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의 아메리카노] 1919년의 태극기와 2019년의 태극기
[강은영의 아메리카노] 1919년의 태극기와 2019년의 태극기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2.28 07:49
  • 수정 2019.02.28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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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의 아메리카노] 달콤하지만 씁쓸한 아메리카노 한 잔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저는 문과성향을 가진 학생이었습니다. 수학은 공간지각능력이 부족해 도형이나 함수를 보면 머리부터 아파 왔습니다. 과학은 그냥 그 개념을 이해하기가 어렵더라구요.

식을 세우고 계산해 답을 찾아내는 과목들과 여전히 친해지는 중입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한 가지 답을 찾기보다는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하고 해석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상 ‘뼛속까지’ 문과인 학생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과목을 꼽자면 역사입니다.

전공도 역사이니 빼도 박도 못 하는 ‘역덕’(역사덕후)이지요. 수업 중 재미를 위해 선생님들이 한 번씩 말씀해주시는 역사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어떤 역사 시대를 공부하는 것보다도 더 기다려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관심도 있고, 잘 하는 과목이었던 역사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독립군들의 이름을 외울 때였습니다. 역사의 흐름을 중심으로 공부했던 저에게 쥐약이었던 부분은 무작정 암기가 필요했던 부분들이었습니다.

‘한국’과 ‘조선’, 그리고 ‘독립’과 ‘광복’을 섞어 ‘대한독립군’, ‘한국광복군’, 또 ‘대한광복군’, ‘한국독립군’.……. 왜 이리도 이름이 비슷한지. 지금에서야 어떤 마음으로 독립군들이 이름을 만들었는지 알고 있지만 당시에는 그 이름들을 무조건적으로 암기해야 했으니, 한동안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내일은 대한의 독립을 외치며 한반도가 들끓었던 그 날이 100주년을 맞이합니다. 광장에 모여 목이 터져라 외친 ‘대한독립만세’, 태극기를 만들어 팔이 떨어져라 흔들며 간절히 조선의 독립을 외친 폭력이 없었던 평화로운 날이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에도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외치며 사람들은 각자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였습니다. 그 때에도 폭력은 없었던 평화로운 시위였지요.

태극기와 촛불은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태극기는 아주 생뚱맞은 다른 의미가 담긴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태극기에 성조기, 심지어는 이스라엘기와 일장기까지 함께 들고 거리에 나서는 무리들이 생긴 이후입니다.

요즘 길가에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지금의 태극기와 만세운동 시절의 그 태극기가 함께 내걸려 있습니다. 독립을 열망하며 태극기로 하나 된 그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대한민국에서 태극기가 그 진정한 뜻으로 흔들렸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