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여성노조 “누구나 공평하게 산안법 적용해야”
전국여성노조 “누구나 공평하게 산안법 적용해야”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2.25 15:30
  • 수정 2019.02.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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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안전이 곧 학교 안전
산안법 적용 확대 필요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학교에서 과학실험 보조 업무를 하는 과학실무사가 실험 도중 화재 사고를 당하면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을까? 장애학생 생활지도를 맡는 특수교육지도사가 반복된 동작으로 근골격계질환을 앓을 경우에는 어떨까? 현행법 상 이 경우에는 산안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고 김용균 씨의 죽음을 계기로 지난달 15일, 산업안전보건법이 30여 년 만에 전부 개정됐다. 하지만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 사이에선 산안법이 그 취지에 맞게 보다 확대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오전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교육지도사, 과학실무사, 환경전담사 등 교육서비스업 노동자들이 업무 특성 상 위험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법적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에게도 산안법이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산안법 시행령 제2조2)은 교육서비스업을 산안법 적용 제외 업종으로 규정하고 있다.

노조는 “학교에서 똑같이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을 하지만 업종이 다르게 분류된다는 이유로 법에서 소외되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학교에서 일하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비정규직 교사들은 산안법 적용 직종 확대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15년 차 특수교육지도사인 서진영 씨(전국여성노조 전북지부 특수교육지도사지회장)는 “출근과 함께 장애학생 생활지도를 맡는 특수교육지도사에게 물리고, 할퀴는 일은 다반사”라면서 “몸 가누기 어려운 학생을 지원할 경우엔 신체적 부담으로 근골격계 질환 발생도 잦다. 이러한 이유로 정규직인 특수교사의 경우엔 일반교사보다 1호봉 높은 임금을 받고 있지만 비정규직인 특수교육지도사는 아무런 안전 대책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 씨는 “노동자는 일하다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산안법 적용 대상에 학교에서 근무하는 전체 노동자가 포함돼 당당한 교육 주체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에서 과학실무사로 10년 째 일하고 있는 양 석 씨(전국여성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도 “비커를 세척하던 도중에 비커가 깨져서 손을 크게 베이거나 알코올 중탕 실험 중엔 화재가 발생하는 등 아찔한 상황을 수차례 겪은 바 있다”며 “그럼에도 학교 과학실이 교육서비스업으로 분류돼 산안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것은 현장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양 씨는 “산안법조차도 업종으로 분류해서 같은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차별을 둔다면 이것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국가는 학교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산안법을 적용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7년 교육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직종 중에서도 ‘급식 업무’에 한해서만 ‘기관구내식당업’으로 업종을 변경해, 산안법 적용을 허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