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살처분 작업자 심리 치료 지원 강화
가축 살처분 작업자 심리 치료 지원 강화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3.26 15:09
  • 수정 2019.03.2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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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책 시행 과정서 현장 공무원 목소리 반영해야
ⓒ김제시청 축산진흥과
ⓒ 김제시청 축산진흥과

가축 살처분 작업 참여자들을 위한 정부의 심리 치료 지원 강화 방안이 발표된 가운데, 공무원노조는 현실적 대책이 되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줄 것을 주문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인권위가 권고한 내용을 받아들여 관련 제도를 정비한다. 당시 인권위는 농식품부와 복지부에 가축 살처분 작업 참여자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 파악과 예방 및 치료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행정안전부, 복지부와 함께 살처분 작업 참여자에 대한 심리·신체적 증상 체크리스트와 예방 교육 매뉴얼을 오는 9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또 7월에는 가축전염병 시행령을 개정해 심리 지원 신청 기간 제한을 폐지하고 추가적인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도 국가가 부담하기로 했다.

현행법은 살처분 작업 참여자가 심리적 안정, 정신적 회복을 위한 치료를 받으려면 가축의 살처분 또는 소각, 매몰에 참여한 날부터 6개월 안에만 신청이 가능하고, 전문가 상담 치료 후 추가적인 치료는 작업자 본인이 절반을 부담해야 한다.

복지부는 복지부 산하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살처분 작업 참여자가 겪는 트라우마를 보다 더 심층적으로 조사·연구할 계획이다. 

그동안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AI)등 가축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과 군인, 소방관들은 병에 걸린 가축과 함께 주변 농장의 가축들까지 살처분하는 일에 참여해왔다. 다만, 최근에는 지자체가 살처분 작업을 전문 방역 업체나 용역 업체에 맡기고 있어서, 외국인을 중심으로 일용직 노동자들이 살처분하는 비율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에 의뢰해 가축을 살처분한 공무원과 공중방역 수의사 등 268명의 심리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4명 중 3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경험하고 있었고, 4명 중 1명이 중증 우울증 증상을 보였다.

이에 지난해 12월 이연월 대한민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을 만나 가축 전염병 방역 업무를 하는 공무원들의 근로조건과 제도 개선 검토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국가가 트라우마 관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심리 상담을 지원한다니 다행"이라면서도 "깡통 정책으로 남지 않도록 현실적인 부분이 반영될 수 있도록 현장 공무원들의 목소리를 담아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해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 위원장은 또 "민간 노동자들 역시 사각지대에 방치되지 않도록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도 정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가축 살처분 작업 참여자 모두가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무화 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축 방역을 담당하고 있는 전남의 한 기초단체 공무원 김모 씨는 “여지껏 주변에서 살처분 때문에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담당 공무원들은 이미 오랜 시간 살처분 작업에 무뎌져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문제가 있는 줄 모를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하루 일을 하지 않고 치료 프로그램을 받으러 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본인이 직접 치료 프로그램을 받게 하기 보다는 취지를 생각해서라도 살처분 작업 참여자 모두에게 의무적으로 사후 심리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