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마무리가 중요하다
협상은 마무리가 중요하다
  • 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 승인 2008.07.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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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M사는 3개월째 노사협상을 진행 중이다. 예년의 경험으로 볼 때 이제 협상을 마무리할 시점이 되었다는 것에 노사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동안 노조는 두 자릿수 임금인상을 주장하며 사측을 계속 압박하였고, 회사는 조속한 협상 마무리를 위해 고용조정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노사협상을 시작하면서 “언제까지끝내야 한다”라는 마감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사 모두 “언제까지는 끝내야 한다”는 타결시점을 예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협상초기에는 조그마한 부분도 절대 양보하지 않다가도 종결시점이 다가올수록 협상타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협상은 경과과정도 중요하지만 타결시점에서 어떻게 마무리 하느냐가 더 중요한데, 전체적인 협상의 성공ㆍ실패여부가 바로 이 단계에서 결정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몇 가지 효과적인 협상 마무리기법에 대해 알아보자.

마감전술을 구사하라.

상대방의 협상 마감시간을 알아낼 수 있다면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는 타결시점을 효과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동조합의 경우 집행부 선거일, 동종업종 노조의 협상타결일, 단체협약 유효기간 등이, 사용자의 경우 주주총회, 파업찬반 투표일, 중요한 계약체결일 등이 협상 마감시점과 연관될 가능성이 높다. 보다 유능한 협상가는 존재하지 않는 마감시한을 만들어냄으로써 상대방의 승낙을 이끌어 낸다. 바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작위적으로 기한을 정하는 것이다.

백화점에서 ‘반짝세일’세일을 통해 물건구입을 유도하는 것처럼, 마감시간 안에 결정하면 이익을 주고 시간을 경과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한다. 당근과 채찍을 함께 구사하는‘Good Guy, Bad Guy' 전술의 한 예라고도 하겠다.

여러 개의 대안을 제시하라.

협상력은 상대에게 제시할 수 있는 대안(option)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배가된다. 협상의 타결시점에서 취사선택의 여지가 없는 단 하나의 옵션을 제시하는 것보다 가치 면에서 대동소이한 두서너 개의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만큼 협상타결은 수월해 진다. 임금인상이라고 하는 하나의 의제는 기본급ㆍ수당ㆍ상여금ㆍO/T확대 등의 옵션으로 다양화할 수 있다.

중간선에서 타협하라.

협상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대립되어 왔다면 마무리시점에서 반반씩 양보하여 타협하는 것도 효과적인 마무리 전술이다. 물론 이 경우 상대방이 ‘최초 요구안은 높게 하라’ 라는 협상원칙에 충실하여 요구안을 과도하게 설정해 놓았다면, 상대의 요구수준을 낮추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중간선에서의 타협은 외형상 공정하게 보일 수는 있으나, 실제관심사항에 초점을 두고 협상을 진행하는 ‘이해관계식 협상’(interests based bargaining)에서는 때로 실제 원하는 사항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주변을 양보하고 핵심을 확보하라.

협상의 성공은 양보다 질에 있다. 수적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해서 이것이 곧 질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사소한 것들을 여러 개 양보하더라도 핵심적인 사항을 장악함으로써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어야 한다. ‘돌을 던져 구슬을 얻는다’는 ‘포전인옥’의 계와 같은 것이다.

글머리의 사례에서 회사는 생산장려수당, 효도휴가비, 교통비 등과 같은 임금협상의 주변요소들을 양보하면서 협상의 핵심사항인 임금인상률은 최소화시켰다. 반면에 노동조합 입장에서도 핵심사항인 고용조정철회를 관철시킴으로써 노사 모두 ‘윈윈’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