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적 근로시간제 합의, 최종 의결 앞두고 ‘삐끗’
탄력적 근로시간제 합의, 최종 의결 앞두고 ‘삐끗’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3.07 16:20
  • 수정 2019.03.07 1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계층별 노동위원 3명의 불참 선언에 2차 본위원회 무산
ⓒ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홈페이지
ⓒ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홈페이지

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2차 본위원회가 계층별 노동위원 3명의 불참으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고 무산됐다. 이날 본위원회에서 안건으로 다루려고 했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포함한 사회적 합의는 최종 의결을 앞두고 제동이 걸렸다.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
계층별 노동위원들이 불참한 이유는?

“첫 단추를 제대로 다시 꿰어야 경사노위가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드는 진지가 될 수 있습니다.”

여성과 청년, 비정규직을 대표해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계층별 노동위원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전날 공동입장문을 내고 7일 본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을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19일 경사노위 노동시간개선위원회 합의를 통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이 6개월로 확대된 것을 언급하며 “탄력적 근로시간제 문제는 미조직 노동자들에게도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노동시간개선위원회에 계층별 대표 1인의 위원 참여도 제안했지만 거부되었다”며 “합의 과정에서 계층3대표는 아무런 개입도 할 수 없었고, 미조직 노동자들은 실질적 보호를 받기가 어려운 합의안이 고스란히 본회의로 올라와 오로지 표결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며 저희는 자괴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주요 의제의 논의와 합의 과정에서 배제된 채 거수기가 되는 구조를 반드시 바꿔야겠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며 “계층별 대표들이 논의에서 배제되고 결정만 함께 책임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계층별 노동위원 3명은 이번 탄력적 근로시간제 합의안을 두고 미조직노동자에 대한 안전과 건강권, 임금보전이 보장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청와대 "유감", 한국노총 “무책임한 행동”, 민주노총 "밀어붙이기 안 돼"

청와대는 본위원회 의결 무산에 유감을 표명했다. 청와대 한정우 부대변인은 7일 브리핑을 통해 청년, 여성, 비정규직을 대표하는 계층위원 3인의 경사노위 본위원회 불참으로 탄력근로시간제, 사회안전망, 디지털 전환 대응 관련 세 개의 노사정 합의가 의결에 이르지 못했다위원회 발족 이후 3개월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합의 도출에 힘써 온 노사정 주체들의 선의와 노력이 빛을 보지 못해 대단히 안타깝다고 논평했다.

한 부대변인은 또 탄력근로제 개편과 한국형 실업부조의 도입 등은 주52시간 제도의 정착과 저소득층 노동자 및 구직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사회적 합의라며 마무리하지 못한 세 개의 합의안의 경사노위 본위원회 의결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도 ‘먹기 싫은 반찬 있다고 밥상을 엎어버리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불참을 선언한 계층별 노동위원 3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합의안은 현행 3개월인 단위기간을 노동자대표와 서면합의로 최대 6개월까지 연장하면서 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위해 11시간 연속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임금보정방안을 마련하는 내용”이라며 “여성·청년·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대표자들이 취약계층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합의문을 심의·의결하는 회의에 불참한 것은 그들이 과연 진정으로 현장의 어려운 노동자들을 대변하고 있는지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6개월 확대에 반발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경사노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입장문을 내고 “계층별 노동위원들의 입장 발표는 현 경사노위 제도 아래에서 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정책추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노사정 기구를 들러리 세워 제도 개악을 추진했던 과거 정권 경험을 잊지 못하는 민주노총 조합원 우려를 일부 불식시키는 계기가 된 셈”이라고 밝혔다.

경사노위 “일부에 의해 전체 훼손” 비판

경사노위는 불참한 노동위원을 재차 설득하겠다고 밝히며 7일 무산된 2차 본위원회를 11일에 다시 개최할 것을 밝혔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노사단체의 결단을 발판 삼아 큰 타협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에 의해 전체가 훼손되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위원장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계층별 노동위원 3명에게 참여를 촉구했다.

또한, “일부의 불참으로 인해 어렵게 마련된 소중한 결과물이 최종 의결되지 못하는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구제척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하며 현 의사결정 구조를 개정하는 방향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