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 속옷 '브레이브맨' 만드는 대구모자복지회에 무슨 일이?
군용 속옷 '브레이브맨' 만드는 대구모자복지회에 무슨 일이?
  • 박재민 기자
  • 승인 2019.01.30 14:33
  • 수정 2019.01.30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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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횡령·배임 혐의로 경영진 검찰 고발
노조 “새 경영진의 결정 이해할 수 없다”
사측 “회사 운영 이어가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
ⓒ 황유경 대구모자복지회노조 위원장
ⓒ 황유경 대구모자복지회노조 위원장

대구미망인모자복지회(이하 모자복지회)는 전사한 군경 가정의 자립을 돕고 복지를 지원할 목적으로 1972년 5월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이다. 애초 설립 취지는 전몰군경 배우자를 돕는 데 있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그 수가 줄면서 현재는 미혼모, 이혼 여성, 사별 여성 등 모자가정을 대상으로 영역을 확장해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수익사업체도 운영하고 있는데, 대구광역시 수성구 파동(제1공장), 지산동(제2공장), 두류동(제3공장)에 공장을 두고 ‘TBM(The Brave Man)’이라는 상표로 내의 같은 군용 피복을 만든다. 2018년 7월부터 국방 상용물자 구매 업무가 방위사업청에서 조달청으로 이관돼 최저입찰제 방식으로 군용 피복 납품 업체가 선정되기 전까지는 경쟁 입찰에 참여하는 대신 수의계약을 통해 방위사업청 주문을 받아 납품했다. 전몰군경 유족에 대한 지원 차원에서 모자복지회가 수익 사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가 혜택을 준 것이다.

전 대표이사의 횡령과 악순환

모자복지회 수익사업체 내부에 본격적으로 문제가 생긴 건 2012년 12월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이 수익사업체 전 대표이사였던 A씨를 사기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부터였다. 검찰은 A씨가 2010년 7월부터 2년 넘는 기간 동안 속옷 원단을 공급하는 B업체에 대금을 과다 지급한 후 일부를 돌려받는 식으로 모자복지회 수익사업체 자금을 빼돌렸다고 봤다.
황유경 미망인모자복지회노동조합(이하 모자복지회노조)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사측이 전임 대표 A씨 소송비용을 복지회 예산에서 지불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사측은 “전임 대표가 사직하기 직전 이사회를 소집해 변호사 선임 비용을 사측이 부담하는 것으로 정해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2017년 전임 대표에게 소송비용을 포함해 약 8억 원 정도를 받아냈다”고 말했다.
검찰이 A씨를 기소한 이후 지속적으로 자금난에 시달린 모자복지회는 피복 생산에 필요한 원단 구입비를 마련하지 못해 휴업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임금 체불도 되풀이됐다. 임금 체불이 반복될 때마다 노동자가 이탈했고 사업 규모도 지속적으로 축소됐다. 2013년 총 180명이던 직원 수는 2017년 57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총 매출액도 약 96억 원에서 60억 원으로 30% 가까이 떨어졌다.

노조 “새 경영진의 결정 이해할 수 없다”
사측 “회사 운영 이어가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

2013년 3월 선임된 새로운 경영진은 그해 12월 방위사업청이 지급보류한 물품 대금에 대한 지급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금을 받아 원단 구매를 재개해 사업을 이어가보려는 시도였다.
모자복지회 수익사업체는 2015년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한 물품 대금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보류된 물품 대금과 지연 이자로 78억 원 정도를 받을 수 있었다. 모자복지회노조는 새로운 경영진이 이 돈도 부적절한 방식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신임 경영진은 방위사업청에서 돌려받은 대금을 B업체 물품대금 정산에 먼저 사용했다. 당시는 2015년 1월부터 7월까지 임금이 체불돼있는 상황이었다. 사측은 정상적인 회사 운영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노동조합은 체불된 임금 해결보다 A씨 횡령에 가담한 B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 어떻게 우선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사측은 이에 대해서도 “전임 대표 시절부터 B업체에 외상이 밀려있었다”면서 “B업체와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서라도 대금 지급을 우선 완료할 필요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반면 모자복지회노조는 횡령으로 물러난 전 대표이사 A씨 범죄에 협조한 B업체와 거래를 지속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B업체의 원단 공급 가격이 타 업체보다 비싼데도 경영진이 거래를 계속하는 배경이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실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군용 내의(삼각팬티) 원단 단가를 타 업체와 비교해보면 B업체 공급가액은 많게는 7,000원 정도 비싸다.
사측은 이와 관련해서도 “전임 대표 시절 밀린 물품대금 문제로 우리가 B업체에 끌려 다닌 면은 있다”면서도 “2013년 당시 모자복지회는 가망이 없는 상태였는데, 부도만은 막기 위해 B업체에서 원단을 받아 방위사업청 납품 기한을 맞춰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외상 대금을 갚지 않는 업체에 누가 물품을 지급하겠느냐”며 당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했다.

전임 대표 소송비 지불을 모자복지회 돈으로
사업장 폐쇄를 위한 포석?

황 위원장은 “모자복지회 수익사업체는 방위사업청과 계약 당시 타 업체에 물량 하청을 줄 수 없는 게 원칙이었는데도 C업체에 하청을 줬다”고 주장하면서 “C업체 공장의 월 임대료를 모자복지회에서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C업체가 사실상 모자복지회 수입사업체의 제3공장이라는 주장이다. 황 위원장은 “모자복지회와 C업체 간 뒷거래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위사업청과 수의 계약을 맺는 업체는 물품을 할당받으려면 중소기업청에 ‘직접 생산 등록’을 해야 했다. 황 위원장은 “현재 경영진이 노조 소속 조합원이 근무하는 제1공장은 오랫동안 직접 생산 등록을 하지 않았다”면서 “제2공장과 제3공장만 중소기업청에 등록했었다. 조합원이 소속된 제1공장을 폐쇄하려고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사측은 이에 대해 “정식으로 C업체를 모자복지회 제3공장으로 등록해 운영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제1공장을 ‘직접 생산 등록’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제1공장은 전임 대표 친인척이 운영하고 있었던 터라 미등록 상황을 잘 모르고 있었다”면서 “이를 알고 지난해 7월 등록을 했다”고 반박했다.
현재 모자복지회노조는 회사 정상화와 체불 임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대표이사 등을 검찰과 노동청에 고발한 상황이다. 지난 21일 대구지방검찰청에 모자복지회 대표이사 등 3명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10일에 ‘4개월 간 체불 임금과 3개월 치 상여금을 지급하라’며 대구고용노동청에 모자복지회를 고발한 데 이어 지난 1월 15일에는 ‘지난해 12월 임금과 상여금을 지급할 것’을 주장하며 추가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