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됐는데 임금이 줄었다”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의 외침
“정규직 됐는데 임금이 줄었다”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의 외침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2.08 16:22
  • 수정 2019.02.0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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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본부와 면담 결과에 따라 청소경비노동자 추가 파업 결정

“정규직 전환 이후에 이런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2019년 설날 연휴 분위기가 채 가라앉지 않은 지금, 서울대의 시설관리를 맡고 있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2017년 임금을 받고 있었다. 참다 못한 이들은 설 연휴가 끝난 직후인 7일부터 대학 행정관과 도서관 등 4개 건물의 기계실에서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서울대 기계·전기 분회는 어제(7일) 점거 농성 이후 학교 본부와 면담을 진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고 오늘(8일) 서울대학교 시설관리직 노동자 전면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열었다.

200여 명이 모인 기자회견에서 서울일반노조 서울대 기계·전기 분회 이성호 분회장은 “수차례 학교 본부와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했지만 결렬이 됐고 비정규직이었을 때 용역 계약 필수 조건이었던 중소기업 제조업 시중노임단가 적용과 상여금 반영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시설관리직 노동자 전면 파업 돌입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서울대학교 시설관리직 노동자 전면 파업 돌입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서울일반노조 최분조 부위원장은 “도서관 난방이 되지 않은 부분은 학생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부모의 마음으로 가슴 속에 눈물이 흐른다”며 난방 중단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발언했다. 이어 “학교 측이 우리의 아주 소박한 요구를 들어줬으면 한다”며 요구 사항이 수용 될 시 파업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대 중앙 도서관 이용 학생들에게 이들의 파업과 관련한 의견을 묻자 “노동자들의 파업을 존중한다”에서부터 “난방 중단으로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의견까지 다양했다. 불편을 겪고 있다는 학생들도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이기에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이름만, 무늬만 정규직이고 싶지 않다.”

서울대 기계·전기 분회의 요구 사항은 ▲학교본부의 단체교섭 성실 이행 ▲중소기업 제조업 시중노임단가 적용 ▲복지(성과급, 명절휴가비, 복지포인트)의 차별 없는 적용 ▲학교본부의 법적 소송행위 규탄 등이었다. 이성호 분회장은 “겉모습만 정규직이다.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져야 진짜 정규직이다. 2017년 임금을 지금도 받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요구 사항의 절박함을 강조했다.

반면, 서울대 캠퍼스관리과 관계자는 “우리는 나름대로 성실하게 단체 교섭을 진행해왔지만 노조와 온도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정부의 정규직화 지침이 구체적이지 않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오후 4시 30분부터 학교본부와 노조의 면담이 있을 예정이다. 서울대 오세정 신임 총장의 새로운 집행부인 재무국장과 시설관리국장과 면담을 통해 파업의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성호 분회장은 “면담 결과가 좋지 않으면 다음 주에 청소노동자는 물론 평창캠퍼스 노동자들까지 파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