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간 한화폭발사고 유가족, “또다시 청년들이...”
국회 간 한화폭발사고 유가족, “또다시 청년들이...”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2.26 17:36
  • 수정 2019.03.01 0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화폭발사고 유가족 기자회견, 9개월 만에 또 3명 사망
한화폭발사고 유가족 故 김형준 노동자 어머니 최인숙 씨가 발언하고 있다.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한화폭발사고 유가족 故 김형준 노동자 어머니 최인숙 씨가 발언하고 있다.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두 오열

오늘(26일) 한화폭발사고 유가족 기자회견이 국회정론관에서 열렸다. 故 김형준 씨 어머니 최인숙 씨는 발언을 잇지 못하고 오열했다. 흘러 나오지 않는 마른 눈물을 삼켰다. 지난해 아들을 떠나보낸 故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가 겨우내 흘렸던 눈물과 닮았다. 두 사고가 닮았기 때문에 두 오열도 닮았다. 입사 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노동자가 산업안전사고로 사망했다는 점이 두 사망사고의 공통점이다.

한화공장 폭발사고는 2월 14일 08시 40분경 ㈜한화 대전공장 내 천무제조공실 이형작업장에서 이형준비 작업 중 추진기관 내부 코어 이형을 위해 이형 M/C와 코어를 연결하는 작업 과정에서 원인 불명의 화재로 발생했다. 이로 인해 노동자 3명이 사망했다.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사고

기자회견에는 한화폭발사고 유가족 대책위, 정의당 김종대 의원실, 노동건강연대, 민주노총 대전본부, 정의당 대전시당이 함께 했다.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한 모든 이들은 한화폭발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사고라고 규정했다.

김종대 의원은 “사건의 본질은 (일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노동자를 포함해 3명의 노동자가 위험이 개선되지 않은 사업장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작년 한화 대전공장 1차 폭발 사고 뒤 작성된 위험요인발굴서에 현장노동자들은 해당 공정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더불어 개선 조치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기했다. 그러나 한화는 위험요인발굴서를 받은 뒤 시설 개선 계획만 세웠을 뿐 실질적인 개선·보수 조치는 실시하지 않았다.

또한, 김종대 의원은 “사고가 일어난 한화공장이 다련장로켓 추진체를 만드는 곳인데, 추진체 규격이 커졌지만 공정이 예전과 같았다”고 말하며 “그래서 사고가 일어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故 김형준 씨 어머니 최인숙 씨는 “한화와 노동정책 관련 국가기관들이 지난해 억울한 죽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다시 3명의 청년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며 "반드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똑같은 일이 동료 노동자에게 일어나서는 안 된다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노무사는 “우리나라는 한 해 2천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는다”며 “영국에서 노동자 1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할 때 한국에서는 7~8명이 죽는다. 영국의 산업재해 사망자수가 적은 것은 기업살인법이 영국에는 제정됐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산업안전사고에 대한 사업주 측에 책임을 강력히 물을 수 있는 법적 제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지 태어난 나라가 달라서 죽어야 한다면 황당하다”며 “현장의 안전 문제 해결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해, 살기 위해 직장에 나갔다가 죽어서 돌아오는 일이 누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종대 의원은 “이와 같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생기지 않기 위해 기업살인법이 입법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정치권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기자회견은 故 김태훈 씨 외삼촌 김팔종 씨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기자회견문에서 한화폭발사고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안전 조치 개선을 실시하고 노동자와 유가족, 관계기관의 사회적 검증 후 작업재개 실시 ▲방위사업청, 고용노동부, 대전시는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작업현장 위험성 평가를 매년 2회 실시할 것 ▲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와 안전조치 개선에 유가족과 유가족이 추천한 전문가와 노동자의 참여 보장 ▲연이은 사고에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고용노동부 장관과 방위산업청장의 유가족에 대한 사과 ▲9개월 간 8명의 노동자를 죽인 한화 김승연 회장은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유족 면담을 실시할 것 ▲사고 책임자 엄벌 ▲대통령의 재발방지 대책 발표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