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노동자 불안정 생활, 해결책 있나?
국내 건설노동자 불안정 생활, 해결책 있나?
  • 박재민 기자
  • 승인 2019.02.01 15:55
  • 수정 2019.02.08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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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인 임금체불과 유보임금 문제 배경에
고착화된 원하청 구조, 직접시공 문제 있어
건설산업 선진국 독일은 어떻게 문제 해결했나

[커버스토리] 건설산업의 오늘 ③ 임금

건설근로자공제회(이하 공제회)는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1997년 12월 9일 설립됐다. 이듬해 공제회는 건설노동자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보장할 목적으로 퇴직공제제도를 시행했다. 건설노동자를 위한 퇴직금이다. 건설시공업체 사용자가 현장에서 일한 노동자 명의로 공제부금(4,800원×근무일)을 공제회에 납부하면 해당 노동자는 이후 다른 업체에서 일하게 되더라도 복수 사용자가 자신 명의로 납부해온 총금액에 이자를 더한 금액을 퇴직할 때 받는다. 일용직과 임시직이 대부분인 건설노동자의 근무 형태를 고려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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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근로자공제회
ⓒ 건설근로자공제회

건설근로자공제회
공제부금 4,800원 되기까지 20년
건설노동자에 유의미한 노후 보장 수단인가

퇴직공제금이 도입된 1998년 2,000원에서 시작한 사용자 납부 공제부금이 2018년 1월 4,800원으로 오르기까지는 20년이 걸렸다. 공제부금이 4,000원이던 2016년 건설노동자 월 평균 작업일이 16일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건설노동자가 가져가게 되는 퇴직공제금은 월 6만4,000원, 연 76만8,000원에 불과했다. 퇴직공제금이 실제로 퇴직금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34년 동안 일한 어느 건설노동자의 퇴직공제금이 432만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진 2017년에는 건설노동자들이 마포대교를 점거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건설노동자 모두가 퇴직공제금 수령 대상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총 건설비용이 3억 원을 넘는 공공 부문 사업장과 100억 원을 넘는 민간 부문 사업장 건설노동자만 퇴직공제금 수령 대상이 된다. 공제부금 납부 사업장이 2014년 기준 전체 건설 현장의 76%에 불과하다는 조사가 나오면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는데, 공공 부문은 1억 원, 민간 부문은 50억 원으로 그 기준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252일 이상 일한 건설노동자만 퇴직공제금을 받을 수 있다는 기준도 2018년 10월 국민권익위원회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건설근로자공제회에 제도 개선 권고를 하면서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퇴직공제금 적립금(2017년 3조4,775억 원)은 지속적으로 증가한 반면 252일 노동일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퇴직공제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건설노동자는 늘어나는 상황이 문제가 있다고 봤다. 2017년 12월 기준 전체 건설노동자 중 노동일수 기준을 충족한 인원은 16.1%뿐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건설노동자가 사망하거나 부상, 질병, 고령으로 일을 못 하게 된 경우 노동일수를 채우지 못해도 퇴직공제금을 지급하도록 권고안을 마련했다. 또한 지급요건을 충족한 건설노동자가 사망하면 ‘건설근로자공제회에 퇴직공제금 지급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주도록 했다.

퇴직공제금이 실질적으로 건설노동자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는지에 대해서는 꾸준히 비판이 제기돼왔다. 심규범 건설근로자공제회 전문위원은 “퇴직공제금은 정액제인데 퇴직급여와 같이 정률제로 갈 필요가 있다”면서 “공제부금 1만 6,000원(시중임금의 12분의 1)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다”고 현재 퇴직공제제도에 대해 평가했다.

제대로 된 퇴직공제금 마련 위해
국내 건설산업 특성 파악 필요
다른 나라 비해 일용직 비중 높아
독일은 일용직 고용 형태 없고
10%만 기간제 건설노동자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2,642만여 명 중 136만여 명(5.1%)은 건설산업에 종사했다. 이 중 57.1%가 일용직이거나 임시직 노동자였다. 농림어업, 숙박업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고용 안정성이 취약한 대표적인 산업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2017년 건설경제연구소가 낸 ‘건설업 일자리 질 제고방안 연구’를 살펴보면 건설노동자 약 67.8%가 고용에 있어 불안감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우리나라 건설업계의 일용직이나 임시직 고용 형태 비율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높은 편이다. 독일은 90%가 넘는 건설노동자가 한 사업체에 장기 근속하는 상용직 형태로 일하고 있었다. 스웨덴의 경우는 이 비율이 92%까지 올라간다. 일용직이나 임시직으로 일하는 건설노동자 비율은 스웨덴은 8%였고, 독일은 일용직이나 임시직 고용 형태가 없었다.

