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의 새로고침을 꿈꾸다
IBK기업은행의 새로고침을 꿈꾸다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3.11 12:08
  • 수정 2019.03.11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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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형선 IBK기업은행지부 지부장

지난해 12월 4일, 기업은행지부의 16대 집행부 선거가 진행됐다. 이날, 전체 조합원 8,880명 중 7,924명이 참여해 15대 위원장인 나기수 후보조를 누르고, 53.1%(4,208표)의 지지를 얻어 김형선 후보조가 당선됐다.

기업은행 노조를 3년간 이끌게 된 김형선 위원장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김형선 IBK기업은행지부 지부장
김형선 IBK기업은행지부 지부장

현장의 삶 변화, 공감을 끌어내다

김형선 위원장은 지난 16대 집행부 선거에서 ‘RE:IBK’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직원들의 삶을 바꾸자는 의미였다. 주요 공약으로 ▲인사시스템 개조 ▲악덕 경영제도 폐지 ▲자존심·복지 회복 ▲실력·행복 충전 ▲참된 노조의 재건을 약속했다.

조합원들의 지지에 대해 “현장에서 방카슈랑스 사업 등, 어떻게든 목표를 채워야 한다는 것에 대한 괴리감과 상실감이 큰 직원들이 많았고, 이를 폐지해달라는 요구가 컸다”며 “조합원들을 만나며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고 평했다.

선거 공약은 집행부 임기를 시작하면서 지켜졌다. 지난 1월, 지부는 경영평가항목에서 방카슈랑스 영업 지표를 폐지하는 성과를 만들었다.

지난 1월 4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김 위원장은 “국책 공공기관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업무는 시중은행과 동일하게 하면서, 복지나 급여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막혀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어려움을 느낀다”며 “공약으로 약속했던 경영평가항목에서 ‘방카슈랑스’ 폐지는 만들었지만, 여전히 직원들의 과당 경쟁을 부추기는 것들이 많아 고민을 가지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공공 역할과 이익창출 사이의 고민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에 대한 효율적인 신용제도를 확립해 자주적인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국책 금융기관이면서 동시에 은행으로서의 이익을 내야 하는 두 가지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김 위원장 역시 두 정체성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에 공감했다. 그런 가운데, “일반적으로 예대마진을 죄악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업은행과 같은 국책 금융기관이 수익을 가져가는 방법으로 예대마진은 당연한 것”이라며 “예대마진이 높다는 것을 문제 삼게 되면, 오히려 위험한 상품들을 은행이 판매하도록 독려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기업은행지부의 조합은 8천여 명이다. 이 중 약 83% 정도가 20~30대로, 젊은 조합원이 과반을 넘는 수준이다. 김 위원장은 “IMF 이후 몇 년 동안 직원들을 뽑지 않아 그 여파로 젊은 조합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게 됐다”며 “이런 특성으로 인해 젊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통에 차별화를 두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통한 카드 뉴스 등 다양한 소통 채널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떤 노동조합이든 소통은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전국에 600여 개가 넘는 지점들을 하나하나 돌아다니며 조합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쉽지 않다. 김 위원장이 새롭게 생각한 것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모티브삼아 ‘IBK-U 아고라(AGORA) 앱’을 구축하는 것을 사업계획으로 만들었다.

“우선 현장을 찾아가 조합원들을 많이 만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또 다른 소통의 방법으로 어떤 문제에 대해 직원들이 일정 수 이상 청원을 하게 되면 간부나 위원장이 실시간으로 답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이 사랑하는 IBK로 ‘새로고침’

김형선 위원장은 올 한해 ▲희망퇴직 ▲복지 축소 해결을 목표로 삼았다. “3년이 지나면,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조합원이 전체 10%가 넘는 양상이 된다. 그렇게 된다면 조직 인력 운영에 엄청난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금융산업에서 임금피크제는 맞지 않는 제도다. 임금피크제 대상자들 중 희망퇴직을 원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을 빨리 퇴직시켜주고 그 정원을 신규채용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 축소에 대한 문제도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4년, 공무원 기준에 따라 휴직과 휴가 규정을 변경했다. 그 결과 제도 도입 이후 임병휴직자가 늘고, 사망자 수도 늘었다”며 “휴가 규정이나 휴직, 건강검진은 조직의 특성에 맞게 해줘야 한다”고 복지 축소 문제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년간 임기를 수행할 김형선 IBK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이 그리는 기업은행의 모습은 무엇일까. “짧은 시간일수도 있지만 기업은행의 모양을 탈바꿈시키고 싶다”며 “올 연말에는 행장 선임이 예정돼 있다. 민간은행과 경쟁하는 성과 지향적인 인물이 아니라 기업은행이 어떻게 하면 국민의 사랑을 받고,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정책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는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직원들이 ‘중소기업 전문 은행’인 기업은행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고, 제대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은행이 됐으면 한다”며 “과도한 실적 압박이나 쓸데없는 상품을 굳이 강요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소망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