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 충분한 사회적 논의 거쳐야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 충분한 사회적 논의 거쳐야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2.27 11:23
  • 수정 2019.02.27 11: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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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뒤 도입?
충분한 시간, 사회적 논의 필요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지난해 12월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방향 보고서를 통해 공공기관 직무급제 도입을 내년 상반기까지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공기관에 직무급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보다 더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의 올바른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정부가 공공부문 직무급제 도입에 따른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토론자 대부분이 정부가 공공기관에 직무급제를 도입해 임금 공정성을 이루려는 취지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하며 의견을 달리 하지 않았다.

직무급제는 업무 성격, 난이도, 책임 정도 등으로 직무를 나눠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 공공기관 절반 이상이 직무와 관계없이 근속 연수에 따라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고려대학교 노동문제 연구소가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김정우, 최인호 국회의원,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이 공동 주최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장재규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부가 직무급제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별 직무급제 도입 여건, 가능성, 파급효과 등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부족해, 도입 시 여러 갈등과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장 교수는 정부가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 위원회(가칭)’ 등을 만들어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에 필요한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연구,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정부가 일방적으로 직무급제 도입을 추진하기 보다는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노정협의 기구나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한 논의로 절차적 공정성과 정책적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해외의 사례를 보면 임금 체계 개편에 소요되는 시간이 20~30년”이라면서 “(우리나라도) 중장기적 계획 하에 직무급제 도입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채준호 전북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정부가 공공기관에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전제조건 10가지를 제시하고 그 중에서도 ‘공공기관 근로자 생애 총액임금 삭감 없음’, ‘한국적 현실 고려’, ‘노동조합과의 긴밀한 협의’, ‘장기적 과제로 접근’ 등을 4대 원칙으로 꼽았다. 채 교수는 “영국의 국가보건서비스국(National Health Service) 사례처럼 우리나라의 직무급제도 조직 내 다양한 직군들을 하나의 임금체계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노동계 인사들도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조양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은 “정책 수립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여전히 배제되고 있다”며 “임금체계 개편 논의는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모범 사용자로서 노동조합과의 직접적인 협의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 실장은 “임금체계 결정은 기본급 결정 요인의 핵심 사안으로 관계 법령상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이 보장돼 있기 때문에 정부와 초기업 단위 또는 산별형태의 단체교섭이 기관별 교섭과 함께 진행돼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하창원 한국수자원공사 노동조합 위원장도 “(현 정부가) 과거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임금체계의 현황과 문제점, 개선방향에 대한 공식적인 노정 간 협의체계가 필요하고 협의체계 내에서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이뤄질 때 비로소 현재 공공기관에 부합하는 임금체계 개선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향우 기획재정부 공공정책총괄과 과장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직무급제 도입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동의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임금체계 개편은 결단코 임금삭감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생애 임금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가파른 호봉제를 완만한 곡선으로 개편할 생각이다. 완전한 직무급제는 아직 없다. 단계적, 점진적 노사 협의를 견지로 올바른 직무급제 도입을 위해 함께 걸어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