우리나라 건설노동자 고용 형태에서 일용직과 임시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현상은 하도급 구조가 고착화된 건설 시공 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본다. 위에서 언급한 건설경제연구소 보고서를 살펴보면 2006년 1월부터 시행된 직접시공제는 ‘하도급 생산구조를 고착화시킨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직접시공제란 총 공사비용이 50억 원 미만인 공사에 대해서 10~50%로 원청업체의 직접시공 비율을 강제하는 법이다. 문제는 총 공사비용 50억 원 미만 공사 건수가 90%를 넘다보니 정부의 감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영세한 규모가 대부분인 직접시공제 적용 대상 업체의 법 준수 동기가 미약하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관리와 감독이 이뤄지지 않는 하도급 규제로 하도급 생산 구조가 고착화돼 부실시공, 공사 중단, 불법취업, 불안전 일자리가 양산된다고 지적한다. 일용직과 임시직 일자리 문제는 결국 하도급 생산구조 개선과 직접시공 정착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해결이 가능한 문제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심 전문위원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독일이 건설업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낸 핵심에는 발주자가 공사 낙찰자를 골라내는 특유한 방식이 있다”며 “독일은 상용직 건설노동자가 없는 업체는 페이퍼컴퍼니로 봐 물량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에 이 같은 관행이 자리 잡은 이유로 “건설업 특성은 목적물을 미리 만들어 파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발주자가 원하는 건물을 만들 능력을 시공업체가 보유하는지가 중요하게 평가된다”면서 “독일은 시공업체 능력을 건설노동자를 기준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외국의 경우도 건설 생산 과정에서 하도급이나 다단계 생산구조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독일은 50%가 넘는 건설현장이 원청업체의 직접시공 형태로 공사가 진행됐고, 원청업체가 직접시공이 불가능한 부분만 하도급을 주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하도급의 경우라도 하청업체가 제시한 설계가격 대비 낙찰가격이 95%~105%에서 형성돼있어 저가 하도급 문제는 드물었다. 우리나라는 낙찰가격이 78.08%로 설정돼 있다. 이 수치도 대형 건설공사(공사비 300억 원 이상)만 대상으로 산출된 것이다. 심 전문위원은 “하도급 생산구조가 미달한 공사비용 지급으로 이어지고 이는 수주업체가 노무비용을 절감하도록 하는 동기로 작동해 불안정 일자리 고착화로 이어진다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건설업 불안정 일자리 문제는 산업 특성상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골조, 형태, 목수 등은 공사 기간 내내 필요한 게 아니라 단기간만 필요한 작업”이라면서 “건설 과정을 부문별로 쪼갠 후 전문 기술 인력을 투입해 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모든 분야 인력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은 업체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하청 관계라고 하면 모든 원청업체를 대기업이라고 오해하는 면이 있지만 원청업체 96%가 중소기업”이라면서 “우리나라 건설산업 원하청 관계에서 불안정 일자리 문제가 발생하니 건설노동자를 정규직화하자는 발상은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건설노동자 현실
유보임금과 임금체불 문제

전문가들은 불안정한 고용구조와 함께 건설업계 대표적인 악습으로 지목되는 유보임금과 임금체불 문제가 건설노동자 생계 기반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지적한다. 심 전문위원은 “유보임금은 한마디로 불공정”이라고 표현했다. 2016년 전체 산업 임금 체불 문제 중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2.1%에 달했다.

사용자가 정기지급일이 지나서 임금을 지급하는 유보임금 문제는 임금체불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 병폐로 끊임없이 지적돼왔다. 2015년 건설경제연구원이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 건설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임금 지연을 경험한 적 있는 비율은 66.5%였다. 평균 30일 이상 임금이 지연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52.4%를 넘었다. 공사를 마치고 1주일 내로 임금을 지급받는다고 답한 비율은 10.4%에 불과했다.

