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준혁의 로우앵글] ‘두 가지 역주행’
[송준혁의 로우앵글] ‘두 가지 역주행’
  • 송준혁 기자
  • 승인 2019.0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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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혁의 로우앵글] 언제나 로우앵글로, 언제나 낮은 시선에서 바라보겠습니다.

 

송준혁 기자 jhsong@laborplus.co.kr
송준혁 기자 jhsong@laborplus.co.kr

발매 당시엔 주목받지 못했던 영화나 음원 등이 특정한 계기로 관련 차트에서 순위 상승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최근에 자주 쓰이는 표현이 '역주행'입니다. 생소했던 ‘차트 역주행’이라는 현상은 이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죠.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던 좋은 음악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현상은 긍정적으로 비춰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근래엔 분위기가 좀 달라졌습니다. 차트의 높은 순위에 진입하기 위해 음원 사재기 등의 인위적 행태가 드러나자 차트 순위를 조작하는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으로 바뀐 겁니다.

차트 역주행 현상은 음원과 영화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최근에 관찰한 두 가지 사회적 ‘차트 역주행’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소개드릴 역주행은 약산 김원봉 이야기입니다. 의열단을 조직해서 무장투쟁을 전개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김원봉은 일제에서 내건 현상금이 김구 선생보다 많았을 정도로 대표적 독립운동가였습니다. 민족주의자였던 그는 좌익혐의로 몰려 친일 경찰로 알려진 노덕술에게 수모를 당한 뒤 월북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도 숙청당하며 남에서도 북에서도 지워진 존재가 됩니다.

“나 밀양사람 김원봉이오.” 영화 <암살>을 보신 분들은 배우 조승우가 등장하는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이름 대신 의열단이라고 짤막하게만 소개되곤 했었던 ‘약산 김원봉’이 영화 <암살>과 <밀정>의 흥행으로 재조명되기 시작했습니다. 월북인사라는 이유로 가려져있던 그의 독립운동 역사가 차트 역주행을 시작한 겁니다.

최근 김원봉의 이야기가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지며 재평가돼야 한다는 ‘차트 역주행’이 일어나고 있지만 김원봉의 가족들은 우리나라에서 비참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김원봉의 9남 2녀 형제 가운데 친동생 4명은 보도연맹 사건으로 총살당했고 나머지 가족들은 연좌제의 족쇄에 갇혀 연금과 감시 속에 살아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4일 김원봉의 막내동생 김학봉 여사가 생전 소망했던 김원봉의 서훈을 보지 못한 채 별세하셨습니다.

한편 또 다른 역주행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부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과 극우 인사들이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는 철지난 북한군 개입설을 다시 꺼내든 것입니다.

지난 2월 8일 김진태, 이종명 의원 주최로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라는 제목의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북한군 개입설과 5.18 유공자들을 괴물 집단으로 표현한 것을 두고 ‘5.18 망언’을 한 인사들을 처벌해야 한다며 사회적 반발이 거셉니다.

하지만 전당대회가 한창인 시점에서 지지세를 모으려는 이유 때문일까요.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마치 차트 진입을 위해서 음원 사재기를 하는 것처럼 말이죠.

두 가지 이야기를 보며 이제는 사회에서만큼은 차트 역주행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옳은 것은 옳은 것만이라도 인정해주고 틀린 것은 고쳐가며 정주행하는 사회, 앞으로 우리가 그려가야 할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