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소통, 화살표는 어디로 향해야 하나?
노동조합의 소통, 화살표는 어디로 향해야 하나?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3.11 12:09
  • 수정 2019.03.11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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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vs 조합원, 무게중심은 어디에

[리포트] 노동조합의 소통 

지난 2월 5일, 미국 시장 조사기관 ‘퓨리서치’가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 세계 27개국을 대상으로 조사 결과, 한국 사람들의 스마트폰 사용 비율이 가장 높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휴대전화 보급률은 100%를 나타냈고, 이 가운데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95%를 차지해 조사 대상 국가들 중 1위를 차지했다. 또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사용하는 18세 이상 성인이 약 7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이스라엘(77%)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스마트폰과 SNS는 없으면 불편을 초래할 정도로 일상에 깊이 자리 잡았다. 그런 가운데 노동조합은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고 조직화 전략 중 하나로 스마트폰과 SNS를 활용하는 방법을 활용한다. 노동조합의 소통은 어떤 방향으로 향하나?

온라인 광고, 소비자도 주체적으로 동참

한국에 상업 광고가 도입된 시기는 신문을 발간하게 되면서부터다. 1886년 근대 신문 중 하나인 ‘한성주보’에 광고가 실리면서 광고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신문을 활용한 인쇄 광고는 라디오가 보급되는 1950년대 전까지 호황기를 누리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텔레비전이 상용화되기 시작하면서 시각적인 효과를 강조하고, 대중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광고가 생겨났다.

지금도 신문이나 잡지를 통한 인쇄 광고나 라디오를 통한 음성 광고, 텔레비전을 통한 영상 광고가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홍보 방식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온라인을 통해 홍보 방식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SNS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불어났다. SNS를 통해 친구, 선후배, 동료 등 지인과 연락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인맥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SNS가 개인 정보 공유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품 등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기존의 광고는 기업이나 매체가 대중들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형태였다면, SNS를 통한 광고는 소비자들이 광고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누구나 다양하게 자신의 의견을 온라인 상에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파악하기 위해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솔직하고 즉각적인 사용자들의 반응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영상을 직접 제작해서 올리는 1인 미디어도 새로운 방식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런 장점이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누구나 접근 가능하듯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무분별한 내용이 판을 치기도 한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트위터 통한 새 바람

양대 노총뿐만 아니라 각 산별연맹, SNS를 자주 사용하는 조합원들이 있는 단위노조에서는 SNS를 활용한 소통이 필수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기본이고 인스타그램, 심지어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도 한다.

SNS에서 최근 주목을 끈 것은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의 트위터다. 지금도 트위터는 각종 성명과 취재요청, 각 현안에 대한 의견을 활발하게 올리고 있다.

트위터가 주목받게 된 것은 온라인을 통해 민주노총 행동에 대해 질타하고 비꼬는 멘트를 날리는 이들에게 민주노총이 달게 된 답변에서 시작됐다.

대표적 사례를 하나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지난해 9월 인천에서 열렸던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 민주노총이 참여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가 “민주노총은 노동자대표단체여야지. 무슨 동성애까지 오지랖을 넓히려 하냐”고 불만을 표현하는 글을 작성했다.

이에 민주노총 트위터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말씀하신 ‘오지랖’을 우리는 ‘연대’라고 합니다. 노동자와 소수자, 사회적 약자가 함께 사는 방법입니다.”

이처럼 재치 있는 답변은 트위터 사용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고, 하나의 유행어처럼 퍼져나갔다. 누군가에게 트위터 답변을 달 때에도 ‘안녕하세요 선생님’으로 글을 시작하는 것은 민주노총 트위터 계정이 아니더라도 일반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됐다.

지지하는 글뿐만 아니라 악의적인 글에도 언제나 ‘안녕하세요 선생님’으로 시작하는 댓글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 있는 행동으로 많은 이들에게 지지를 받으며 보살, 성불, 생불 등의 호칭을 받기도 했다.

