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산업안전팀을 알고 싶다
서울시 산업안전팀을 알고 싶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3.11 12:08
  • 수정 2019.03.12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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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에서 멈추지 못한 노동자 죽음열차

[리포트] 서울시 산업안전팀

구의역에서 멈추지 못한 열차는 결국 태안화력발전소까지 갔다. 그 열차는 태안화력발전소로 가는 동안에도 수많은 구의역을 지나쳤다. 2017년 5월 1일 노동절에는 타워크레인 사고로 노동자 6명이 죽었다. 제주 현장실습생 故이민호 군은 압사로 죽었다. CJ 대한통운 택배노동자는 과로로 죽었다.

사실 노동자의 산재 사망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망사고만인율(1년 한해동안 근로자 수 1만 명당 업무상 사고로 사망한 사망자 수)은 미국, 일본, 독일 등 OECD 주요국가 대비 2~3배 높은 수준이다. 구의역으로 죽음의 열차는 이전부터 달려오고 있었다.

태안화력발전소 故김용균 참사로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 만에 개정 되었다. 그 후로 곳곳에서 산업안전이라는 사회적 의제를 다루고 있다. 서울특별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산업안전에 대한 구체적 고민을 하고 올해 산업안전팀을 신설했다. 서울시 산업안전팀의 설립 배경과 앞으로 활동 계획 등 제반 사항을 듣기 위해 조성주 서울시 노동협력관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편으로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의 노동안전을 담당하는 한창욱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중앙 노동안전보건국장을 만나 서울시 산업안전팀에 대한 기대와 전망을 물었다. 사측인 서울교통공사에는 연락을 했지만 답신을 받지 못했다.

ⓒ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산업안전 고민, 깊을 수밖에

서울시 산업안전팀은 지방정부 최초로 산업노동안전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산업안전팀은 올해 1월 신설됐다. 서울시 노동민생정책국 산하 노동정책과 내에 산업안전팀이 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이번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을 체계화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산업안전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산업안전팀을 만들었다. 더 깊은 고민은 구의역 참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성주 노동협력관은 산업안전팀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에 “서울시가 노동안전에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연원이 있다”고 말머리를 떼며 소개를 시작했다.

“서울시가 2012년에 노동정책과를 만들고 주로 근로조건이나 고용안정 특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지방정부 차원의 노동정책을 펼쳐왔는데 2015년 구의역 참사를 겪으면서 노동정책이라는 부분에 산업노동안전 영역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 깨달음은 서울시 노동정책의 개념을 바꾸고, 바뀐 개념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조직의 필요로 이어졌다. 서울시는 구의역 참사로 이슈가 된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기 위해 노동자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위험한 업무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나아가 서울시는 노동정책과 산하에 운영하고 있던 감정노동센터처럼 서울시 차원에서 산업노동안전 영역을 담당하는 팀에 대한 고민을 했다. 정책으로 실현하는 데 박원순 서울시장의 3선 성공이 뒷받침했다. 산업안전팀 신설이 박원순 시장의 선거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구의역 참사는 시민들의 애도와 분노를 낳았다. 시민들의 애도와 분노는 사회가 산업노동안전 영역에 대한 중요성을 되짚을 수 있게 했다. 결국 이 과정은 씨앗이 돼 서울시 산업안전팀이라는 싹을 피웠다.

‘서울형 산업안전 마스터플랜’ 수립

산업안전팀은 안전한 노동환경을 조성하고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절감하겠다는 사명으로 4가지 굵직한 계획을 세웠다. ▲<서울형 산업안전 마스터플랜> 수립으로 노동안전 확보 ▲현장의 유해요인 조사 및 개선을 위한 ‘노동안전조사관’ 운영 ▲현장중심의 노동안전 책임제 운영으로 밀착형 보호 ▲노동안전대책의 내실있는 운영을 위한 위원회 설치 및 조례 제정 등이다. 4대 계획은 세부적인 사항들로 이어진다.

서울시 산업안전팀에 대한 전망은?

조성주 노동협력관은 “산업안전팀이 이제 첫 발을 뗀 조직이라 지켜봐야겠지만 전망은 밝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피력했다. 외부전문가들이 참가한 첫 자문회의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중앙정부가 챙기지 못하는 노동안전의 사각지대를 지방정부는 지방의 현황에 세세하게 비추어 빈틈을 채울 수 있다는 점이 첫 자문회의에서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한, “산업안전팀은 서울시 산업안전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직군을 발굴해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수 있도록 해당 직군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첫 자문회의에서 논의된 직군은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 직군이다. “이 직군은 서울시가 맡고 있는 공공부문보다 민간부문이기 때문에 조례 제정을 통한 법적 강제력을 행사할 수는 없겠지만 서울시가 가지고 있는 각종 행정권한을 활용해 사용자의 책임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안전팀의 노동안전대책 활동을 통한 서울시 조례 제정도 난항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회 역시 서울시 노동안전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서울시 산업안전팀 신설에 대한 의결에도 서울시의회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조성주 노동협력관은 인터뷰 끝자락에 “서울시 산업안전팀에 대한 다른 지방정부들이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하며 “서울시가 선언한 노동존중특별시 모델이 다른 지방정부로 확산 돼 대한민국 전역이 노동자가 안전한 공간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정책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현장의 평가도 중요하다. 그렇기에 서울시 산업안전팀이 나아가야할 길에 서울교통공사 노동자들의 평가는 유의미할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이고 산업안전팀이 발표한 위험직군 5대 분야 중 정비와 운전을 담당하며 구의역 참사가 일어난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산업안전팀 신설 환영!

