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제 모델'에 머무는 노동법 족쇄에 갇힌 플랫폼노동자
'공장제 모델'에 머무는 노동법 족쇄에 갇힌 플랫폼노동자
  • 송준혁 기자
  • 승인 2019.0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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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노동 토론회에서 법률 정비 지적 나와
30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에서 플랫폼노동 문제를 다루는 토론회가 진행됐다. ⓒ 송준혁 기자 jhsong@laborplus.co.kr
30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에서 플랫폼노동 문제를 다루는 토론회가 진행됐다. ⓒ 송준혁 기자 jhsong@laborplus.co.kr

 

플랫폼 경제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플랫폼 노동문제와 노동기본권 확대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현재의 노동법으로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확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30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옥주의원실(환경노동위원회)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강규혁) 주최로 ‘플랫폼노동연대 출범 선언 및 플랫폼영역에 대한 노동기본권 확대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플랫폼노동연대의 출범선언을 시작으로 디지털화에 따른 노동환경의 변화와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플랫폼노동문제의 대안에 대한 발제 이후 지정토론과 참석자들의 자유토론으로 이어졌다.

본격적인 토론과 플랫폼노동연대 출범 선언에 앞서 인사말을 전한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플랫폼노동자들은 일반적인 사업장의 노동자들과 달리 특별한 노동환경에 처해있다”며 “플랫폼기업들이 고용관계나 노사관계를 부정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이성종 플랫폼노동연대 준비위원장은 플랫폼노동연대 출범을 선언하며 “플랫폼 경제는 장점도 있지만 독과점과 불안정노동, 정보통제 등의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며 “개별화된 플랫폼영역의 미조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수수료’, ‘안정된 고용’, ‘정보기본권’, ‘노동안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디지털 시대임에도 ‘공장제 모델’에 기반한 노동법

첫 번째로 발제에 나선 박제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의 노동법은 여전히 ‘공장제 노동’을 모델로 삼고 있다”며 변화한 노동환경을 ‘그물’, ‘유목민’, ‘촛불’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노동법은 사업장을 적용 범위로 삼고 있는데 플랫폼노동은 플랫폼을 매개체로 한 그물(네트워크) 형태임을 지적했다.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을 둔 사업은 법인사업과 달리 플랫폼이 직접 고용하는 노동자도 없고 직접 지시를 내리지도 않는다”며 플랫폼노동자가 자영업자로 보이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기존 자영업자와 달리 가격과 계약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전통적인 해석에서 벗어나 플랫폼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책임과 노동법 상의 종속성을 재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연계성 약화에 따라 사회보장제도에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사업장에 정착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플랫폼노동자를 현대판 유목민이라 규정한 박 연구위원은 “다양해진 노동환경에 따라 기존 사회보장제도 대신 사회적 인출권이 필요"하고 “이미 선진국에서 도입한 사회적 인출권은 고용연계형 권리가 아닌 노동자의 인격에 결합되어 있다”면서 사회적 인출권의 도입이 노동자의 인격과 자유를 보장하는 유효한 개념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촛불은 21세기 사회운동의 중요한 특징이며 노동운동도 예외가 아니다”라는 말로 박 연구위원은 마지막 키워드인 촛불을 제시했다. 개별성과 이동성이 높은 플랫폼노동의 특징을 꼽으며 “노동3권은 깃발의 상과 촛불의 상징을 과도기적으로 경험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즉, 플랫폼노동자들의 단체 행동권과 단체교섭 또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폭넓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배불리는 자본과 착취당하는 플랫폼노동자

두 번째 발제는 김성혁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준) 원장이 이어갔다. 김성혁 원장은 플랫폼경제에 대해 “플랫폼은 접근성, 편리성, 저렴한 가격, 일자리창출, 네트워크 효과 등의 장점이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공유경제라는 구실 하에 민간, 공공 모든 영역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디지털 자본주의가 확산 중”이라고 지적했다. 비시장적 영역은 사라지고 모든 영역이 상품화 된다는 것이다. “택시와 카카오 카풀의 충돌처럼 기존 산업의 쇠퇴와 고용불안을 가져올 수 있고 플랫폼 선점 시 후발주자는 시장 진입이 어렵다”면서 공유경제로 사람들이 평등해지기보다는 독과점으로 불평등이 오히려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김 원장은 “플랫폼노동의 규모에 대한 공식적 통계는 없지만 연구자에 따라 전체 노동인구의 9~30%로 추정한다”며 현재 많은 비정규직 노동이 플랫폼노동으로 전환될 것임을 시사했다. 또한 플랫폼노동자들의 노동에 대해 “금, 토, 일 근무와 야간 노동은 필수고 배달대행업체들이 기사들을 실질적으로 관리함에도 대행업체와 위탁계약으로 책임에서 벗어난다”며 위험이 외주화 되는 현실을 꼬집었다. 또 “플랫폼노동자들은 어떤 권리도 부여받지 못한다. 외국인 노동자나 특수고용 노동자 수준의 권리조차도 없다”고 지적했다.

“1953년에 만들어진 낡은 노동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한 김 원장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법과 제도의 개선과 함께 산업차원에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제안으로 발제를 정리했다. 또한 “당장 개별 기업과 교섭이 어려우므로 이해관계자들이 참가하는 사회적 협의기구가 필요하다”며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우리는 24시간 일해야 하는 종이 아니다”

발제를 마친 후에는 이철 서울노동권익센터 정책연구팀장,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한인상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강승헌 고용노동부 사무관이 지정토론을 이어간 다음 참석자들의 자유토론으로 이어졌다.

한편 자유토론 순서에서는 대리기사, 퀵서비스 노동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대리운전노동조합 서울지부 사무국장임을 밝힌 한 참석자는 “2017년 전국 대리운전 노동조합 필증을 신청했는데 반려 당했다”며 플랫폼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사각지대에 있음을 호소했다. 퀵서비스 노동자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정부가 법을 잘 지키는데 법이 안 따라간다. 예전 법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며 빠른 시간 내에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무리 발언에 나선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에 노동부, 공정위, 국토부가 나와야 한다고 의견을 냈고 정부로부터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면서 “노사정 대화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올 하반기에는 플랫폼노동자들을 위한 대책과 법률을 만들어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