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사회적 대화 불씨 살아날까?
민주노총 사회적 대화 불씨 살아날까?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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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수정안 모두 부결···임시대대 추이 관심집중

[리포트]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지난 1월 2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명환, 이하 민주노총) 67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논의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가 무산되면서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가 표류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 어렵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오는 4월 4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를 제외한 새로운 사업계획을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현장발의안으로 경사노위 참여 안건이 제출되면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불씨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9시간 마라톤 토론 이어갔지만…

지난 1월 28일 열린 민주노총 67차 정기대의원대회 현장은 뜨거웠다. 수많은 취재진들이 기자석을 채웠으며, 본회의에는 재적 대의원 1,273명 가운데 1,046명이 참석해 역대 민주노총 정기대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여부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관심을 사고 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풍경이었다.

오후 3시 30분에 시작한 본회의는 자정이 넘어 끝이 났다. 경사노위에 참여하자는 지도부 원안에 대해 3건의 수정안이 상정됐으나, 모두 부결됐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조속한 시일 내에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해 경사노위 참여를 전제하지 않는 올해 사업계획과 예산, 이후 방안 등을 제출하겠다”고 밝히며 67차 정기대대 산회를 선언했다.

대의원들의 표는 어디로 향했나

정기대대 당시 현장에서는 3번 수정안인 ‘조건부 참가’가 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지도부 역시, 몇몇 대의원들이 “조건부 참가 수정안 쪽으로 편파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불만을 이야기할 만큼 조건부 참가 수정안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불참 수정안에 이어 조건부 불참 수정안이 부결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조건부 참가 수정안이 가결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흘렀지만, 이마저도 부결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후 경사노위에 참여하자는 지도부 원안을 표결에 붙여야 한다는 몇몇 대의원들의 의견이 있었지만 원안은 끝내 다뤄지지 않았다.

경사노위 불참과 조건부 불참이 부결됐다면 지도부 원안에 가장 가까운 조건부 참가의 가결로 이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결과지만 수정안 3개 모두 부결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현장은 어수선해졌다.

이를 두고 한 산별노조 관계자는 “3개 수정안이 모두 부결됐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결과”라며 “몇몇 대의원들이 찬성과 반대 중 어느 한쪽을 고르지 못하고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다른 관계자는 “결국 지도부가 대의원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음이 수정안 3개 모두 부결이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에 손지승 민주노총 부대변인은 “약 44%(912명 중 402명)의 대의원이 조건부 참가 수정안에 찬성했지만, 순수한 경사노위 참여라는 지도부 원안에서 찬성표는 더 떨어질 수 있다”며 “44%가 조건부 참가라는 방법으로 동의를 한 것이고, 56%가 반대한다고 보는 것이 사실상 정확한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산회’인가 ‘폐회’인가 논쟁 계속돼

정기대대에서 ‘조건부 참가’ 수정안을 제출한 8개 산별대표자 중 한 명인 홍순관 건설산업연맹 위원장 권한대행은 “애초 원안이 통과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해 조건부 참가를 수정안으로 제출했던 것인데, 3개 수정안 중에 가장 많은 표를 받았음에도 부결돼 아쉬움이 크다”고 정기대대를 평가했다.

반면, 경사노위 참여 반대 입장의 대의원들은 경사노위 불참은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를 내렸다. 정기대대에서 만난 한 금속노조 대의원은 “탄력근로제, 노조법 개악 철회 등 경사노위에 참여하기 위한 선결조건조차 따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것은 타협일 뿐”이라며 “경사노위에 참여하기보다 대정부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찬반 논쟁은 정기대대가 끝난 후에도 계속됐다. 김명환 위원장이 정기대대를 마치며 사용한 ‘산회’라는 표현에 대한 해석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8일 열린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는 김명환 위원장이 ‘폐회’가 아닌 ‘산회’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에 원안이 살아있다고 주장하는 쪽과 김명환 위원장이 원안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경사노위 참여 안건은 폐기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쪽이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지난달 21일 민주노총 중집은 지난 정기대대 결과를 ‘폐회’로 결정하고,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폐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도부는 오는 4월 4일 열릴 임시대대에서도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올리지 않는다.

다만, 경사노위 참여 안건이 임시대대 현장발의안으로 제출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실제 경사노위 참여를 찬성하는 쪽에서 현장발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김형석 민주노총 대변인은 “경사노위 참여 안건이 현장발의될 가능성은 100%”라며 “중집에서 경사노위 참여 찬성파의 이의제기가 있었지만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을 잠재우기 위해 임시대대에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선은 경사노위 밖 투쟁에 집중

정기대대 이후 지도부가 지난해 10월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임시정책대의원대회를 교훈 삼아 정기대대를 성황리에 성사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김명환 위원장 리더십이 상처 입었다는 평가가 더 크다. 한 민주노총 내부 관계자는 위기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민주노총 내부와 지도부가 처한 상황을 평가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정기대대 평가를 임시대대 이후로 미룬 상태다.

김명환 위원장은 정기대대가 열리기 2주 전 <참여와혁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사노위에 참여하려는 이유에 “촛불 이후 하지 못했던 사회대개혁을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 실현해 나가겠다”고 답한 바 있다.

김명환 위원장은 경사노위 참여를 통해 하고자 하는 사회적 대화를 “문재인 정부의 한계인 개혁정책의 후퇴와 지체를 끌어올리는 국민적 공론화를 만들어내는 장”으로 설명했지만, 사회적 대화를 ‘노동계의 양보와 고통분담’을 감내해야 하는 테이블로 바라본 일부 대의원들에게는 김명환 위원장의 메시지가 전달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사노위는 지난해 11월 22일 공식 출범 후 민주노총 없는 사회적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노총이 빠졌기 때문에 ‘완전체’ 경사노위가 아닐 뿐이다. 민주노총도 경사노위 울타리 밖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탄력근로 기간 확대 반대, 노동시간 단축 등 눈앞의 현안에 집중하고 있다.

4월 임시대대를 앞두고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여부가 다시 점쳐지고 있다. 현 지도부가 사회적 대화 공약을 내걸고 출범한 지도부인 만큼 경사노위 참여 의지를 쉽게 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 지도부가 이대로 경사노위 참여를 밀어붙인다면 지난 사회적 대화 복귀를 논의하려고 했던 2005년 대의원대회가 폭력으로 얼룩졌던 것처럼 참담한 경험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함께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4월 임시대대를 통해 이에 대한 답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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