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불안정 고용, 어디서 왔나?
건설산업 불안정 고용, 어디서 왔나?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랜 시간 쌓여온 불법 하도급, 문제의 핵심으로 뽑혀

[커버스토리] 건설 산업의 오늘 ② 고용

지난 2017년, 국토교통부는 건설산업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국민의 80.2%가 건설산업을 대표적인 불공정 산업으로 인식한다고 응답했다. 불법 하도급, 입찰담합, 갑질 관행 등이 불공정 원인으로 뽑혔다.

건설산업이 불안정한 고용 구조를 가지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혹자는 타 산업과 다른 건설 산업만의 독특한 특징이 고용 문제에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도 있다. 건설산업이 안정된 고용 구조를 가져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문제는 기승전 불법 하도급?

2017년 기준 건설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는 198만 명으로, 전체 취업인원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취업시장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의 고용 상태는 불안정하다.

건설노동자들 중 60.6%가 일용·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러한 불안정한 고용 구조의 원인은 불법 하도급에서 기인됐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건설산업의 기형적 고용 구조가 나온 원인을 살펴보려면, 우선 건설산업의 구조부터 파악해야 한다. 건설은 타 산업에 비해 ‘선 입찰, 후 수주’의 형태를 띠고 있다.

공공이나 민간인 발주처에서 경쟁을 통해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종합건설업체를 선정해 건설을 맡긴다. 해당 지역에 펜스를 치고 종합건설업체 이름으로 공사를 진행하지만, 건설 현장 안 60여 개가 넘는 공정은 각각의 전문건설업체들이 맡는다.

이들은 종합건설업체의 입찰을 통해 하도급을 맡게 된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발주처와 원도급인 종합건설업체, 하도급인 전문건설업체가 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실상은 하도급 밑에 숨겨진 도급 단계가 존재한다.

전문건설업체는 전국에 6만여 개가 넘는다. 도급을 받기 위해 입찰 경쟁에 뛰어드는 수는 100~200개의 업체. 이들 중 수주를 받을 수 있는 업체는 단 하나이기 때문에 이들의 입찰 경쟁은 굉장히 치열하다. 또한, 경쟁에서 떨어진 업체들은 경영상 위기로 쉽게 사라졌다가 또 다시 생겨나는 구조다.

건설산업만의 독특한 특징으로 인한 구조 문제에 전문가도 찬성한다.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위원은 “도급을 받기 위해 최저가 경쟁을 하게 되는데, 전문건설업체들이 입찰을 받기 위해 노무비를 줄여 비용을 최소화 한다”며 “그러다 보니 업체에서 직고용을 할 경우 생산 활동을 하지 않을 때에도 임금을 줘야 하는 부담 때문에 직고용을 기피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건설산업 내 불안한 고용 구조의 원인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송주현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은 “현장에 작으면 3~4명, 많으면 5~6명씩 팀 단위로 움직이는 팀, 반장들이 많다”며 “인맥 중심으로 움직이다 보니 숙련도가 떨어지고 아는 사람이 없는 건설노동자 같은 경우는 날일만 하면서 숙련도를 쌓지 못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고 임시·일용직의 원인을 분석했다.

건설노동자 직접 고용,
가능한 방안은?

박광배 연구위원은 “건설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고 전문건설업체들도 인력을 구할 수 있는 풀이 한정적”이라며 “현장의 일자리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고용을 안정적으로 마련하고, 건설노동자들이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일을 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산업연맹 또한 안정적인 인력을 수급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이에 송주현 정책실장은 “업체에서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은 노조와 직업소개소, 십장과 반장 등을 통한 방법 밖에 없다”며 “인력 시스템 구축을 위해 현장의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 자재 등을 완전히 투명화 시켜 실제로 건물을 짓는 데 필요한 양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며 “건설 현장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DB를 구축해 어떤 부분을 보완하고 개선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설산업연맹은 건설노동자들의 안정적 고용 구조를 위해 전문건설업체의 직접고용과 건설노동자 기능인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송주현 정책실장은 “건설노동자를 고용할 때 온전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백지근로계약서를 쓰고 명확한 고용기간과 고용임금을 명시하지 않는다”며 “업체에서 직접 고용을 통해 건설 기간 동안만이라도 안정된 고용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하도급 입찰을 할 때 기술자를 보유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사실 이들은 사람들을 관리할 뿐이지 현장에서 근무를 하지 않는다”며 “실제로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건설노동자들을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광배 연구위원은 또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먼저, 건설노동자들의 다기능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설노동자들은 대개 하나의 공정만을 하다 보니 일을 할 수 있는 기간이 한정적”이라며 “자신의 공정과 연관된 기능들을 익히게 해 주면 일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연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노동자 직고용 통해 기술력 보유

해외의 건설산업은 어떨까. 독일을 이상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독일은 건설노동자 80%가 정규직에 해당한다. 한국의 경우 임시·일용직이 60%에 달하는 것과 비교해 상반된 결과를 보이고 있다. 독일은 어떤 방법을 통해 안정적인 고용 구조를 만들 수 있었을까.

