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전교조, 어떻게 달라지나
서른 살 전교조, 어떻게 달라지나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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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이익 대변 강화···
‘법외노조’ 해결 투쟁 지속

[인터뷰]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이끌게 된 권정오 신임 위원장은 “그동안 소외돼 왔던 조합원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대변하겠다”면서도 “‘참교육’의 실천 기반인 ‘법외노조’ 해결을 빼먹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전 집행부와 달리 ‘교사의 권리(교육권)’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법외노조 투쟁만큼은 끝까지 이어가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1월 28일,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에서 권 위원장을 만났다. 권 위원장은 김현진 수석부위원장과 함께 “바꾸자! 전교조, 주목하라! 교사의 일상에, 선택하라! 새로운 세력을, 딥 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 변화)”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지난해 12월 조합원 77.7%가 참여한 선거에서 51.5%를 득표해 당선됐다.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이현석 175studio@gmail.com

후보 시절, 전교조의 근본적 변화를 약속했다.

“활동가에서 조합원으로 전교조의 운영 중심을 옮길 것이다. 노동조합이란 원래 조합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단체다. 그런데 전교조는 지난 30년 동안 조합원이 아니라 소수의 활동가가 조직의 중심이 돼 왔다. 전교조는 1989년 만들어질 때부터 불법노조였다. 노조에 가입만 해도 해고가 됐다. 그러다 보니 엄한 탄압을 각오한 활동가들이 조직을 이끌 수밖에 없었다. 10년 뒤 전교조가 합법화되면서 조합원 수가 9,000명 내외에서 9만 3,000여 명으로 비약적으로 늘었다. 대중조직이 되면 대중조직에 맞게 활동 방식이 달라졌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대중조직에 맞는 활동 방식이란 무엇인가?

“조직의 의사 결정 과정에 조합원들의 참여를 폭넓게 보장하는 것이다. 그동안 전교조는 활동가들이 사업의 과제를 먼저 정해놓고, 조합원들을 설득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조합원들에게 ‘뭘 하고 싶은지’ 물어본 적이 없는 거다. 단순한 것 같지만, 이러한 관행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조직이 점차 생기를 잃어왔다. 집행부와 일반 조합원들이 분리됐고 결국엔 집행부가 어떤 사업을 결정해도 조합원들이 무관심하기에 이르렀다. 촛불혁명 이후 거의 모든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늘고 있는데 전교조는 이례적으로 조합원 수가 줄고 있다.”

조합원들이 원하는 것은?

“교육권(교육 전문가로서 학생을 교육할 권리) 보장이다. 선거 기간 200여 개 학교를 직접 돌아봤다. 거의 모든 선생님이 지금 학교는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지기 힘든 공간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학부모가 교육 전문가인 교사의 영역을 침해하는 것이 일상화됐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학교나 교육청이 이를 위해 아무런 보호를 해주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노동조합이 교사의 교육권 보호를 위해 앞장 서달라는 것이 조합원들의 요구였다.”

자칫, 학생 인권과 대치되는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교사의 교육권과 아이들의 인권은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다. 서로 보완관계에 있다. 교사의 교육권을 강조하면 학생의 인권이 침해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본다.”

두 권리는 어느 지점에서 맞물릴 수 있나?

“학교 내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3주체라고 하지만 학생들이 가장 약자인 게 사실이다. 그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할 책무가 교사에게 있다고 본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인격적으로 부족하고 덜 성숙했기 때문에 교사에게 일방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식의 학생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는 어떻게 돼야 하나?

“학원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원에선 진짜 공부만 가르치지 않나. 학교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학습 내용만 전달해주는 공간이 아니다. 학교의 가장 큰 역할은 학습도 학습이지만, 학생들이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가치관이나 생활습관 등을 만들어주는 데 있다. 교사와 학생은 교육을 상품으로 거래하는 양자(兩者)가 아닌 인격 대 인격으로 만나 교육적 상호작용을 이루는 관계가 돼야 한다.”

주요 사업 계획은?

“교육권 보호를 위한 교육권 지원센터를 구상하고 있다. 본부 밑에 17개 광역시도 지부별로 하나씩 만들 계획이다. 교육권을 침해받았을 때 상담을 받고, 침해가 아주 심할 땐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구가 절실하단 조합원들의 요구에서다. 교육청과 연계·협력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독소조항 중심으로 학교폭력법 개정도 준비 중이다. 법 개정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다. 학교 안에 일어나는 학생과 학생의 갈등, 학생과 교사의 갈등을 모두 범죄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두 학생이 싸워서 주먹이 오가면, 교사는 학생들을 불러서 왜 그랬냐, 너도 잘못했는데, 너도 잘못했다는 식으로 화해를 시켰다. 낭만적인 생각일지 몰라도 그런 것들이 아이들의 유년기 경험으로 형성된다. 학교폭력법은 그런 교육적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고 파괴한다. 심하면 형사법으로 다루면 된다. 학교폭력심사위원회 기능도 지방 교육청으로 이관돼야 한다. 이밖에도 본부 내 소통실 신설, 온라인 투표제 도입 등 조직 내 다양한 소통 구조 정착시킬 계획이다.”

법외노조 투쟁은?

“말할 것도 없이 첫 번째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전교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전교조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학교 현장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참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틀일뿐인데도 전교조는 이 틀의 족쇄에 묶여 있다. 지난 집행부가 법외노조 문제 해결을 위해 삭발과 단식 농성 안 해 본 것 없이 헌신적으로 싸웠다. 그 성과로 이제는 우리 사회가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어떤 사안과 협상해야 할 것이 아니고 기본권의 문제로 접근하게 됐다고 본다.”

전망은?

“아직 청와대는 법 개정을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경로로 가져가야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상반기에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장기화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올해를 넘기게 되면 정말 심각한 진보진영의 비판에 직면할 거라고 본다.”

지난 전교조 역사 30년을 자평한다면?

“전교조 30년 역사가 대한민국 교육의 역사라고 자부한다. 전교조가 없었다면 대한민국 교육 역사는 정말로 다르게 쓰였을 것이다. 전교조가 꿈꿔온 무상교육, 무상급식이 현실화됐다. 자유한국당은 사회주의 정책이라며 비판했지만, 이제는 자유한국당도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우리나라의 보편적 복지의 시초다. 혁신학교도 수백 개가 넘게 만들어지고 있다. 이 모든 꿈이 전교조가 처음 꾼 꿈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다가오는 5월 25일 30주년 교사 대회 땐 앞으로 새로 쓸 교육 역사의 비전을 내세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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