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산업 교육·훈련 현황은?
국내 건설산업 교육·훈련 현황은?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2.01 15:55
  • 수정 2019.02.01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사·정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커버스토리] 건설산업의 오늘 ④ 교육·훈련

건설산업 교육·훈련은 기술축적, 나아가 숙련인력 양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건설산업에 있어 고용, 임금, 안전만큼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여기서 강조할 점은 건설산업 주체인 노·사·정이 교육·훈련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건설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일시적인 물량 지원을 통한 단기 부양이 아닌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건설산업 교육·훈련을 살펴보자.

ⓒ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단계별·권역별·기관별로 이루어지는
건설기술자 법정 직무교육

국내에서 실시되고 있는 건설산업 교육 중 하나는 「건설기술진흥법」 아래 시행되고 있는 건설기술자 법정 직무교육이다.

현 「건설기술진흥법」 제20조(건설기술자의 육성) 제2항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설기술인은 업무 수행에 필요한 소양과 지식을 습득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이 실시하는 교육·훈련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교육·훈련 이수 실적을 제21조 제2항에 따른 건설기술인 등급 산정에 활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른 건설기술자 교육은 교육시기 및 목적 등에 따라 최초교육, 승급교육 및 계속교육으로 구분되며, 교육 내용에 따라 기본교육과 전문교육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 기술자와 건설기술자들의 교육이 의무화된 것은 1980년부터다. 정부는 1980년 1월 1일 「건설업법」에 근거하여 건설기술자의 보수 교육을 법제화했다. 당시 정부는 사건·사고 발생으로 인한 건설산업 부실을 방지하고, 건설기술자들의 역량 제고를 위해 교육·훈련을 의무화했다.

이를 위한 건설기술자 법정 직무교육기관은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종합교육기관 6개와 전문교육기관 7개 기관이 있다(2017년 9월 기준). 종합교육기관은 건설기술교육원, 건설산업교육원, 건설기술호남교육원, 영남건설기술교육원, 건설공제조합 건설경영연수원, 전문건설공제조합 기술교육원이 각 권역별 교육을 전담해서 실시하고 있다.

전문교육기관은 건설사업관리 3개 기관(한국건설관리협회, 한국CM협회, 한국기술사회), 품질관리 2개 기관(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한국시설안전공단)이 있으며, 그 외에 측량 및 지형공간정보(공간정보산업협회), 물 관리(수자원공사) 등 각 전문 분야에 따라 관련 협회를 중심으로 교육훈련 대행 기관별 특성을 반영하여 지정돼 있다.

올해로 39년째 법정 의무교육으로 지정돼 이루어지고 있지만, 건설기술자들과 건설업계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건설기술자 교육·훈련제도 개선방안 연구>를 진행해 법정 의무교육 실효성에 대한 의문점을 정리했다.

조사 결과, 구체적으로는 커리큘럼(Curriculum, 교육과정)의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고, 교과과정에 건설 신 트렌드의 반영이 미흡하며, 교육방법 및 교육 내용의 다양성 등에 있어서도 건설 기술자의 역량 제고라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미흡하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수 건설시장의 위축으로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한 해외시장 진출이 불가피해지는 시점에서 건설기술자들의 글로벌 역량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법정 직무교육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다수 전망기관들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내 수 건설시장은 본격적인 저성장기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건설업을 둘러싼 이러한 다양한 변화는 건설의 주체로서 건설기술자들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역량을 확보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이를 위한 교육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므로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효과성이 제고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이 주최하는 전국건설기능경기대회 ⓒ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이 주최하는 전국건설기능경기대회 ⓒ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건설산업연맹, 현장성 중심 교육·훈련 실시

위에서 설명한 법정 직무교육은 설계·시공 기술자, 건설사업관리 기술자, 품질 관리 기술자 등 건설기술자 중심의 교육·훈련이다. 그렇다면 노동계에서는 어떤 교육·훈련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건설산업연맹)은 사단법인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이하 기능훈련센터)’를 만들어 취업알선과 교육·훈련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기능훈련센터의 역사는 건설산업연맹이 결성된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포항, 성남, 여천 등 지역에서 건설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이때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능훈련이 오늘날 기능훈련센터 교육·훈련의 초석이 됐다. 당시 교육·훈련은 세세한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른바 실력 있는 조합원이 미숙한 조합원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후 교육·훈련은 건설산업연맹 교육특별위원회에게 넘어가고, 건설산업연맹은 2010년 사단법인을 만들어 취업알선과 교육·훈련을 기능훈련센터에 같이 담았다. 기능훈련센터를 통한 교육·훈련은 건설산업연맹 조합원뿐만 아니라 건설노동자이고, 건설노동자이고 싶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기능훈련센터 운영을 맡고 있는 류광수 운영위원장은 노동자들에게 교육·훈련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노동운동 중 하나라고 말한다. 교육·훈련을 통한 기술 향상이 건설노동자들의 자존감을 올려주기 때문이다.