심규범 건설근로자공제회 전문위원은 “독일은 업체에서 건설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했을 때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도 지급해야 하는 인건비 부담에 대한 보완책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입찰을 진행할 때 업체에서 직접 고용한 건설노동자를 보유하고 있을 때 수주할 권한을 부여했다. 건설노동자가 없이 페이퍼컴퍼니 형태로 존재하는 업체는 입찰에서 배제했다.

또한, 발주처에서 원하는 생산물과 유사한 생산물을 건설한 경험이 있는 업체로 폭을 좁힌다. 시공 실적(유사 생산물 건설 경험)이 있다고 해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건설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가능 여부를 묻는다.

과거에 똑같은 생산물을 만들어 본 노동자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에서는 공사가 끝난다고 해도 쉽게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업체에서 다음에도 똑같은 생산물의 수주를 따내기 위해서 건설 노동자들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생산이 중단 된 경우 노동자들의 임금을 100% 지급하는데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를 만들었다. 추운 겨울, 땅이 얼어 건설을 진행하기 어려워지면 공사는 중단된다. 이 때, 노·사·정이 분담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지급한다.

0~30시간은 노동자들이 자신이 저축한 금액을 가져간다. 일을 많이 한 시기에 초과수당을 받아가지 않고, 저축해서 겨울에 그 임금을 가져가는 형식이다. 31~100시간 까지 중단된 시간에 대해서는 사업주가 부담한다. 평소에 노동자의 임금 1%씩 저축한 돈을 지급하는데, 이는 실업급여 수준으로 임금의 67% 정도이다.

101시간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한다. 고용보험에서 실업급여 수준의 지급을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지급을 하는 데에 전제 조건은 노동자들이 직접 고용돼야 한다는 점이다.

두 가지 제도가 결합해 독일은 높은 수준의 정규직 비율을 이뤄낼 수 있었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일부 (2019.7.1. 시행)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의3(건설공사의 하도급 참여제한)
① 국토교통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건설업자에 대하여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건설공사(이하 이 조에서 “공공건설공사”라 한다)에 대한 하도급 참여를 제한하여야 한다. 이 경우 하도급 참여제한 기간은 2년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

(각호 생략)

정부, 노동자 눈높이에서 정책 개선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건설노동자들의 일자리 개선대책에 관심을 가지고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일자리위원회에서 건설분과를 만들었다. 이곳에는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가 정부 대표로 참여하고, 노동계에서는 양대 노총, 기업계에서는 건설협회와 전문건설협회 등이 함께 했다.

지난 2017년 12월 12일 일자리위원회 건설분과는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근로 가치와 전문성이 공정하게 평가받는 건설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비전을 마련하고 ▲임금보장 강화 ▲근로환경 개선 ▲숙련인력 확보를 주요 3대 추진 목표로 뒀다. 또한, 각 목표에 따라 10개 세부 과제를 마련했다.

일자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국토부 관계자는 “대표적 일자리 산업인 건설산업이 일자리 질이 열악해 새로운 세대들이 참여하지 못 하는 것이 잘못된 관행 때문이라고 판단했다”며 “그런 면에서 가장 먼저 일자리 질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송주현 정책실장은 이번 정부의 건설산업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건설산업 대책들이 업계 중심이었다면, 이번 정부에서 마련한 건설산업 대책은 건설노동자의 시각에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할 수 있다”며 “일자리위원회에 들어가 그 동안 준비해왔던 정부의 요구를 제시했는데, 정부 정책에 많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8년에는 건설산업기본법이 일부 개정됐는데, 올해 하반기 시행을 앞두고 상반기에는 시행령이나 규칙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제대로 된 하위법령을 만들기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앞으로의 과제를 밝혔다.

개정안 내용은 공공공사 발주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송주현 정책실장은 “건설은 국책 산업이자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공공부문에서 문제가 개선되고 안정적인 제도가 안착돼야 민간업체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