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노동자,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아르바이트 노동자,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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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적게’, 노동윤리 전환 필요

[인터뷰] 박정훈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 저자

한국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은 번듯한 직업을 가지지 못한 탈락자들의 노동, 학생들의 용돈벌이, 주부들의 부업 정도로 이해되고 만다. 그러나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 저자, 박정훈 씨는 ‘아르바이트가 직업이 되는 나라’를 꿈꾼다. 그에게 알바가 직업이 되는 나라는 ‘적게 일하고도 충분한 소득이 보장되는 나라’다. 현직 맥라이더(맥도날드 오토바이 배달 기사)이자 알바노조 위원장을 지낸 그는 직접 경험하고 전해들은 알바 노동자의 이야기로 알바 노동 시장의 현실을 되짚었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 필요한 변화들을 모색했다. 지난달 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책 제목이 인상적이다.

알바몬 광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광고에서 쌈디는 “왜 알바(아르바이트)를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해? 그럼 다들 한 번 해보실래요?”라고 말한다.

알바를 직업 삼고 있다고.

2년차 맥라이더다. 하루 7시간 30분, 일주일에 3일 일한다. 시급은 최저임금. 생계를 위해 필요한 정도만 일한다. 적게 일하고, 적게 버는 대신 나머지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노동 상담도 하고 책도 쓰고... 대신, 다른 소비를 안 한다. 아니, 못한다. 그래도 만족한다.

책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아르바이트 노동이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 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싶었다. 세계적인 표현으로는 ‘긱 노동(Gig work·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이용해 필요에 따라 비상시적, 비정기적 일을 하는 것)’. 노동자들이 조금 더 자유롭게 일하면서도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났으면. 그래서 자기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궁극적으로는 노동 윤리를 바꾸고 싶었다.

노동 윤리?

한국에서 노동 윤리는 노동 시간 단축과 동떨어져 있다. 임금 인상이라든지 정년을 늘려야 한다든지 기본적으로 ‘열심히 일하고 싶다’는 것이 노동 운동의 전제가 된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사회적 윤리이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선 매우 고마운 일이다.

이를 ‘적게 일하고도 충분한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식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다.

ⓒ 빨간소금
ⓒ 빨간소금

열심히 일한 이들에 대한 보상은?

노동에 대해 보상을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최소한의 기준을 바꿔보자는 거다. 부자들의 소득은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낮고, 금융이나 부동산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그런데 우리의 소득은 왜 근로소득(임금)으로만 이뤄져야 하나? 우리의 소득도 임금 말고도 정부에 의한 이전 소득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돼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환경운동이라든지, 예술 활동이라든지, 사회에 필요한 노동을 정당하게 보상해줄 수 있다.

맥도날드에 ‘햄버거 카스트 제도(휴게시간에 무료로 제공되는 햄버거 가격이 직급에 따라 달라지는 것)’가 있다고.

최근 라디오 방송(CBS 시사자키)에서도 얘기한 적 있다. 그랬더니 지난 교섭 때 사측이 들어오자마자, 인터뷰에서 그렇게 얘기하면 어떻게 하냐고 따지더라. 사실이 아니라면서. 본사는 근무시간 4시간을 기준으로 작은 식사와 큰 식사로 나눠서 하도록 지침을 내렸는데, 매장에서 점장과 매니저가 권력을 남용해, ‘상하이 버거’와 ‘빅맥’ 가격을 넘는 햄버거를 먹었다는 거다. 그 말이 나오자마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난리가 났다. “그러면 제가 내일 당장 매장 가서 ‘더블쿼터 파운드 치즈버거’를 달라고 하면 먹을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양복을 입은 상대편은 진지한 얼굴로 ‘그건 안 된다’고 했다. 교섭 사항은 아니었는데 40분 동안 서로 고함을 지르고 싸웠다. 정말 유치했다. 본사는 2년 전 옛날 규정이라고 주장하는데, 어쨌거나 ‘상하이버거’와 ‘빅맥’까지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라이더 유니온(오토바이 배달 기사 노동조합)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5월에 출범을 앞두고 있다. 택배는 초기 산업부터 노동자들에 대한 고민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택배 기사들의 노동을 ‘무료’라고 생각하게 됐다. 유료라고 해봤자 2,500원 이지만 기사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배송 건 당 100원 정도다. 다행히 라이더들에 대한 처우는 3,000원 정도로 나은 편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악화될지 모른다. 플랫폼 노동자의 사용 주체는 플랫폼 회사와 배달업, 음식 가게 사장님, 손님 모두다. 이들이 함께 플랫폼 노동자의 퇴직이나 실업을 보호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등 플랫폼 산업에서의 새로운 기준들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그래도 아직까진, 아르바이트가 직업이 되기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일단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노동이 최소한의 법적 수준에서라도 제대로 보상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자영업의 대표적인 진입장벽은 임대료다. 당연히 내야 하는 비용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는 후려칠 수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아르바이트 노동을 가치 절하하는 인식이 깔려 있기도 하고, 사업주가 아르바이트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인센티브도 없다. 고용부에 걸려봐야, 원래 줘야 했던 돈을 주는 정도로 끝난다. 확실한 처벌로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것이 자영업자의 진입장벽이 돼야 할 것이다.

또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하찮은 알바, 불쌍한 알바가 아니라 자기 삶을 사는 인간으로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고, 최저임금 인상, 기본소득 등 법적인 제도들도 뒷받침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