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건설기계노동자들, “배고파 죽고, 빚 갚다 죽겠다”
젊은 건설기계노동자들, “배고파 죽고, 빚 갚다 죽겠다”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04.02 12:42
  • 수정 2019.04.02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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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4·13 건설기계 총파업 선언
전국 1만 명 건설기계노동자 상경투쟁
'4·13 건설기계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4·13 건설기계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일 할수록 빚더미에 오른다”며 건설기계노동자들이 총파업을 선언했다.

2일 오전 10시 전국건설노동조합(위원장 이영철, 이하 건설노조)은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4·13 건설기계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4월 13일, 덤프트럭, 굴삭기, 레미콘 등 전국 1만 명의 건설기계노동자들이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 쟁취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영철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 겸 건설기계분과위원장은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에 현장을 멈추고 4·13 총파업을 결의하는 것”이라며 “저임금 저임대료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현장의 근로조건 현실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일한 임대료를 한 달 후 100일짜리 어음으로 지급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하소연한 이 부위원장은 “노조법 2조 개정안 통과로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노조할 권리를 쟁취하고 ILO 핵심협약 비준을 통해 살맛나고 즐거운 현장으로 바꿀 것”이라고 선언했다.

퍼포먼스로 건설기계노동자들의 현실을 적은 스트로폼을 굴삭기가 부수고 있다.ⓒ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퍼포먼스로 건설기계노동자들의 현실을 적은 스트로폼을 굴삭기가 부수고 있다.
ⓒ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2030 청춘 건설기계노동자 저축하기 힘들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2030 청춘 건설기계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건설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3월 28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스마트폰 구글독스를 통해 진행된 ‘2030 청춘 건설기계노동자 설문’에서 ‘임대료를 제때 받고 있냐’는 질문에 81%의 응답자가 ‘늑장 지급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일한 후 얼마 만에 임금을 받느냐’는 질문에 ‘한 달 이상 걸린다’는 응답자가 80%에 달했다. 이렇게 받은 임대료는 대부분 차량 등 대출비용으로 지출돼, 한 달 저축액이 없거나 10만 원 미만인 응답자가 50%에 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박용석 서울북부건설지부 지게차 조합원은 “렌탈 사무소에 취직해 장비 빌려달라고 하면 가서 한 두 시간씩 운전해줬는데, 사실은 취직이 아니고 특수고용형태였다”며 “일한 돈을 사무소에서 지급하지 않아 찾아갔더니 업무방해와 공갈협박 등의 혐의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에 의해 처벌 받았다”고 밝혔다. 박씨는 “폭처법 처벌 전과로 유치원 운영위원나 반상회도 못하는데 어떻게 청년들이 건설노동에 종사할 수 있냐”며 “‘일 시켜달라’는 요구와 ‘떼인 돈 달라’는 요구가 불법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굴삭기가 건설기계노동자들의 현실이 적힌 스트로폼 구조물을 부수는 퍼포먼스 후, 건설기계장비가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국회 앞을 지나 자유한국당사를 도는 것으로 끝이 났다. 건설노조는 “기자회견 종료 후 ‘4·13 건설기계 총파업’ 선전전을 전국에서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건설노조가 요구하는 노조법 2조 개정안은 2017년 2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근로자의 개념에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해 특수고용노동자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다. 2017년 9월 소관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로 상정된 법안은 2019년 4월 현재까지 소관위원회 심사 과정에 있다.