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노동자들, '모바일 고지서' 반대
우정 노동자들, '모바일 고지서' 반대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2.21 16:25
  • 수정 2019.02.21 16:25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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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개인정보유출 부작용 심각 비판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과학기술통신부가 지난 14일 올해 첫 규제 샌드박스 사업으로 카카오페이와 KT가 행정·공공기관 고지서를 모바일로 발송하는 서비스에 대해 임시 허가를 승인하면서 우정사업본부 내 노동자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한 성장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특정 사업이나 정책들을 시행하는 데 앞서, 개인정보 유출 등 부작용에 대한 변수들을 고려하고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는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한 협의를 이뤘어야 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공공기관은 우편을 통해서만 고지 업무를 해왔다. 공공기관에서 우편으로 발송하던 문서를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로 발송하기 위해선 CI(주민등록번호 대체 식별번호) 일괄변환 절차가 필요하지만,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본인확인기관이 이용자 동의 없이 주민번호 일괄변환이 가능한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허가로 주민번호 수집·처리의 법적근거를 갖춘 행정·공공기관에 한해 본인확인기관이 CI를 일괄변환 할 수 있게 되면서 공공기관들이 모바일 메신저로 고지서를 보낼 수 있게 됐다.

21일 오후 과기부공무원노조 우정사업본부는 서울 중앙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렇지 않아도 기존의 통상우편물(종이류 우편물)이 이메일이나 문자 등으로 전환되면서 통상우편물이 매년 약 2억 통씩 줄고 있는데, 과기부는 우정사업본부와 그 속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에 대한 성찰도 없이 모바일 통지 서비스를 허가했다. 과기부가 과기부 소속기관인 우정사업본부의 경영 위기를 가속화한 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 우편 매출의 50%는 통상우편물에서 나오며, 통상우편물 중에서도 행정·공공기관 고지서 등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4%다. 노조는 이번 변화로 오는 2021년까지 전체 통상우편물의 절반 이상이 모바일 전자고지서 등으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조 관계자는 "(과기부의 결정을) 뉴스로 알게 됐다"며 "실무진들도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철수 위원장은 “너무 빨리 바뀌는 횡단보도 신호등은 노인과 장애인 분들에겐 무기나 다름없다”며 “그 속도가 흉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 정부의 정책은 보다 더 정교하고 섬세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이번 허가로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던 개인정보가 민간 기업에 흘러가게 됐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민간업체인 KT와 카카오에 국민의 개인정보를 취급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한 지 의문이 든다"며 허가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에 우려를 표했다.

앞서 하루 전날인 20일엔 전국우정노동조합(위원장 이동호)도 성명서를 내고 비판에 목소리를 더했다. 전국우정노조는 “우편사업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보편적 서비스를 저해하는 과기부의 편협한 정책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과기부가 우정사업본부와 최소한의 협의와 상생책 마련도 없이 카카오페이와 KT손을 들어줌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촉발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모바일 전자고지 활성화로 국민 편익 증대와 비용 절감, 업무 효율성 제고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