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카카오모빌리티 논란 정리
택시업계-카카오모빌리티 논란 정리
  • 박재민 기자
  • 승인 2019.02.01 13:25
  • 수정 2019.02.01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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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현실 속도 못 따라가
카풀은 택시 보완재인가 대체제인가
무력한 법률 틈으로 새어나온 주장들

2015년 3월 카카오택시 서비스가 시작될 때만 해도 택시업계와 카카오는 협력 관계였다. 카카오가 택시 사업자 및 노조와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을 진행하는 등 둘은 상생하는 입장에 있었다. 서비스 도입 이후 택시 기사의 수입이 20% 늘고, 공차 시간은 17% 줄었다는 서울연구원 조사 결과를 보면 실제 카카오택시는 택시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1월 출시한 지 1년도 안 돼 카카오택시는 누적 호출 수 5,000만 건을 넘었다. 2018년 현재 카카오택시 회원으로 등록된 택시 기사는 22만 4,000여 명, 하루 호출 수는 150만여 건, 가입자는 2,000만여 명을 넘었다. 택시업계에서 ‘카카오서비스’가 보편적 서비스로 자리 잡은 것이다.

 

택시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 사이 왜 틀어졌나
택시 노동자 2명 분신하기까지

양측 관계가 틀어진 건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를 분사해 ‘카카오T’를 출시한 2017년 10월부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택시 외에 대리운전 서비스까지 한 묶음으로 엮어 카카오T를 시장에 내놨다. 모빌리티 서비스를 한 데 모아 이용자의 편의를 높인다는 목적 외에 카풀 서비스를 개시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 개시를 결정한 배경에는 카카오택시가 수익을 내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과 함께 장거리 운행을 선호하는 택시 기사들이 콜을 가려 받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택시 기사의 콜 가려 받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해 4월 내놓은 ‘스마트호출’ 서비스가 유료 논란만 키우고 이용자들로부터 외면당한 것도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를 서두른 계기가 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무엇보다 카풀 서비스는 운행 요금의 20% 수수료를 직접 받을 수 있다. 이 점이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 개시에 속도를 붙인 주요 이유가 됐을 것으로 이헌영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부 정책국장은 분석했다. 그는 “카카오모빌리티가 3,000억 원을 외부에서 투자받은 것으로 아는데, 투자자들에게 사업 역량을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카풀 서비스를 무리하게 추진한 것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2018년 2월 카풀 스타트업인 럭시를 인수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10월 17일부터 카풀 운전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10일 고(故) 최우기 씨가 분신 사망하기 사흘 전에는 시범서비스를 개시했다. 고인 사망 사흘 후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정식서비스 개시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정식서비스 개시가 연기됐다고 양측 갈등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9일 서울 광화문역 2번 출구 도로변에서 개인택시 기사 고(故) 임모 씨가 다시 분신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유서에는 ‘불법 카카오 카풀 도입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카풀 시범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이에 택시업계는 지난달 18일 택시 단체, 여당, 국토부로 구성된 사회적대타협기구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택시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 간 갈등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객자동차법 제81조 논란, 해결 방안은?
법이 시대 변화 속도 못 따라가

현재 택시업계가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개정안’ 3건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모두 여객자동차법 제81조 제1항 단서와 연결돼 있다. 해당 조항 본문은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해서는 안 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다만, 단서가 출퇴근 시간 자가용을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로 취급했다. 여기서 표현된 ‘출퇴근 시간 자가용을 함께 타는’ 형태가 카풀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 ①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이하 “자가용자동차”라 한다)를 유상(자동차 운행에 필요한 경비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 또는 임대하거나 이를 알선할 수 있다.
1.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 (이하 생략)

단서가 마련된 취지는 회사 동료들끼리 출퇴근 시간을 맞춰 차량을 함께 사용하고 동승자가 운전자에게 유류비 등을 나눠주는 ‘본래적 의미’의 카풀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엄밀하게 따지면 돈을 받고 여객을 운송하는 카풀은 문구에 기초해서만 해석할 경우 여객자동차법 제81조 제1항 본문 위반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호의행위에 가까운 ‘카풀’을 마치 계약을 맺는 법률행위로 해석할 경우 개인의 자유가 결정하는 영역을 법이 과도하게 침해할 위험이 있다. 단서 조항은 이와 같은 취지에 비춰 해석해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위 단서 조항에 관한 논쟁은 이처럼 규정이 마련된 취지는 별로 고려되지 않고 진행되는 면이 있다. 최근 논쟁은 단서 표현인 ‘출퇴근 시간’ 범위에 관한 측면에만 한정돼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출퇴근 시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단서를 “정부 허가 없이 현행법상 카풀 서비스가 가능한 근거”로 보고 있다. 택시업계가 통과를 원하는 발의 개정안들은 예외 조항을 완전히 삭제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좁게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미망이 확장된 카풀은 이제 더 이상 호의에 기한 행위로 한정되지는 않는다. 카풀은 이제 수익사업 영역으로 들어왔다. 지금 택시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가 같은 조항을 두고 전혀 다른 해석을 하는 건 시대 변화를 법률이 좇아가지 못하는 현상을 드러낸다. 단서 조항은 이제 호의행위라는 개념으로만 한정할 수 없는 상업적 카풀 행위에 대한 규정으로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관련 부처인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카풀 서비스가 가능한 시간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한 지침을 내놓지 못하고 있지만, 적어도 현행법상 카풀 서비스가 무제한 허용된다는 입장은 아니다. 2017년 카풀 서비스 업체 풀러스는 오전과 오후 정해진 시간에만 운전자와 이용자를 이어주던 방식에서 운전자가 스스로 출퇴근시간을 지정하고 운영할 수 있게 변경했다. 서비스 이용자 입장에서는 운전자마다 지정한 출퇴근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사실상 하루 종일 카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2017년 11월 국토부는 풀러스에 “여객자동차법 제81조 제1항 위반 소지가 상당하다”는 견해를 전했다.

이처럼 충돌하는 의견에 대한 법률의 조정 기능이 무력해지면서 대립하는 주장들이 저마다의 논리 체계를 지닌 채 튀어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카풀이 택시의 대체재인지 보완재인지에 관한 논쟁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이 택시 서비스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작용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택시 수요가 많은 출퇴근시간에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면 기존 택시업계 영업권을 침범하지 않고 단지 보충하는 역할만 할 수 있다는 논리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주장하는 대로 출퇴근 시간 택시의 보완재 역할로서 카풀 서비스를 이해하려면 역시나 다시 출퇴근시간의 개념이 일정한 시간 내로 고정돼야 한다. 하지만 법령은 출퇴근시간에 대한 개념을 유동적으로 개방해뒀고, 현실적으로도 유연근무제가 확산되는 시대 변화 속에서 출퇴근시간이 특정 시간 내로 포섭되기 어려워졌다.

택시업계는 위와 같은 법적 개방성과 개념적 유동성을 우려하면서 카풀 서비스가 궁극적으로 택시 산업 자체를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12월 20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카풀 비상대책위원회(위원회)’가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연 ‘제3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는 “벼랑 끝에 놓인 택시 현실 속에서 또 다시 서민택시 생존권을 말살하려는 카카오 카풀 앱 영업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는 말이 나왔다. ‘벼랑 끝에 놓였다’는 표현을 단순 수사로만 보기에는 돌아가는 상황이 가볍지 않다. 벌써 택시기사 두 명이 자기 몸에 불을 지르고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