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란영의 콕콕] 우리는 모두 꿈틀거리기 때문에
[김란영의 콕콕] 우리는 모두 꿈틀거리기 때문에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2.22 17:49
  • 수정 2019.03.29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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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란영의 콕콕] ‘콕콕’은 야무지게 자꾸 찌르는 모양을 뜻하는 의태어입니다. 상식과 관행들에 물음표를 던져 콕콕 찔러보려 합니다. 

ⓒ 김란영 기자rykim@laborplus.co.kr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그물코마다 보배 구슬이 박혀 있다는 인드라망. 고등학교 윤리 선생님께선 인드라망의 구슬들이 서로의 빛을 무수히 반사시켜서 정말로 아름다운 빛의 세계를 만들어낸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우리네 삶도 꼭 인드라망과 같아서 서로서로 연결돼 있다고. 매일매일 서로의 빛을 주고 받으며 살고 있는 거라고 했다. 불교를 믿진 않지만 인드라망 얘기를 들었을 땐, 그 의미와 이름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참을 인드라망을 핑계로 딴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비록 선생님께서 인드라망이라며 녹색 칠판에 그린, 하얀색 찌그러진 동그라미들은 해괴망측하기 짝이 없었지만.

잊고 있던 그날의 딴청이 떠오른 건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무료 노무 상담을 위해 만든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들어서면서다. 이곳에선 ‘갑질너는모르지’, ‘어라~또시작이네’, ‘사람이먼저다’ 등 닉네임부터 남다른 직장인 1,000여 명이 매일 같이, 드라마 속에서나 볼법한 비상식적인 경험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게 한국이라고?

너와 나의 끊고 싶은 연결 고리. 그렇게 나는 ‘나의 아름다운 인드라망’의 원리가 정확히 거꾸로 작동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치. 우리가 늘 반짝이는 찬란함만 주고받으며 살진 않지. 우리가 연결돼있다는 건, 그만큼 쉽게 서로를 아프게 할 수도 있단 뜻이지.

“아파요”, “슬퍼요”, “싫어요”, “하지마세요” 내가 말을 떼기 시작했을 때, 어머니는 특별히 ‘표현하는 법’을 가르치는데 천착하셨다고 했다. 행여나 자기 딸이 자신처럼 싫은데도, 괜찮다고. 아픈데도, 괜찮다고 웃으면서 살게 될까봐.

하지만 우리는 아프다고 말하지 못한다. 말했다간? 큰일 날게 뻔하니까.

“제발 좀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우리는 말해야한다. 직원들이 말할 수 없는 회사. 그것은 지난 권위주의 군부독재 정권이 시민들의 입을 틀어막은 것과 무엇이 다를까.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박사는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에서 직장 민주주의를 쉽게 말하면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이것을 ‘직원들이 말할 수 있는 회사 문화를 만드는 것’으로 고쳐 쓰고 싶다. 

이탈리아에선 바닷가재를 요리하기 전에 얼음물에 담그는 것이 불법이라고 한다. ‘바닷가재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줬다’란 이유에서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은?

많은 이들이 사장이란 이유로, 상사란 이유로, 손님이란 이유로 직원을 함부로 대하면서 불필요한 고통을 난반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당연히, 아름답지 않다.

우리는 모두 꿈틀거리며 산다. 제발 잊지 마시길. 아무도 당신에게 인간을 함부로 대할 권리를 주지 않았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