한창욱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중앙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서울시 산업안전팀 신설을 환영하고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한다는 말을 건넸다. 대한민국 사회 안에 노동안전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고 당연히 이 분위기가 산업안전팀 신설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기도 했다. 노동자의 죽지 않고 일할 권리가 사회적 요구로 모아졌고 그 요구를 책임질 행정기구가 시민들 앞에 등장하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노동안전실태부터 다시 조사해야

산업안전팀은 대표 위험직군 5대 분야(청소·경비·건설·정비·운전)는 산업안전의 전통적 시각이라고 본다. 이 시각의 범위를 전환하고 확대해 현재 시대에 맞는 산업안전 직군을 발굴할 계획이다. 우선, 첫 자문회의에서 논의된 서울시의 노동안전 취약 직군 분야는 서비스 노동, 특수고용노동이다. 서울시의 산업 구조 중 서비스 노동과 특수고용 노동 관련 부문이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자문회의에서 이야기가 나온 만큼 산업안전팀은 두 노동 부문에 대한 노동안전실태조사에 좀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한창욱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이러한 흐름이 보이기 때문에 더욱 자기들 소속에 있는 노동자(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노동안전실태를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의 노동안전실태조사와 조례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이 노동안전에 관한 모범 사례를 낳으면 해당 사례가 민간부문(서비스 노동, 특수고용노동)까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결정적 이유는 구의역 참사의 후속 조치들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한창욱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참사가 일어난 서울교통공사의 후속 조치들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인데 많은 영역으로 확산할 수 있는 모범사례가 나오겠냐”며 걱정 섞인 말을 전했다.

2018년 8월 ‘구의역 사고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든 권고사항에 대한 이행점검을 노동조합 자체적으로 한 결과 부족 지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자료에 따르면, 안전문제 발생에 대한 책임 추궁에서 원인을 규명하는 조직문화로 개선하자는 사항은 오히려 통합공사 출범 이후 노동자들에게 징계를 남발하면서 원인 규명 문화 정착이 더 어려워졌다. 정시 운행에서 안전 운행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사항은 승강장 안전문 장애발생에만 한정돼 있고 신호, 전차선 등 다른 분야에서는 개선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작업수칙 및 각종 안전 매뉴얼 재정비 시행을 위한 매뉴얼 변경과 사규 제정에는 현장노동자와 노동조합이 배제되면서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안전 매뉴얼이 나오지 않았다. 시민대책위는 노사민정이 함께하는 지하철 안전기획위원회 설립을 권고했지만 서울교통공사는 권고안 취지와 맞지 않는 안전기획위원회 설립 계획 중이었다.

따라서, 산업안전팀이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구의역 참사 이후에 시민대책위에서 만든 진상 조사 권고안이 얼마나 이행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상당히 유의미할 것으로 보인다.

한창욱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물론 사각지대 노동에 놓인 특수고용노동자는 노동안전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기는커녕 노동조합도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기에 산업안전팀의 노력이 절실히 닿아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한창욱 노동안전보건국장의 과거 이야기와 그의 소망을 들었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

“저는 기술 중에서 신호라, 열차가 신호 때문에 가거든요. 그래서 열차가 지연이 생기면 운행 중에 터널로 들어가고 막 이래요.

그래서 선배들 중에 몇 분은 터널에서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고, 그러면서 우리가 이 운행 중에 유지보수를 했어요. 시설물이 터널에 있고 하니까. 그렇게 몇 번의 죽음을 맞고 나서야 운행 중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때서야. 야간 점검 때는 단전이 되니까 모터카를 타고 유지보수를 해요. 열 명도 타고 스무 명도 타고 하는데 그 모터카가 일하고 있는 사람 그냥 치기도 하고 그 위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아마, 지하철이 없어질 때 까지 안전사고는 항상 존재할 거예요. 운행을 멈추는 순간까지. 아니다 선로랑 지하철 해체할 때 까지. 안전사고는, 노동자의 안전문제는 완결되지 않는 과업인 거죠.”

구의역 참사 이전부터 빠르게 달려오던 죽음의 열차가 故김용균 노동자 앞에 멈췄느냐에 대한 물음은 현재 진행형이자 미래 진행형이다. 서울시 산업안전팀이 앞으로 계속 자신들이 해나가는 업무에 종결형인 온점을 달지 말고 물음표를 달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