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위원장, 금융결제원장에 출사표를 던지다
노조 위원장, 금융결제원장에 출사표를 던지다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3.11 12:08
  • 수정 2019.03.11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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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내정설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노조

[리포트] 금융결제원지부, 원장 공모 참여

1986년 설립돼 3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금융결제원은 금융산업과 국가 경제의 핵심 동맥인 지급결제시스템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비영리사단법인이다. 또한, 어음과 지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해왔다. 최근 금융결제원은 신임 원장 선임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신임 원장 공모가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원장 내정설이 돌면서 이번 사건의 도화선이 됐다. 내정설의 주인공은 현재 한국은행 부총재보로,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인사전횡을 비롯해 노사관계를 악화시킨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전문성 갖춘 금융결제원장 뽑아야

금융결제원은 공식 홈페이지에 2월 20일까지 원장 공모를 실시한다고 공지했다. 공모 마감이 끝나기도 전에 신임 원장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퍼졌다. 유력한 원장 후보로 거론된 사람은 현재 한국은행의 임모 부총재보다.

노동계의 당사자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다. 금융결제원장 선임을 두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 뿐만 아니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하 사무금융노조)이 함께 손을 잡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이하 금융공투본)을 통해 ‘낙하산 인사’ 철회를 요구했다. 한국은행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중앙은행 독립성을 이유로 외부기관과의 연대를 자제해왔지만, 이번 금융결제원장 선임은 중앙은행 체면을 깎고, 조직의 미래에 해를 가할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해야 할 책무를 저버리는 행위로 인식해 연대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임 부총재보에 대해 “지난 2014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부임 이후 측근으로 활동하며 조직을 장악하고 인사를 주무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얘기하고 다녔다”며 “2018년 총재 연임과정에서 실시한 조합원 설문조사에서 76%가 내부경영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이 결과가 나온 원인에 상당부분은 임 부총재보가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학연이나 개인적인 친분여하에 따라 ▲승진 ▲핵심보직 ▲학술연수 등을 선정하는 인사전횡을 저질렀다”며 “뿐만 아니라 지난 3~4년 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노동조합을 억압하고 탄압해 노사관계는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됐다”고 폭로했다.

금융노조 금융결제원지부는 임 부총재보의 전문성 문제를 지적했다. “블록체인, 핀테크 등으로 대표되는 기술발전과 간편결제 수단의 대두 등 최근 지급결제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결제원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원장 선임이 필요하다”며 “현재 거론되고 있는 임 부총재보의 경우는 결제 업무와 관련성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현재 이흥모 원장의 경우 3년 임기 동안 직원들과의 소통에 힘써 조합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연임 여부를 묻는 질문에 79.6%가 찬성하는 결과가 나왔다”며 “업적에 대해서 직원들과의 소통 부문에서 80%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처럼 신임 원장에는 내부 조직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유능하고 검증된 인물을 직원들도 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재영 금융결제원지부 위원장은 “금융결제원과 한국은행은 특수한 관계로, 태생부터 한국은행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한국은행에서 금융결제원장으로 오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라며 “금융결제원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던 분도 있지만,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분이 와서 내부 조직을 이상하게 만들었던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낙제점을 받고 있는 사람을 원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완고한 반대의 뜻을 전했다.

공정한 절차 통해 원장 선임돼야

최재영 금융결제원지부 위원장과 배승만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금융결제원장 공모에 함께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공모에 참여하게 된 이유에 대해 “금융결제원 원장후보추천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일방적인 선임 절차의 문제점을 확인하고자 공모 참여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융결제원지부는 “지난 10년 전부터 원장을 선임하는 과정이 밀실 속에서 진행된다는 지적에 원장추천위원회를 만들고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11대 집행부부터 금융위원장 공모에 참여해왔지만, 현재까지도 원장 공모 절차를 신뢰하기 어렵다”며 “이번 선거의 경우, 유력 후보가 다방면으로 봤을 때 화합형 리더라고 평가하기 힘들고, 조직을 분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공모 결과를 통해 정보 공개나 효력정지가처분 등 법적인 조치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결제원은 공모가 끝나는 2월 20일 이후 본격적으로 원장을 검증하는 절차에 들어간다. 면접을 통해 원장으로서 자질을 평가하고, 4월 초 정식으로 금융결제원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최재영 위원장은 지난 20일 진행된 정기대의원대회 대회사를 통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임명되는 원장을 노조에서는 인정할 수 없다”며 “원장 선임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취임 후 원장 사무실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하지 말라”며 날선 경고를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