류 운영위원장은 “실제 상당수의 건설노동자들이 자신이 제공하는 노동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사용자 또는 일명 ‘오야지’로 불리는 인력공급업자를 통해 일자리가 공급되는 구조 때문에 이들 눈 밖에 나 일자리를 얻지 못할까 봐 눈치를 보고 있다”며 “건설노동자가 자기 노동에 스스로 당당할 때 사용자와 대등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건설산업연맹은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기능훈련센터 운영을 위한 예산 확보 활동을 이어왔으며, 현재 고용노동부가 건설근로자공제회를 통해 예산을 운영,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전국에 있는 기능학교를 대상으로 공모를 받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기능훈련센터는 전국 11개 기능학교와 25개 취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류 운영위원장은 기능학교의 역할을 설명하며 “알고 하는 노동과 시키는 대로만 하는 노동은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한다. 일자리에 별다른 진입장벽이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기능을 체계화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류 위원장은 “진입장벽을 만든다는 의미보다는 노동자들의 기술을 체계화해 단계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었다”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건설노동자들의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고, 직업전망을 세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기능훈련센터의 강점은 현장에서 실제로 일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직접 교육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전국 11개 기능학교 중 몇몇 기능학교는 상근 강사를 채용해서 운영하기도 한다. 현장성을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재미있는 광경도 볼 수 있다. 류 위원장은 “현장 도면을 가지고 교육생끼리 공부하고 토론하는 일이 수시로 벌어진다”며 “도면 없는 공사의 경우 기능훈련센터에서 도면을 직접 그려 가시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통합된 교육·훈련 부재
노·사·정이 함께 참여·운영해야

앞에서 건설기술자 법정 직무교육과 건설산업연맹이 사단법인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는 교육·훈련 사례를 봤을 때, 대상과 목적이 명확하다는 점, 건설산업 이해당사자들이 각각 교육·훈련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건설기술자 법정 직무교육의 경우, 종합교육기관과 전문교육기관이 권역별 교육과 전문 분야에 따른 기관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이 의미가 있으며, 건설산업연맹에서 운영하는 기능훈련센터의 경우, 현장 조합원의 교육으로 현장성을 키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산업 차원의 통합된 교육·훈련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노·사·정이 함께 참여하고 운영할 수 있는 교육·훈련이 만들어진다면 건설인력 양성에 더욱 박차가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정이 함께 참여하는 교육훈련을 통해 각각 따로 진행하고 있는 교육·훈련의 강점을 하나로 모을 수 있으며,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하나로 모으면 보다 세밀한 숙련인력 양성에 대한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해 류 운영위원장은 “특히 현장을 중심으로 한 교육·훈련의 경우, 대규모 시설이 필요한데 이를 투자할 수 있는 민간자본은 없다”며 “정부가 광역단위로 건설노동자 교육·훈련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기본 토대가 만들어진다면 추후 이에 따른 일자리 매칭 사업도 전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매칭은 2022년까지 정부가 세계 5대 건설강국을 목표로 만든 추진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건설산업 혁신방안’을 발표해 일자리 혁신을 위한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전문인력 양성 및 일자리 매칭을 제시했다. 정부는 건설워크넷과 건설기업, 지자체 등 구인자 간의 MOU 체결을 확대하고, 건설기업이 건설워크넷(기술자 일자리 매칭시스템, 기술인협회)을 통해 기술자를 고용하면 입찰가점을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 지원 방안을 밝혔다.

건설산업연맹에서는 일자리 매칭 과정에 교육·훈련을 넣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 작업에 들어가기 전 일주일가량 기능학교에서 실제 작업에서 사용할 도면을 익히고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건설산업연맹은 이 방식을 거치면 실제 현장에서 노동의 질이나 작업의 완성도가 현저히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