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일자리,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자
건설산업 일자리,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자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2.01 15:55
  • 수정 2019.02.07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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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건설산업의 오늘 ① 프롤로그

건설산업은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중요한 기간산업 중 하나다. 한 점 부끄럼 없이 당당하게 고개를 들어야 할 건설산업은 어쩐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건설’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막노동(일명 노가다)’이라는 사회적 편견, 뉴스를 장식하는 각종 건설사고, 불안정한 고용구조의 원인인 불법 하도급 등은 건설산업이 가지고 있는 부끄러운 민낯이다.

ⓒ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국내 건설산업의 현 주소

“피하고 싶은 일자리”

한국 건설산업은 인프라 확충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국민경제를 이바지해온 산업 중 하나다. 높은 국내총생산(GDP) 성장기여도(2017년 기준 39%)는 타산업을 앞서고 있으며, 전후방 생산유발 효과를 통해 국내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기간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고용규모도 상당하다. 2017년 기준 198만 명의 고용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전체 취업자의 7.4%에 해당하는 수치다. 하지만 이러한 객관적인 수치들의 나열에도 불구하고 건설산업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냐는 질문에는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우리 사회에서 건설산업 일자리는 질 낮은 일자리로 여겨진다. 건설산업 취업자 상당수가 일용직, 비정규직으로 고용돼 있어 고용 안정성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또한, 열악한 노동조건과 빈번한 안전사고는 청년층이 건설산업 취업을 기피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따라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는 숙련인력 부족을 일으키고, 이는 불법체류 외국인력 고용으로 이어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건설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낮아져 건설산업 일자리는 피하고 싶은 일자리가 됐다. 직업능력개발원 조사 결과(2014년) 건설일용직, 용접공, 미장공이 직업 만족도 최하위 직업을 차지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설문조사(2017년 10월)에 따르면 국민의 80.2%가 건설산업을 대표적인 불공정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불공정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유는 불공정 하도급, 입찰담합, 갑질 관행 등의 응답이 나왔다.

최근 들어 국내외 건설시장 변화도 심상치 않다. 국내에서는 누적된 구조적 모순으로 위기가 심화되고 있으며, 경제발전이 성숙단계에 들어서면서 신규 인프라 수요 감소 등 국내 건설시장의 양적 성장은 한계를 맞이했다는 분석이다.

해외시장에서도 가격 우위를 앞세운 중국 등 후발 개도국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글로벌 점유율이 하락하는 등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여기에 기술력 부족, 다단계 하도급, 부실업체 난립 등 고질적인 문제들이 건설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꺼리는 일자리에서 양질의 일자리로!

국내에서 피하고 싶은 일자리로 여겨지는 건설산업이 선진국에서는 밝은 직업 전망을 가지고 있다. 독일 건설산업은 마이스터(Meister)로 대표되는 고숙련인력이 정규직으로 고용돼 책임 시공을 하고 있다. 독일 건설 기능인력의 약 80% 이상은 정규직으로 건설업체에 고용돼 있으며, 건설 분야의 마이스터는 상당히 높은 사회적인 명성과 소득을 누리고 있다.

이번 취재 과정에서 만난 토목건축, 건설기계, 플랜트건설 종사자들은 청년층이 건설산업 취업을 기피하는 첫 번째 이유로 직업 전망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고용, 임금, 안전 등 다방면으로 악순환 구조에 빠져 있는 건설산업에 종사하면서 느낀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숙련인력 육성 및 높은 고용 안정을 자랑하고 있는 독일 건설산업도 처음부터 오늘날 마이스터 같은 방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1950년대 초만 하더라도 건설근로자라는 직업은 ‘근로자로서의 마지막 정거장’이라고 불리며 나쁜 일자리로 폄하됐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 이는 한국의 건설노동자가 일명 ‘노가다’라고 비하되어 불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준비했다. 독일 건설산업이 어려움을 극복해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온 것을 보고 ‘우리는 왜 안 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번 <참여와혁신> 2월호에서는 한국 건설산업의 고용, 임금, 교육·훈련, 안전 등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점검해보고 건설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점검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