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두 가지 삶과 두 가지 추위
[현장에서] 두 가지 삶과 두 가지 추위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2.08 18:31
  • 수정 2019.02.08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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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시설관리직 노동자 전면 파업 돌입 기자회견, 맨 가운데 학생이 윤민정 학생이다.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서울대학교 시설관리직 노동자 전면 파업 돌입 기자회견, 맨 가운데 학생이 윤민정 학생이다.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서울대학교 시설관리직 노동자 파업 기자회견으로 가는 길은 강추위로 얼어붙었다. 오늘 같은 날은 아마도 한반도의 모든 사람들, 아니 범위를 좁혀 서울하늘 아래의 모든 사람들은 같은 추위를 느끼고 옷깃을 여몄을 터이다.

그러나 오늘의 추위를 달리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울대 관악캠퍼스에는 두 추위가 마주하고 있었다.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난방이 중단됐다. 도서관 안에서 추위에 떠는 학생들, 그리고 행정관 밖에서 떨리는 목소리를 전하는 노동자들이 느끼는 추위는 과연 같은 것이었을까.

서울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글인 ‘일반노조 기계전기분회 파업 및 도서관 난방 중단 관련 공지’에 달린 댓글만 봐도 그렇다. 댓글에는 난방 중단으로 추위를 겪어 학습권을 침해 받는다는 입장과 파업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보내자는 입장이 첨예하게 충돌한다. 뉴스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을 볼모로 한 파업이라는 기사와 오죽하면 난방을 끊어겠습니까로 시작하는 기사까지 말이다.

이런 말들이 오고가는 속에서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의 윤민정 학생대표(서울대, 정외4)가 기자회견장에서 했던 발언은 곱씹어볼만 하다.

“서울대학교 학생이라고 말하는 것은 언제나 저에게 복잡한 감정을 안게 합니다. 대부분 저의 동기들은 여기 있는 노동자들과 다른 삶을 살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적인 시선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들의 요구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고 이들의 요구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 아닌가라고 봅니다. 그러나 적어도 같은 공동체 성원이라면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 소금을 뿌려서는 안 된다는 최소한의 시민적 윤리가 존재합니다. 우리는 시민이고 공동체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꼭 같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도대체 청소·기계설비노동자에게 얼마의 임금을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내 삶을 넘어 타인의 삶도 관심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그리고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노동자의 파업 앞에서 두 가지의 삶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과 노동자의 삶. 그래서 두 가지 추위도 존재한다. 노동자의 파업으로 '빼앗긴 것으로 인식되는' 체온으로 인한 추위와, 노동자들이 처한 칼바람마냥 차가운 현실의 추위.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두 가지 삶과 두 가지 추위는 하나의 공동체로 묶여있다는 점이다. 내 삶을 넘어 타인의 삶에도 따뜻한 관심을 보인다면 적어도 첨예한 갈등으로 끝나는 모습이 아닌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모습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두 가지 삶의 경계를 허문 한 학생의 발언이 다시 생각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