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앞으로 써내려갈 민주주의의 역사
우리가 앞으로 써내려갈 민주주의의 역사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4.02 07:50
  • 수정 2019.04.01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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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커버스토리] ⑧ 그리고 남은 과제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영화 <1987>에서 대학 신입생 연희는 선배 이한열에게 묻는다. 그리고 2019년을 살고 있는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 세상은 바뀌었다. 대한민국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에서 1987년 6월 항쟁으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에서 2016년 촛불혁명으로. 우리는 민주주의를 실현한 이후에도 한층 더 발전된 민주주의를 세상에 내놓았다. 광주민주화운동은 1987년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2016년 촛불에서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었다. 2016년 촛불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앞으로 언제든지 광장에 모일 수 있으며, 언제든지 촛불을 들 수 있다. 그때마다 광주민주화운동부터 내려온 지난 촛불의 역사를 따라 여기 이 자리까지 왔노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대의 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

민주주의 실현 이후에 남은 우리의 과제를 되짚어보자. 국가의 최고 통치권자를 직선제로 선출하면 그것이 민주주의인가? 민주주의의 역할은 여기서 끝인가? 여기서 끝이라면 왜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를 외치며 광장에 나왔는가?

답은 간단하다. 광주민주화운동과 세월호 참사, 두 사건은 우리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아픔을 남겼으며, 그 아픔이 국민들의 의식을 각성시켰다. 광주민주화운동이 군사독재를 종식시키는데 기여하고 오늘날까지 이어진 대의 민주주의의 기반을 닦았다면, 세월호 참사는 대의 민주주의를 되돌아보게 만든 사건이었다. 대의 민주주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선출된 대표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선출된 대표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럼 우리는 매일, 매순간 촛불을 들어야 하는가? 우리사회를 둘러싼 모든 갈등을 직접 민주주의로 풀어야 하는가? 결국 우리는 대의 민주주의라는 틀 안에서 국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에게 남은 민주주의 과제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선거권과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면 민주주의가 실현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좁은 의미의 민주주의”라며 “민주주의가 삶의 질을 높이고 개인과 가족, 사회구성원이 안락한 삶을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정치제도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대의 민주주의 안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국민발안, 국민소환제, 국민투표 등 유권자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중앙에 집중된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일도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역 곳곳에서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목소리를 냈던 것처럼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지역에 반영되고, 지역민을 위한 정치와 행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지방자치로 나아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 감시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며, 선출된 대표자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할 때는 심판할 수 있는 채널도 만들어야 한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에 대한 논란이 지금까지 우리사회를 물들이고 있는 것도 책임자에 대한 철저한 단죄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목소리가 ‘일상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개혁으로 우리에게 남은 민주주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태어났다고 누리는 것이 아님을,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을 때 진정한 민주주의를 손에 넣을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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