건설업계 유보임금과 임금체불 문제는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공사대금을 지급하는 방식과 밀접하게 연관된 현상이다. 2012년 기준으로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공사대금을 어음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36%에 달했는데, 어음 평균 만기일은 대부분(70%)이 어음 지급일로부터 2개월 뒤였다. 어음 평균 만기일이 30일 이내인 경우는 4%에 불과해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건설노동자에게 지급할 임금을 즉시 마련하기는 어려운 구조였다. 현금으로 지급받든 어음으로 지급받든 공사대금 자체를 수령하기까지 걸리는 기간도 착공 후 1개월 이내인 경우는 32%에 불과했고, 2개월 후에 공사대금이 지급된다는 비중이 22%였다.

하청업체가 공사 착공 후 원청업체로부터 공사대금을 수령하기까지 기간이 길고, 이 역시도 대부분 만기 기간이 2개월이 넘는 어음으로 지급돼 공사 착공 후 하청업체가 공사대금을 현금으로 수령하기까지 4개월이 걸릴 수도 있는 구조였다.

전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발주업체에서 원청업체로 뿌려주는 기성금 지급 기간(15일 이내)이 긴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다만 건설산업기본법은 어음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하는 걸 금지하는데 특별법인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이 어음 지급을 허용한다”면서 건설 산업을 관장하는 법이 이원화돼있는 현 상황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건설업계 우리와 무엇이 다른가
높은 직접시공 및 정규직 비율

심 전문위원은 우리나라 건설산업에 내재하는 불안정 일자리 문제와 원하도급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독일과 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은 건설노동자 비정규직 문제는 이미 언급한 낙찰자 선정 기준 문제로, 미국은 적정임금(prevailing wage) 시스템으로 건설산업 구조적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독일 건설산업이 갖는 특징은 직접시공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2005년 기준으로 독일 건설 원청업체가 수주 물량을 직접시공하는 비율은 50%를 넘었다. 심 전문위원이 2010년 발행한 보고서 ‘독일 건설산업의 숙련인력 육성’에 따르면, 독일 건설산업의 높은 직접시공 비율의 이유는 원청업체가 직접시공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만 하청업체와 도급 계약을 맺는 관행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도급 단계가 많아질수록 실공사비가 잠식돼 부실시공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한다. 이어 보고서는 공사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원청업체 책임을 강조하는 계약 관행이 있어 원청업체로서는 하도급과 재하도급을 꺼리는 힘으로 작동한다고 분석한다.

독일이 우리나라와 비교해 갖는 또 다른 특징은 건설노동자의 80% 이상이 정규직이라는 점이다. 임시적 고용관계를 제한하는 ‘건설공사 발주 및 계약 규정(Vergabe und Vertragsordnung fur Bauleistungen 이하 VOB)’은 크게 세 부분(Teil A, Teil B, Teil C)으로 구성된다. 건설공사 도급 가능 조건 규정(VOB Teil B 제4조)은 ‘수급인(일반적으로 원청업체)은 자신의 근로자에 대한 법적 의무, 당국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 있어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해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조한다. 또한 ‘수급인은 자신이 직접 공사를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수급인이 직접시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급인이 발주자의 동의 없이 직접시공하지 않는다면 발주자는 수급인이 적절한 기간 내에 직접 공사에 임하도록 할 수 있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해 직접시공에 대해서 강제성을 부여하고 있다.

생산 구조뿐 아니라 독일은 건설노동자 임금 지급 방식에 있어서도 우리나라와 차이를 보인다. 우선 독일 건설업계는 산업 자체 최저임금을 산별교섭을 통해 정한다. 최저임금 준수 여부는 발주자가 시공 업체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 주요한 평가 기준으로 작동한다. 발주자는 ‘건설비용정보센터’에 구축된 자료를 활용해 수주 희망 업체의 견적 비용을 평가하는데, 견적에서 노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저임금을 고려해 ‘경제적으로 적당한 가격’에 미치지 못했을 때 해당업체를 평가 대상에서 제외한다. ‘경제적으로 적당한 가격’이란 ‘부실 발생 위험 가능성 없이 실현 가능한 공사비’를 말한다.

