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근본적 성격부터 다시 살펴야”
“사회적 대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근본적 성격부터 다시 살펴야”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3.28 17:50
  • 수정 2019.03.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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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회적 대화 위한 성찰과 합리적 대안 모색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토론회가 진행 중이다.ⓒ wspark@laborplus.co.kr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토론회가 진행됐다.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지난해 11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가 출범했다. 기존 사회적 대화기구였던 노사정위원회가 겪은 운영상 한계와 그간 담지 못했던 미조직·취약 노동 계층의 폭넓은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정비를 거쳐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경사노위의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로 시작한 논란이 장기화되며 경사노위 운영 및 의결구조의 문제점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오늘(28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토론회는 이러한 문제점을 살피고 대안을 찾기 위한 장이었다.

사회적 대화 필요한가?

토론회 토론자들의 온도 차가 있었지만 토론자들은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공통적으로 밝혔다. 사회가 갈수록 세분화되고 노동환경이 복잡해짐과 동시에 미조직 노동자가 90% 수준인 현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사회적 의제로 논의되기 위한 공간으로 사회적 대화기구가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필요하다면 지금 사회적 대화 난관은 무엇인가?

① 단기적 성과내기에 매몰

토론자로 참석한 김혜진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대화의 장을 만드는 것은 맞지만 정부가 의제를 선정하고 합의 결과를 유도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정부나 국회에서 여론막이용으로 사회적 대화기구에 의제를 떠넘기고 시한을 정하는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역시 “탄력근로제 논의 때도 당정청의 확대 합의 압박과 시한 강요가 있었다”며 “이는 경사노위의 독립성 원칙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정부·여당의 단기 업적에만 골몰하는 태도에서 문제점을 찾은 토론자도 있는 한편,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비례 대표성이 결여된 국회 구조와 낮은 노조 조직률, 대표성이 취약한 사용자단체, 노사 자율성이 취약한 노사관계 등의 측면에서 사회적 대화가 유용하고 절실한 현실에도 노사정 모두 단기 업적주의와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수동적 조직 논리에 빠져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② 노동존중 없는 사회적 대화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탄력근로제 논의를 예로 들며 “탄력근로제 확대가 노동시간 단축을 바로 잡기 위한 필요 논의라는 논리적 근거는 성립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탄력근로제 확대는 노동시간 제도의 정합성 보완보다도, 기업이 요구하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일정부분 해소시키기 위한 완충제로 일찌감치 규정돼 논의가 시작됐다”면서 노동이 존중받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경사노위의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효원 글로벌 인더스트리 컨설턴트는 “사용자는 결사의 자유나 단체교섭권 같은 노동기본권조차 거부하고 있다”며 “이것은 몸만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지 사실 마음은 경사노위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ILO가 밝힌 사회적 대화의 조건을 설명하면서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대화 참여 주체들이 노동기본권을 완전히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정부가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놓고 흥정하고 있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의 분질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대표는 “노동자와 사용자는 가진 것 자체가 균등하지 않기 때문이고 한국이 세계적으로 노동 관련 지수에서 심각한 상태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 않냐”고 반문했다.

노동존중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노동기본권에 대한 노사정의 기본적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 한 사회적 대화 기구의 운영이 난관에 부딪힐 것이라는 지적이다.

③ 신뢰성 문제

김혜진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사회적 대화의 의제는 단기적인 쟁점을 떠안는 식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의제를 노사정이 같이 선정하고, 사회적 대화의 구체적인 논의와 합의 과정의 내용을 모든 노동자들,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사회적 대화가 전사회적으로 공유 되지 않으면 각계각층을 대표한 위원들의 신뢰성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사회적 대화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어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각계각층이 서로를 충분히 신뢰하지 못한다면 합리적 결과물을 도출하기 어렵다”며 “노사정 관계뿐 아니라 노-노, 사-사, 청와대-국회-경사노위, 시민사회-경사노위 등 수많은 이해관계망의 신뢰를 구축하며 사회적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말미에는 방청객과의 대화도 진행했다. 이계안 경사노위 공익위원과 고용노동부 관계자가 경사노위 본위원회에 여성·청년·비정규직 계층대표 3인이 복귀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와 관련해 계층대표 3인은 정부 관계자들은 이해보다도 참여만 강요한다고 반박하면서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이번 토론회는 사회를 맡은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의 “사회적 대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고, 우여곡절은 많지만 미조직비정규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불평등 해소라는 경사노위 설립 취지를 다시 생각하고 이번 일들은 성장통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로 마무리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