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의 노크노크] 밥은 먹으면서 합시다
[이동희의 노크노크] 밥은 먹으면서 합시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2.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동희의 노크노크] 기자의 일은 두드리는 일

ⓒ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사람이 살아가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3대 요소를 의식주(衣食住)라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인에게 의식주 중 하나인 식(食)이 차지하는 의미는 정말 큰 것 같습니다.

최근 SNS에서 한국인의 남다른 밥사랑이 일상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정리한 글을 굉장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만났을 때 ‘밥 먹었어?’, 헤어질 때 ‘다음에 밥 한 번 먹자’, 고마울 때 ‘나중에 밥 한 번 살게’,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할 때 ‘앞으로 뭐 먹고 살지’ 등등. 이렇게 보니 한국인은 진짜 밥심으로 사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밥상 엎는 게 패륜’, ‘밥 안 먹어가 부모님께 협박이 될 수 있는 나라’, ‘밥맛 떨어진다가 욕인 나라’, ‘이쯤 되면 보릿고개가 너무 먹어서 온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습니다.

특히 ‘밥 먹었어?’라고 묻는 안부 인사에는 같은 한국인만 공유할 수 있는 정서가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를 묻는 게 아니라 ‘별일 없이 잘 살고 있어?’를 ‘밥 먹었어?’로 묻는 거니까요. 끼니를 거르지 않았다는 말을 별일 없이 잘 살고 있다는 말로 받아들이는 것도 어쩐지 한국인스러운 발상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말에는 밥이 들어간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습니다. 자주하는 일을 '밥 먹듯이 한다'고 표현하거나, 어중간하여 이것도 저것도 안 된다는 말을 '죽도 밥도 안 된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지금 네가 찬밥 더운밥 가릴 때냐?’는 말로 어려운 형편에 배부른 행동을 한다며 비난하고, 소용없다는 말을 ‘그거 한다고 돈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밥 없이 못사는 나라에서 단식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노동계에서 단식에 들어갔다는 건 투쟁 강도를 높인다는 말과 같습니다. 밥맛이 뚝 떨어질 만큼 상황이 악화됐다는 뜻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밥을 멀리하고 버티는 일이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돼버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다섯 시간 반 단식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딜레이 식사'를 하는 정치인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일이겠지만 말입니다.

지난해 노동계에는 많은 단식이 있었습니다. 그 단식 중 어느 하나 간절하지 않은 사연이 없었습니다. 아니길 바라지만 올해도 단식 소식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글이 씨가 될까 일일이 나열하지는 않겠지만 벌써 머릿속에 몇몇 현안들이 스쳐지나갑니다. 우리사회 올해도 많은 일이 있겠지만 밥은 먹으면서 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