또한 시공 과정에서 최저임금 이상을 건설노동자에게 지급했는지는 세관청이 감독하고 적발한다. 세관청은 건설업체의 사회복지기금 납부 자료를 분석해 최저임금 지급 여부를 확인한다. 위반 업체에 대해서는 최대 50만 유로의 벌금이 부과되고 공공기관 건설 업체 선정에서 제외된다.

노동자의 마지막 종착지로 불리던 독일 건설 현장
현재 건설노동자 복지 제도 갖추기까지
우리 현실에서 미국 적정임금제도도 고려할 만

독일 건설업계는 1950년대까지 ‘근로자의 마지막 정거장’으로 불릴 만큼 임금, 고용, 안전 문제가 심각했다. 건설노동자의 빈번한 사망과 퇴직 후 생계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독일 건설업계는 자체적으로 ‘사회복지기금(Sozialkasse)’ 제도를 마련하고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힘쓰기 시작했다.

심 전문위원은 “낙찰자 선정 기준에 대한 철학적 접근뿐 아니라 사회복지기금 정비 덕분에 독일 건설노동자 불안전 일자리 문제는 해결이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사회복지기금의 기원은 1958년 ‘악천후 수당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입된 ‘악천후 수당’이다. 계절적 요인에 따른 실업 발생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는데, 11월 31일부터 3월 31일까지는 건설 노동자 해고를 금지하는 대신 해당 기간 사용자의 임금 지급 부담을 노동자가 분담하도록 했다. 건설노동자가 일거리가 많은 기간에 임금의 일정 부분을 저축 형태로 사회복지기금에 납부하고 위에서 언급한 기간(11월 31일부터 3월 31일까지) 동안은 회사가 아닌 기금에서 임금(30시간 임금)을 받아간다. 회사 역시 같은 기간 노동자의 임금 1%만큼 사회복지에 납부하고, 건설노동자는 자신이 적립한 금액이 동이 나면 31~100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회사가 납부한 적립금에서 받는다. 100시간을 넘는 임금은 사회복지기금이 자체 예산으로 지불해 건설노동자 실업 문제와 불안정 일자리 문제에 대비했다.

‘악천후 수당’은 사용자들의 반발로 폐지됐다가 1996년 ‘동절기 휴업수당’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2006년에는 ‘계절적 조업단축 수당’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상황뿐만 아니라 주문량 감소에 따른 경기적 요인으로 인해 기업이 안정적인 임금 지급에서 문제가 있을 때 기금을 활용하도록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사회복지기금 안에는 휴가보상기금과 추가연금기금도 있다. 휴가보상기금은 동일 사업장에서 6개월 이상 종사한 노동자에게만 법정 연차휴가를 주던 방식이 단기 근로형태가 일반적이던 건설업 관행과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도입됐다. 복수의 사업주가 건설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임금 총액의 15%를 휴가기금으로 납부하고 노동자가 당해 기간 종속된 사용자에게 휴가비를 청구할 경우 사용자는 이를 지급하고 해당 비용을 휴가보상기금에서 돌려받는다. 추가연금기금은 사업주가 일정한 분담금을 납부한 뒤 건설노동자가 연금 생활 기간으로 진입하면 지급받는 시스템이다. 낮아지는 연금 수준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건설업 종사기간을 기준으로 지불한다는 점에서는 우리나라 퇴직공제금과 유사하다.

심 전문위원은 “독일은 건설산업 구조 자체가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고 독일 모델을 이루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우리가 현실적으로 당장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은 미국 모델”이라면서 적정임금(prevailing wage) 제도를 소개했다. 미국 적정임금 제도는 1931년 미국 연방 차원에서 마련한 것으로 건설노동자 임금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걸 막는다.

심 전문위원은 “올림픽대로에서 여의도로 올라가는 램프 구간 공사가 현재 이를 벤치마킹해 시중노임단가 이하로 임금 지급을 못하게 막고 있다”면서 “현재 해당 현장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주휴수당도 지급하고 있는데, 작업반장이 사람 대접 받는 기분이라고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