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확대가 기업의 기술혁신 가로막는다"
"탄력근로제 확대가 기업의 기술혁신 가로막는다"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0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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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노위 합의안의 절차적 문제와 노동자 건강권 제기
방송계, IT업계 탄력근로제 도입 우려 잇따라
ⓒ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일주일은 7일이라는 아주 상식적인 내용을 법에 명문화한 것이 심각한 탄력근로제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20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는 ‘탄력근로제 확대의 진실’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장시간·저임금 노동 및 과로사의 제도화’라는 소제목으로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 노동법률단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주최로 진행되었다.

이용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노동위원회 소속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정병욱 민변 노동위원장, 김태욱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볍률원 변호사,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의 발제와 오진호 직장갑질119 총괄 스탭, 진재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 박준도 노동자의미래 정책기획팀장, 최은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소속 노무사, 임종린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지회장의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협의'와 '의결' 규정되어 있는 경사노위의 '합의'가 문제

첫 발제자로 나선 정병욱 민변 노동위원장은 ‘경사노위 합의와 한정애 법률안의 절차적 문제점’을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정 변호사는 “경사노위 관련법령에는 ‘합의’라는 규정이 아니라 ‘협의’ 또는 ‘위원회의 의결’ 규정이 있을 뿐”이라며 “법에 규정된 바 없음에도 공적기관에서 ‘합의’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그러면서 “위원회에서의 ‘협의’ 역시 경사노위 본회의 내에서의 ‘협의’일 뿐 업종별·의제별 위원회의 ‘협의’는 아니”라고 지적다.

이번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경사노위 노사정 합의문’에서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한 정 변호사는 “어떤 논의를 거쳐 합의했는지에 대한 과정을 전혀 알 수 없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특히 “합의문에 서명한 5인 중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위원은 2명 뿐”이라며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이 거의 참여하지 않은 합의안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경사노위 합의안을 바탕으로 발의된 ‘한정애 의원안(의안번호 2019069)’에 대한 절차적 문제 역시 함께 제기했다. “사회적 대화는 아무 의미도 없이 그저 시키는 대로 따라오라는 것”이라며 “경사노위 합의안이 의결된 것처럼 입법한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절차상의 문제가 심각한 합의안”이라며 “(경사노위 합의안은) 법이 규정한 내용조차 준수되지 않았다는 점을 짚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 최대 52시간제 도입이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 논의의 계기”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 논의는 주 최대 52시간제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악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발제를 시작한 김태욱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볍률원 변호사는 경사노위 합의안과 한정애 의원안의 내용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외사례와 비교했다.

“주 52시간제 도입도 유예 중인 상황에서 2022년 이후 하기로 한 제도개선 논의를 벌써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한 김 변호사는 “탄력근로제가 2018년 주 52시간제 도입과 함께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회의록을 보면 한국노총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늘릴 시 도입요건 강화를 요구했으나 오히려 결과는 도입요건이 완화되었다”고 분석했다. 그 근거로 제시한 것이 ‘근로자대표’와 ‘근로시간 사전 특정’에 대한 논의 부재다. 김 변호사는 “고용노동부는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이 근로자대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노동부가 의뢰한 연구보고서 등에서는 이것이 성립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이번 경사노위 합의안은 근로자대표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특히 EU지침, 독일, 일본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긴 국가들은 근로자대표가 확실하고 노동시간도 우리보다 짧다”며 경사노위 합의안과 한정애 의원안이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캘린더 데이 내의 11시간 휴식이 보장되어야”

‘건강권 측면에서 본 탄력근로제 확대의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비정상적 근무 일정이 생채 시계의 손상 등을 유발해 노동자의 건강권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주당 52시간 이상 근무를 하게 되면 관상동맥 질환 발병 위험이 1.5배 이상 증가한다”고 분석한 류 소장은 “기초체력이 약한 경우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비가 3배까지 증가한다”고 밝혔다.

“장시간 노동이 정신 건강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한 류 소장은 “장시간 노동으로 일과 삶의 불균형이 우울과 불안 등 정신증상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시간 노동으로 통제력이 약화되지만 노동자는 자신의 수행력 약화를 감지하지 못한다”며 “근무와 근무 사이 11시간 휴식이 아니라 캘린더 데이 내 11시간 휴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송계, IT업계 “탄력근로제 도입은 초장시간 노동 강화하는 것” 우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진재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방송계가 특례업종에서 빠지면서 근로시간 감소를 기대했다”면서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2018년 7월 이후로 바뀐 건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진재연 사무국장은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의 경우 약 30시간 연속 촬영으로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SBS를 고발했다. 또 KBS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의 경우 주 70시간 노동으로 스태프들이 촬영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송현장은 수면시간이 2~5시간 정도인 ‘디졸브 노동’”이라며 “경사노위 합의안을 보면 과연 정부가 장시간 노동개선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IT업계의 사례를 소개한 박준도 노동자의미래 정책기획팀장은 “2018년 11월 넷마블의 대표와 의장은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3분기 실적이 하락했다고 주장했다”며 “조선일보는 심지어 천재적 창의성이 없다면 농업적 근면성이라도 보여야한다는 칼럼으로 장시간 노동을 부추겼다”고 꼬집었다.

“통상 노동생산성을 높이려면 기술혁신 혹은 노동강도와 시간 증가의 방법이 있는데 탄력근로제 시행은 회사로 하여금 기술혁신의 패를 놓게 만드는 것”이라 주장한 박 팀장은 “정부가 탄력근로제 시행으로 고용절벽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렇게 노동시간의 질적유연화는 “체계적으로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될 때까지 붙잡고 있으라”는 의미일 뿐이라며 IT업계의 장시간 노동의 일상화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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