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의 아메리카노] 본능을 이겨내는 의지
[강은영의 아메리카노] 본능을 이겨내는 의지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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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의 아메리카노] 달콤하지만 씁쓸한 아메리카노 한 잔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미국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는 인간 욕구에 대한 학설을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자주 접하게 되는, 이른바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입니다. 인간의 욕구에는 위계적, 계층적 질서가 존재한다는 것인데요.

인간이 가진 어떤 욕구보다 우선권을 가지고 있는 욕구를 생리적 욕구라고 합니다. 이 욕구는 숨 쉬고 먹고 자고, 입는 등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이 포함된 욕구를 말합니다.

인간의 신체적인 반응은 가장 원초적인 욕구이며, 숨길 수 없다는 것인데요. 저 또한 이 원초적인 욕구를 참기가 쉽지 않습니다. 잠을 조금 자고 나서 다음날 오후 감겨오는 눈꺼풀을 이겨내기란 어렵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강한 생리적 욕구는 먹는 것입니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는 당연하기도 하지만, 민망하기도 합니다. 괜스레 몸을 뒤척여 보고, 물을 꿀꺽꿀꺽 마셔보고, 배에 힘을 줘 봐도 눈치 없이 울리는 배꼽시계는 몸에서 나는 본능적인 소리이기 때문에 막을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단식 투쟁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본능을 억누르게 만드는 그들의 의지에 대단함을 느끼곤 합니다. 그런데 최근 또 다시 단식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들의 투쟁 상대가 의외입니다. LG. 그 동안 LG가 쌓아온 이미지는 독립운동 지원, 사회적 약자 지원 등 여타 대기업들에 비해 ‘착한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미세먼지 대응에 보탬을 주기 위해 초중고에 공기청정기 1만 대를 무상제공하기로 약속하기도 했으니, 노조가 왜 단식투쟁에 들어가는 지 의문이 들 만합니다.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도 들기도 할 테지요. 하지만,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노동조합 인정과 노조 사무실 제공입니다. 노조가 만들어지면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가지고 한국음료지회는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단식을 시작한 지 20일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음료는 LG생활건강 소속 손자회사로 코카콜라, 파워에이드, 토레타 등 음료를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노조가 단협 체결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선 지도 6개월이 넘어섰습니다.

이번 3월 초에 시작한 단식농성 당시 건장한 체구를 가졌던 최영수 지회장은 20일 넘는 단식으로 얼굴이 반쪽이 된 모습이었지만, 노조를 인정받기 위해 단식을 하는 그의 눈빛만은 결연하게 빛났습니다.

LG는 지난 26일 다시 노조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지회장을 비롯한 5명의 조합원들의 건강 상태가 염려되는 상황 속에서 ‘착한 기업’, ‘정도 경영’을 표방하는 LG가 하루 빨리 좋은 결론을 만들어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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