 소장은 “캐셔들의 작업은 어깨 회전근에 심각한 무리를 주는 작업이기 때문에 장시간 서서 일하는 작업은 하지정맥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마트노동자들이 업무상 질병에 노출돼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마트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이 소장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요구하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며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의 참여를 주문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직접 평가하는 틀을 만들어서 적용하자”고 제안하고 “고객 우선주의 보다는 배려하고 존중하는 노동문화와 노동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무휴점제, 노동자의 건강권과 직결된다

마트노동자의 노동실태에 대해 대형마트의 쉴 권리문제가 사회적으로 재논의 될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대형마트의 노동조건, 특히 건강 부분에서 낮은 만족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몸이 아파도 인력부족 때문에 출근할 수밖에 없는 조직문화, 즉 프리젠티즘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마트는 노동시간이 양극화된 일터”라며 “의무휴점에 관한 부분은 비직영노동자에게도 필요한 권리”이며 이와 관련해 정기휴점제에 대한 요구들이 높게 나타나는 것을 설명했다.

김종진 부소장은 유럽지역 유통 소매점의 영업일, 영업시간 규제 현황을 사례로 들며 의무휴점 제도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경제자유화 흐름에 따라 EU에서도 의무휴점제가 완화되고 있지만 그마저도 우리나라 보다는 높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에게 “마트마다 ‘2월 6일은 정상영업일입니다’라고 붙어있는 것을 보셨냐”고 물으며 발제를 이어간 김 부소장은 “명절 당일만이라도 쉬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EU 주요 국가에서 시행중인 특별휴점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경사노위 같은 이해당사자들과의 채널이 중요하고 실무협의체를 구성해서 종합적 플랜이 지속적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두 발제를 마친 후에는 정민정 마트산업노동조합 사무처장,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이근규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 사무관, 송오영 국가인권위원회 사회인권과장이 마트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인권증진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