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발동…조양호 회장 경영권 상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발동…조양호 회장 경영권 상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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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권 행사로 대기업 회장이 경영권 잃은 첫 사례
스튜어드십 코드 논란 여전…일반화 말아야 경계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 김효진 객원기자 kkimphoto@gmail.com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 김효진 객원기자 kkimphoto@gmail.com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해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을 막았다. 연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해 대기업 회장의 경영권 연임을 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늘(27일) 오전 강서구 대한항공 빌딩에서 열린 제57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안은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이로써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상실했다.

대한항공 정관은 ‘사내이사 선임은 주주총회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3분의 1 이상(33.33%)의 반대가 있으면 선임이 부결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은 지분 11.56%를 보유한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이다. 국민연금이 어제(26일) 조양호 회장의 연임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시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 결정을 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이 같은 국민연금의 결정은 지분율 23.34%를 차지하는 외국인·기타주주들의 투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과 외국인·기타주주들의 지분을 합하면 35.9%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부결시킬 수 있는 수치다.

이날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의 결정에는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단체들이 벌인 조양호 회장 연임 반대를 위한 의결권 위임 운동과 국민연금에 대한 반대 의결권 행사 촉구 운동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주주총회 결과에 대해 그동안 조양호 회장의 연임 반대를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던 박창진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지부장은 “당연한 결과고 전근대적인 재벌일가의 비위 경영에 경종을 울린 사례”라면서 “아직 대한항공 일가가 일으켰던 사회적 물의를 개선할 수 있는 대한항공 내 시스템 문제는 정비되지 않았기에 오늘의 결정은 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오늘 결과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적절하게 활용된 사례이고 앞으로 한국사회에서 경제정의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의 중요성을 알린 계기점”이라며 “경영 역량이 부족한 CEO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민연금이 이번 결과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그동안 조 회장이 대한항공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은 결정으로 판단된다”며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는 만큼 보다 신중했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특히 기업의 경영권에 대한 평가는 부분적, 일시적 사정을 넘어 장기간의 경영성과와 총체적인 관리능력 등에 대해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하지만 국민연금이 조양호 회장 건을 심의한 과정을 보면 심도 있는 논의 없이 여론에 휩쓸려 결정됐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케이스는 극단적인 경우”라고 전제한 후,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서는 기업 경영에 적극적 제재를 가해 기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 반대로 단적으로 연기금사회주의라는 의견도 있다”면서, “아직 우리 사회에서 이 논쟁이 정리되지 않은 가운데 기업 총수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할지라도 사법적으로 판단하기에 애매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고 질문을 던졌다.

조 교수는 이어 “물론 대한항공이 최근 벌인 기업경영에 관한 비위는 법적으로 정확히 판가름 할 수 있고, 그렇기에 오늘 조양호 회장의 이사 연임 부결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아주 효율적으로 작용한 결과”지만, “오늘의 상황을 앞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활용의 일반적 사례로 규정하지 말고 확대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종합적 의견을 전했다.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연기금과 자산운용사와 같은 주요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특히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게 이를 투명하게 보고해야 한다. 수탁자 책임 원칙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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