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용균 장례 한 달,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
故 김용균 장례 한 달,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3.12 16:33
  • 수정 2019.03.12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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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발표에도 진상조사위 구성조차 안돼... 발전소 현장은 아직도 위험
'故 김용균 노동자 장례 이후 한 달, 발전소 현장은 변했는가?' 기자간담회가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진행 중이다.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故 김용균 노동자 장례 이후 한 달, 발전소 현장은 변했는가?' 기자간담회가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진행 중이다.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동일한 사고

3월 4일, 김용균 씨가 목숨을 잃은 태안화력발전소 1-8호기에서 또 비정규직 노동자가 설비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옆에 있던 동료가 풀코드(비상정지장치)를 당겨 설비운영을 멈췄기 때문에 참사는 막았다. 하지만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갈비뼈 5개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었다. 똑같은 ‘끼임 사고’였다. 단지 목숨을 잃지 않았을 뿐이다.

태안화력발전소의 이 사고는 당정 발표 후에 일어난 안타까운 사고였다. 지난달 5일 당정은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고 운영해 사고가 발생한 구조적 원인을 조사하여 재발 방지 및 구조적, 근본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발전소 현장은 얼마나 변했을까

오늘(12일) ‘故 김용균 노동자 장례 이후 한 달, 발전소 현장은 변했는가?’ 기자간담회가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김용균 씨 사망사고 이후부터 최근 태안화력발전소 끼임 사고라는 사건들의 연장선 위에서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 대책을 논하는 자리였다.

기자간담회를 주최한 ‘청년 비정규직 故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의 의견은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당정 발표 내용은 진척 없이 공전 중이고 발전소 현장은 변한 것이 없다’이다.

기자간담회는 ▲진상규명위원회는 어디까지 진척되고 있는가 ▲발전소 정규직 전환 논의는 진척되고 있는가 ▲발전소 위험은 해소되었는가 ▲정부 발표의 이행을 점검하는 당TF는 운영되고 있는가 등 4가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진상규명위원회는 발족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시민대책위와 국무조정실, 각 부처(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와 논의해 국무총리 훈령에 의거한 위원을 국무총리가 위촉하기로 하였으나 합의된 총리령에 대해 법제처에서 이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범위와 정책수립범위가 주요한 충돌 지점이었다.

시민대책위 추천 간사인 권영국 변호사는 “법제처는 조사 범위를 석탄화력발전소로 제한하고 시민대책위는 모든 화력발전소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이견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법제처는 산업안전보건 정책수립으로 범위를 정하고 있는 반면 시민대책위는 노동안전보건 정책수립으로 그 범위를 보고 있다”며 “노동안전 개념은 고용안전, 노동관계, 노동구조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근본적 대책을 세울 수 있고 조사대상도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시민대책위에 따르면 발전소 정규직 전환 논의는 원청인 발전 5사(남동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의 책임 방기로 일체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시민대책위는 발전소 위험 해소 역시 미진하다고 설명했다. 근본적인 끼임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설비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균 씨 사망으로 취해진 긴급 안전조치에 따라 2인 1조 작업은 현장의 인력 수급 부족으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다.

하루 빨리 진상규명위원회 활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기자간담회는 시민대책위가 “정부와 여당은 당정발표가 충실히 집행되도록 하기 위해서 당정TF를 운영하여 집행을 점검하고 지원한다고 했다”며 “진상규명위원회 활동이 6월 말까지로 시간이 빠듯하다. 당정이 발표한 내용은 현장에서 실행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당정TF가 조속히 가동 돼 이러한 상황을 점검하고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오늘 기자간담회에는 故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도 참여했다. 김미숙 씨는 “아들 용균이가 세상을 떠난 지 세 달이 다 돼 가는데 공허한 마음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살아서 숨 쉬고 있는 것조차도 너무 미안하고 죄인이 된 기분”이라며 “3월 4일 사고가 또 났을 때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고 죽지 않아 다행이지만 용균이 동료들은 또 사고를 봤고 얼마나 마음이 아플지 가늠이 안 간다”고 말했다.

또, “위험의 외주화를 단절하기 위해 합의 사항을 조속히 실행하고, 누구나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진상규명위원회 활동이 하루 빨리 시작돼야 한다”며 “시작이 안 되는 지금 이유를 알고 싶고 더 이상 정부가 우리 유가족과 용균이 동료들이 힘들지 않도록 도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