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의 노크노크] 당신의 2014년 4월 16일은
[이동희의 노크노크] 당신의 2014년 4월 16일은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3.21 15:12
  • 수정 2019.03.22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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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의 노크노크] 기자의 일은 두드리는 일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기자들도 ‘워밍업(warming-up)’을 합니다. 운동선수들이 가벼운 운동으로 근육을 풀어주고 체온을 높이는 것처럼 원활한 인터뷰를 위한 밑바탕을 갖춥니다. 물론 기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워밍업은 인터뷰 사전조사와 자료준비지만, 오늘 제가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워밍업은 인터뷰를 부드럽게 진행하기 위해 인터뷰이와 나누는 여담 혹은 가벼운 질문을 말합니다.

인터뷰라는 게 거창해 보일 수 있으나 결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에서 출발합니다. 워밍업 없이 무리한 운동을 하면 근육이 놀라는 것처럼 인터뷰이가 갑작스러운 본론에 놀라지 않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인터뷰 시작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최근 자동차산업은 생산대수 정체 및 해외시장 수출 감소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이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입니까?”라고 묻기는 좀 그러니까요.

“2014년 4월 16일을 기억하세요?”

이번 <참여와혁신> 4월호 커버스토리 취재 과정에서 사용한 워밍업 질문입니다. 열이면 열 자신이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접했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다양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그날을 기억합니다. 수업에 들어가기 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는 뉴스와 전원 구출됐다는 뉴스를 동시에 접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전원 구출 뉴스가 오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침몰하는 세월호,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인 생존자 수, 진도 팽목항의 울부짖음을 보며 느꼈던 감정들. 부모를 여읜 사람을 고아라 부르고, 남편을 잃은 사람을 과부라 부르지만, 자식을 잃은 사람은 그 슬픔이 너무나도 커 부르는 말이 없다는 교수님 말씀도 기억합니다.

<참여와혁신> 4월호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어떻게 2016년 광장의 촛불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 촛불 이후 우리에게 남은 민주주의 과제는 무엇인지, 세월호 참사가 숙제로 남긴 안전사회 건설은 이루어졌는지를 짚어봤습니다.

어느덧 5주기를 앞둔 우리사회의 아픔. “2014년 4월 16일을 기억하세요?” 주변 분들에게 질문을 한 번 던져 보세요.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그만하면 됐다고 묻어버리려 해도, 잊으려 해도 불가능한 일도 있습니다. 당신의 그날을 기억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