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개의 꿈이 떠난 세상을 채우다
304개의 꿈이 떠난 세상을 채우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4.02 07:50
  • 수정 2019.04.01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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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으로 싸우게 하라’
4.16기억저장소

[커버스토리] ⑤ 우리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식들

“세월호 참사는 가슴 아프지만 기억해야 되며 세월호 참사의 기억 공간이 사라지더라도 또 다른 방식으로 우리 모두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야 합니다.”

- 단원고 2학년 3반 도언이 엄마 이지성 4.16기억저장소 소장

ⓒ 4.16기억저장소

기억하고, 기록하며, 행동하라

지난 3월 15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에 위치한 4.16기억저장소를 찾았다. 4.16기억저장소는 단원고 4.16기억교실과 함께 하고 있다. 기억교실을 둘러보기 전, 기억저장소 운영위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차례대로 단원고 2학년 1반 한고운 엄마 윤명순 운영위원, 2학년 6반 이태민 엄마 문연옥 운영위원, 2학년 7반 허재강 엄마 양옥자 운영위원, 2학년 9반 김혜선 엄마 성시경 운영위원이다. 아이를 키우던 평범한 엄마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아이들의 공간을 지키는 활동가가 되어 있었다.

운영위원들의 소개에 따르면 기억저장소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기록하고, 행동하는 공간이다.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부터 몇몇 안산시민들이 모여 기록, 수집, 보존 활동을 시작했다. 곧이어 시민기록단, 시민기록위원회가 꾸려졌다. 기록을 통한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기록은 기억으로, 기억은 기억함으로, 기억함은 진실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기억저장소는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기억저장소가 왜 필요할까라는 질문에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똑같은 참담함이 발생되지 않도록 현재를 바로 잡는 기억이 있어야 하고, 그 기억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연결시켜주는 방향키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윤명순 운영위원은 “기억저장소는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공간”이라며 “세월호 참사가 잊히는 것을 막기 위해 기록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과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원고 2학년 9반 교실 앞 교탁. 교탁 위에는 수학여행 일정 및 경비 안내문이 놓여있다. 2학년 9반에서는 수학여행을 떠난 22명의 학생 중 20명의 학생이 별이 되어 돌아오지 못했다.

단원고 4.16기억교실

기억저장소의 가장 대표적인 기억 활동은 단원고 4.16기억교실 운영이다. 기억교실에는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251명의 학생들과 11명의 선생님들의 책상, 의자, 이름표, 사진 등 물품이 보존되어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기억교실이 유가족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 머물렀던 공간, 사용한 물품 등을 시민들과 공유함으로써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이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교훈을 새기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단원고 2학년 7반 허재강 학생의 자리. 4.16기억저장소 운영위원들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기억교실을 둘러보고 있는 기자에게 재강이 엄마 양옥자 운영위원이 다가왔다. 양 운영위원은 “여기가 재강이 자리에요”하고 기자를 이끌었다. 양 운영위원과 사진 속 재강이는 누가 봐도 모자 사이임을 알 수 있을만큼 꼭 닮아 있었다.

4.16 세월호 참사 기록전시회 <아이들의 방>

세월호 참사 약 1년 뒤인 2015년 4월 2일. 4.16 세월호 참사 기록전시회 <아이들의 방>이 열렸다.

<아이들의 방> 천장에는 도자기로 만들어진 높이 약 20cm 정도의 기억함을 설치했다. 304개의 기억함은 도예작가들이 흙을 이용해 사각기둥 형태로 1개씩 빚어 구운 것으로, 제각기 다른 문양의 도자기로 제작됐다. 기억함 안에는 희생자 가족들이 그들을 추모할 수 있는 사진, 편지, 유품 등을 담고 기억함 윗부분에 조명을 달아 등불처럼 기록전시회를 밝혔다.

기록전시회에 참여한 사진작가들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의 빈 방을 렌즈에 담았다. 우리는 사진을 통해 빈 방이 품고 있는 아이들의 꿈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2학년 6반 이영민 학생의 방. ⓒ4.16기억저장소
2학년 6반 이영민 학생의 방. ⓒ4.16기억저장소
2학년 3반 정예진 학생의 방. ⓒ 4.16기억저장소
2학년 3반 정예진 학생의 방. ⓒ 4.16기억저장소

이 두 사진을 찍은 김민호 작가는 “아이들이 떠나고 아이들 방에서 아이들의 흔적을 찾으려했던 유가족들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사진작가는 가족의 공간과 기억의 대상 즉, 남겨진 이야기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질 높은 사진을 찍습니다. 희생자 개인 기록 수집을 기획하면서 한 작가에게 연락한 것이 현재 약 30여 명의 사진작가가 참여해주고 있는데,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에서부터 기자, 대학생 사진가까지 여러 분야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록 수집을 하는데 있어 기록 대부분은 실물 수집을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초기에는 가족들이 분노, 슬픔, 미안함 등으로 인해 이들의 물건을 정리하거나 태워주곤 하였으나 현재는 희생자들과 관련된 종이 한 조각, 먼지 한 톨이라도 더 가지고 있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사진작가를 비롯하여 4.16시민활동가는 현장에서 주로 앨범 사진을 스캐닝하며 편지, 상장, 생활통지표와 같은 문서 등의 실물 기록을 디지털화하여 기록을 수집합니다.”

- 4.16기억저장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