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의 아메리카노] ‘평행선’이 ‘교차점’이 되기 위해서는
[강은영의 아메리카노] ‘평행선’이 ‘교차점’이 되기 위해서는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2.14 08:08
  • 수정 2019.02.1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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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의 아메리카노] 달콤하지만 씁쓸한 아메리카노 한 잔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지난 설 명절,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함께 그 동안 못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았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지만, 제 생각과 친척들의 생각이 전부 다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 의견이 맞다고 무조건 주장하지도 않습니다. 가만히 듣다보면 상대방의 이야기가 영 틀린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대화를 한다는 것은 온전히 나의 의견만을 주장하는 시간은 아닙니다. 나와 다른 상대방의 시각을 이해하고, 편협했던 관점을 보다 넓혀주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누군가와 대화할 때 경청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입니다. 이야기를 다 들은 후 저의 의견을 말해도 전혀 늦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인터넷 포털사이트 1위 자리를 독보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네이버입니다. 또한, 지난해 7월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4년제 남녀 대학생을 상대로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을 설문조사했을 때 23.4%로 1위를 차지한 기업도 네이버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라는 기업을 생각하면 ‘한국 최대 IT기업’과 함께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뒤이어 떠올리곤 합니다. 네이버 사내에서는 직급으로 상대방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님’ 또는 닉네임으로 부른다고 하니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있는 네이버에 지난해 4월, 노동조합이 설립됐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좋은 회사에 노조가 왜?”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대한 노조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수직적 조직 문화를 탈피하고 수평적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고.

노조가 설립된 지 1년이 되어가는 지금, 노사 교섭은 결렬됐고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통해 쟁의권을 확보해 두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형 포털인 만큼 노동자들의 파업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오세윤 네이버지회장은 “많은 분들이 우리들의 파업 여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까지 하게 된 원인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쏟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노조는 교섭을 진행하면서 사측이 노동조합을 인정해주지 않는 태도에 많은 실망감을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최고 IT기업이라고 알고 있었던 네이버의 실체에 허탈해지는 순간입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네이버가 좀 더 수평적인 구조가 되길 바란다고요.

두 개의 마주보는 직선은 앞으로 계속 가나 뒤로 가나 만날 방법이 없습니다. 이 둘이 하나로 만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대방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하겠죠. 자신의 입장을 고수한다면 둘은 절대 만날 수 없을 겁니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이해했을 때 두 직선은 ‘평행선’이 아닌 ‘교차점’으로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