대중들이 생각하는 민주노총은 대개 머리띠를 이마에 두르고 몸싸움을 하는 등의 거친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운데, 이번 트위터 사건을 통해 그 간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워내고 부드럽고 익살스러운 모습을 떠올릴 수 있게 됐다.

소년점프? 노동점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도 새로운 움직임에 동참했다.

‘쇼미더머니 777’에 출연해 큰 화제를 낳은 ‘마미손’의 <소년점프>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 수 3,200만 회를 기록하면서 청년들 사이에서 큰 돌풍을 일으켰다. 헐렁한 포즈로 공원에서 춤을 추는 모습과 익살스런 가사는 젊은 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한국노총은 홍보영상으로 <소년점프>를 패러디한 <노동점프> 영상을 제작했다. 영상에는 직장 내 ‘을’인 ‘김 대리(개그맨 김대범)’가 상사의 갑질로 서러움을 느끼면서 사직서 대신 분홍색 복면을 쓰고 ‘노동자들의 히어로’로 변신하는 내용이다.

영상에 삽입된 랩에는 ‘쥐꼬리만 한 월급 받고 주말에도 쳐 박혀서 일하는 기분을 니들이 알아?’라는 한 맺힌 일침과 함께 갑질, 꼼수, 임금체불, 성희롱 등 일터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문제들을 재미있게 담아내고 있다.

노조 경험이 없는 20~30대 청년들에게 노조란 낯설고 어려운 이미지이면서 동시에 쉽사리 넘을 수 없는 문턱과도 같다. 일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노동자를 지켜주는 노동조합이라는 이미지를 <노동점프>를 통해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었다. 유튜브에 게재된 <노동점프>는 현재 7,000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영상을 기획한 한국노총 관계자는 “재미있고 단순하게 제작해 청년들과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노동조합에 대한 무겁고 접근하기 힘든 이미지를 깨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노력은 청년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잘 만들었다”를 시작으로 “힙합 분위기를 잘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찰떡같은 개사가 눈에 띤다” 등 호평이 이어졌다.

대중 vs 조합원, 누구와의 소통이 중요할까?

2019년 양대 노총은 100만 조합원을 달성하게 됐다며, 이제는 200만 조직화를 위해 전진하겠다는 기치를 동시에 내걸었다.

2,000만 노동자들 중 양대 노총에 가입돼 있는 조합원 수가 200만 정도인 것을 감안한다면, 노조 조직률이 10% 정도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이제 새로운 조직화를 위해 청년들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노동조합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자 하는 것이 노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고민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 방안에서 나온 것이 위에서 설명한, SNS를 활용한 소통과 유튜브 영상을 활용한 소통이었다.

여기서 질문을 던져보자. 물론, 새로운 조합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노동조합의 힘을 키우기 위한 중요한 정책 방향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면 조합원들과는 어떤 내용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노동조합에서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건 조합원들의 삶이다. 노조에 가입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생각해보면 사업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혼자서 해결할 힘이 없어 도움을 얻고자 가입을 결정하게 된다. 또는 입사와 동시에 노동조합 가입을 통해 조합원이 되는 경우도 있다.

노동조합이 노동정책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현장에서는 그 문제가 자신들에게 어떤 불이익을 가지고 오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까. 조합원들의 의지를 하나로 모아야 하는 때에 문제 파악을 하지 못 한다면 노동조합은 힘의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실제로 결의대회 현장에 가보면, 대회를 시작 전 어떤 문제로 인해 대회를 갖게 되는 지 설명하는 5분 내외의 영상을 보여주는 것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제라면 괜찮지만, 역사적인 문제부터 시작해 여러 관련성이 있는 복잡한 사안이라면 짧은 영상만으로 모든 조합원들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바라는 점을 노조는 얼마나 확인하고 있을까. 소통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는 지금, 새로운 조직화를 위해 노조 밖 사람들에게 집중을 해야 할지 조합원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게 중요한 일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